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아홉’ 같은 시험을 탈출한 족하에게
하북린과(賀北鄰科)
박지원(朴趾源)
凡言僥倖, 謂之萬一. 昨日擧人, 不下數萬, 而唱名纔二十, 則可謂萬分之一. 入門時相蹂躪, 死傷無數. 兄弟相呼喚搜索, 及相得, 握手如逢再生之人, 其去死也, 可謂十分之九. 今足下能免十九之死, 而乃得萬一之名. 僕於衆中, 未及賀萬分一之榮擢, 而暗慶其不復入十分九之危場也. 宜卽躬賀, 而僕亦十分九之餘也, 見方委臥呻楚, 容候少閒. 『燕巖集』 卷之五
▲ 김홍도의 [화첩평생도] 중 '소과응시' 부분이다.
해석
凡言僥倖, 謂之萬一.
무릇 요행이라 말하는 것은 ‘만에 하나’라고 말합니다.
昨日擧人, 不下數萬,
어제 과거를 본 사람이 수만 명 아래로 내려가질 않으나
而唱名纔二十, 則可謂萬分之一.
합격자로 이름을 불린 이는 겨우 20명이기에 ‘만에 하나’라고 할 만합니다.
入門時相蹂躪, 死傷無數.
과거장에 들어가 짓밟혀 죽고 다치는 이가 무수합니다.
兄弟相呼喚搜索, 及相得,
형제가 서로 부르며 찾다가 서로 만남을 얻음에 미쳐
握手如逢再生之人,
손을 잡길 마치 부활한 이를 만나 듯하여
其去死也, 可謂十分之九.
죽기 직전에 떠나온 것 같으니, ‘열에 아홉’이라 할 만합니다.
今足下能免十九之死, 而乃得萬一之名.
이제 족하께서 ‘열에 아홉’의 죽음을 면했고, ‘만에 하나’의 명예를 얻었습니다.
僕於衆中, 未及賀萬分一之榮擢,
저는 무리 중에서 ‘만에 하나’의 영광을 얻은 것을 축하하려 하지 않고
而暗慶其不復入十分九之危場也.
‘열에 아홉’의 자칫하다간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과거시험장에 다시 들어가지 않게 됨을 은근히 축하하려 합니다.
宜卽躬賀, 而僕亦十分九之餘也,
마땅히 몸소 찾아가 축하해야 하나, 저 또한 죽기 직전까지 갔다 온 ‘열에 아홉’의 나머지이기에,
見方委臥呻楚, 容候少閒. 『燕巖集』 卷之五
지금 쓰러져 신음소리를 내고 있으니, 얼마동안 너그러이 기다려주십시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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