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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대학ㆍ학기 한글역주』의 정리를 마치며 - 1. 어렵지만 재밌는 책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대학ㆍ학기 한글역주』의 정리를 마치며 - 1. 어렵지만 재밌는 책

건방진방랑자 2020. 3. 1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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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렵지만 재밌는 책

 

최근에 김용옥 선생이 2009년에 쓴 대학ㆍ학기한글역주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은 건 지금까지 4번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때마다 느껴지는 게 매번 달라 읽을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줬었고 이번에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보고는 싶어서 펴볼 때가 많지만 완독을 하는 건 쉽지가 않다.    

 

 

 

쉽게 도전할 수는 없는 책, 그런데 늘 읽고 싶은 책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방식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읽었다. 그동안은 책에 나온 내용들을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들이 종횡무진으로 쓰여 있고 先秦古經을 아우르는 방대한 책들이 인용되어 있다. 그러니 그 내용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주희가 편집한 大學集註를 비판하는 건 알겠는데 어느 부분을 어떻게 비판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건 그만큼 동양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거침없이 전개되는 논리가 너무도 빠른 탓에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땐 자세한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대의만을 알게 되어 다음과 같이 기록해뒀었다.

 

 

우리가 흔히 읽고 있는 대학은 원래의 대학이 아니다. 예기 속에 있던 내용을 사서라는 기획에 따라 따로 단행본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로 뭉쳐진 내용들을 장으로 나누고 경으로 나눈 것은 송대 유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중화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불교에 대항하는 신세계 문명 운동이라고나 할까) 대학과 중용을 뽑아냈고 그걸 자신들의 性理의 체계에 따라 편집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대학이란 바로 이런 체계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대학 인 것이다.

당연히 번역을 하신다면 대학을 번역하실 줄 알았다. 지금까지 나온 번역서들이 모두 그러했기에. 좀더 추가한다면, 대학혹문까지 번역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김용옥 선생님은 그런 상식을 깨버린다. 이 책은 원래 대학의 모습을 찾아 그것을 번역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 싶어서 이거나, 이미 넘쳐나는 대학 번역본들이 있기에 굳이 같은 패턴을 반복할 필요를 못 느낀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야말로 돈키호테식의 용기아니었을까? 있던 길을 따라가는 건 쉽다. 모두가 걸어 반들반들 잘 닦여져 있으니,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몇 십배 몇 백배의 힘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도올 선생은 바로 그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09.12.27, 새로운 지평, 그 힘든 여정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고 한번 쭉 읽어보고 그 느낌을 적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한번 읽어선 도무지 이 책의 진가를 알기는 요원했던 것이다.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들곤 책을 펼쳐들고 읽긴 했지만 끝까지 읽는 경우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23일간의 교사 신뢰서클이란 연수를 받으러 갈 때도 이 책을 책가방에 넣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건 그만큼 이 책을 한 번에 완독하긴 쉽지 않아도 그만큼 언제든 읽고 싶은 책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그러다 20183에 전주로 이사를 하고 조금 시간이 남았을 때 오랜만에 완독을 할 수 있었고, 이번에 임용시험에서 떨어진 불운함을 겪기 전에 이 책도 한 번 블로그에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따라 읽기 시작하여 오늘에서야 일단락을 지으며 다시 완독할 수 있었다.

 

 

전주로 내려와 전주대 독서실에 와서 처음으로 봤던 게 이 책이었다.   

 

 

 

읽고 기록하는 방식의 변화

 

이 책을 읽는 방식은 위에서도 잠시 얘기했다시피 본문의 내용을 따라가며 인용된 내용들을 무작정 읽는 것이다. 그러면 여러 번 읽었다 해도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최근엔 블로그를 공부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그 공부법 그대로를 이 책을 읽는 방식에 대입해보기로 했다. 그 방식이란 이 책에 인용된 원문들 중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원문은 찾아 수록하고 도올 선생의 해석을 참고하며 함께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긴 하지만 왜 그 내용을 인용했는지, 그리고 그 인용된 내용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더욱 절실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대학학기존사를 해석하게 된 건 물론이고 여기에 인용된 여씨춘추순자의 내용들도 해석하게 됐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렇게 길어진 시간만큼 무얼 말하고 싶은지 좀 더 명료하게 보이는 장점은 있었다.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학문은 들인 시간만큼 폭넓게 알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배운다고 하면서 공부하는 시간 자체를 결코 아깝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완독을 하고 나니 다른 때 완독을 할 때보다 훨씬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은 많지만, 그럼에도 일목요연해진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록을 남겨놓은 이상 나중에 봤을 때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하나씩 수정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정리하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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