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대학ㆍ학기 한글역주』의 정리를 마치며 - 4. 주희가 왜곡한 『대학』을 바로잡다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대학ㆍ학기 한글역주』의 정리를 마치며 - 4. 주희가 왜곡한 『대학』을 바로잡다

건방진방랑자 2020. 3. 20. 14:41
728x90
반응형

4. 주희가 왜곡한 대학을 바로잡다

 

 

말을 전해줄 대상이 명확해지고 나면 지금껏 고수해왔던 해석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러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설로 받아들였던 주희의 해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큰 줄기다. 하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주희가 해석한 삼강령

 

주희는 명명덕明明德ㆍ신민新民ㆍ지어지선止於至善이란 대학의 삼강령을 제시했다. 그는 친민親民이라 쓰여 있는 원문의 내용을 정이천의 주장을 수용하여 으로 바꾸자고 한 것이다(程子曰親當作新). 우리도 1900년대 초반엔 브나로드 운동과 같은 농촌계몽운동이 있었듯이 明明德을 통해 선한 본성을 획득한 사대부들이 아직도 구습에 쪄든 백성들에게 가서 계몽해줘야 한다는 의식을 담고 있었다(新者革其舊之謂也).

그리고 또한 止於至善을 사대부들의 계몽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지극히 선한 본성으로 귀의한 후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 이러한 대학의 삼강령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내면에 있는 본성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가지 개념의 차이라고 한다면 明明德은 사람의 내면의 일이고, ‘新民은 사람이 행동하여 외부로 퍼뜨리는 외면의 일이며, ‘止於至善은 외부로 흘러갔던 것들이 다시 내면으로 귀착되는 내면의 일이라는 점이다.

 

 

주희의 新民론은 마치 브나로드 운동을 닮았다.    

 

 

 

원본 대학에 담긴 삼강령의 의미

 

이에 반해 원래 대학의 삼강령은 명명덕明明德ㆍ친민親民ㆍ지어지선止於至善이다. 원래 대학은 통일제국을 다스릴 통치자를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했으니, 위의 세 가지 강령을 지켜야 할 사람 또한 통치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통치자의 친민에 대해 도올 선생은 일차적 의미는 통치자와 피치자간의 친밀함이며 치자와 피치자가 서로 소외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국론이 분열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치자와 피치자의 소통은 백성 상호간의 소통을 의미하며 국론이 건강한 삶의 목적을 위해 통일되는 것을 의미한다. (270~271)”이라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주희가 신민으로 바꾸며 등장했던 계몽주의적인 사대부들의 우월한 의식 따위는 들어설 공간 자체가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통치자가 백성들과 친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며 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드러난 것이니 말이다.

여기서 확연하게 달라지는 건 바로 止於至善에 관한 해석이다. 도올 선생은 이 부분을 통치자가 대동사회와 같은 이상세계를 향한 향심을 지닌 채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라 풀이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래에 따로 인용을 하도록 하겠다.

 

 

그침은 오직 이라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그침의 목적이요 이상이다. 그침을 향해서 가는 과정, 그 전체가 란 말로써 함축되어 있다. 어디를 향해서 가는가? 그것은 至善을 향해서 가는 것이다. ‘지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코 명사적 실체가 아니라 그냥 매우 좋다라는 말이다. (중략) ‘지선이란 다름아닌 이상국가다. 그것은 이상적 폴리테이아이다. 이상국가란 백성이 모여살면서 서로가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상태,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해주며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질서가 서로에게 매우 좋다는 만족감을 주는 사회, 그 이상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용옥, 대학ㆍ학기한글역주, 통나무, 2009, 271

 

 

주희가 삼강령을 내면에서 시작되어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내면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파악한 반면, 원래 대학의 내용은 내면의 수양으로 시작되어 외부로 뻗어나가 백성들과 소통하고 그것을 극대화하여 결국 모두가 좋다고 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런 엄청난 비전을 얘기해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원래 통치자가 될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요약하여 만든 아래의 표를 보면 두 대학의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禮記大學

大學章句

親民

親民-백성과의 친밀함, 소통

新民-백성을 새롭게 거듭나도록 함

止於至善

매우 좋다라 생각되는 이상사회 건설

모든 사람이 선한 본성에 그치게 함

 

 

[킹덤 시즌2] 4화의 장면. 세자 이창은 백성들편에 서서 싸우고 말한다. 이게 바로 親民이다.   

 

 

 

대학을 마친다는 것,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

 

예기속의 한 편이었던 이런 내용을 주희가 끄집어내어 새롭게 편집해야 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송나라는 천자는 상징으로만 머물 뿐 사대부들이 다스리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 맞도록 천자에게 해주는 듯한 말로 이루어진 원래의 대학내용은 맘에 그다지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정이천ㆍ정명도와 같은 선배들이 이미 이 책을 자신들의 생각에 맞게 편집했던 사례들을 생각하며 별다른 죄책감이나 자의식 없이 당연히 자신의 생각에 맞게 재편집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 보자면 교사들이 교과서를 기본 텍스트로 생각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닌 하나의 주제를 놓고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가르치는 것과 같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주희의 사상체계에 따라 만들어진 대학장구라는 책이었다. 이런 과정들을 안다면 주희가 편집하며 의미를 부여한 이 책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조금이라도 다른 해석을 하려고만 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낙인을 찍고 엄청난 형벌을 가하던 풍습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 줄 알 것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해석에 모든 권위를 부여한 채 붙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적들을 섭렵하며 여러 의문을 지닌 채 하나하나 정리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무작정 외우려 하고 이해는 안 되지만 얼핏 아는 것만으로 아는 체를 하려 했던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진정 호학好學할 수 있으리라.

아무래도 방대한 양의 책을 보고 쓴 독후감이라 아직 이해가 안 된 부분도, 나의 언어로 정련하지 못한 부분도 많아 어설픈 게 사실이다. 그래도 여태껏 이 책을 읽고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해 독후감을 쓰지도 못했었는데 이렇게 처음으로 써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련다. 바로 이렇게 조금씩 용기를 내며 한 편씩 쓰다보면 어느 순간엔 조금 더 제대로 알게 되는 날도 올 것이다.

 

 

 

 

인용

목차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