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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기연아 무진동(寄淵兒 戊辰冬) 본문

산문놀이터/편지글

정약용 - 기연아 무진동(寄淵兒 戊辰冬)

건방진방랑자 2019. 3. 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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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년에 공부의 방법과 진짜 시, 용사(用事)하는 방법을 학연에게 말하다

기연아 무진동(寄淵兒 戊辰冬)

 

정약용(丁若鏞)

 

 

둘째 정학유의 끈기 있는 공부에 대한 칭찬

汝弟才分, 比於乃兄稍遜一籌, 今年夏令作古詩散賦, 已多佳作. 秋間汨於周易繕寫之工, 雖不能讀書, 其見解不至鹵莽, 近日讀左傳, 頗學先王典章之餘, 大夫辭令之法, 已蔚然可觀.

 

큰 아들 학연에게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다

況汝本來才分, 比弟頗勝, 初年讀習, 比弟粗備. 今若猛然立志, 奮然向學, 不過三十, 當以大儒得名, 用舍行藏, 何足言哉.

零瑣詩律, 雖或得名, 不足有用, 須自今冬, 以至來春, 尙書左傳. 佶屈聱牙, 艱險淵深, 旣有注解, 潛心玩究, 可以讀之.

以其餘力, 高麗史磻溪隨錄西厓集懲毖錄星湖僿說文獻通考等書, 鈔其要用, 不可已也.

 

큰 아들이 강진에 내려와 공부를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汝之學問, 漸漸過時. 家間情地, 宜於出游, 來此同過, 萬萬得當. 而婦女不知大義, 必有難捨之情.

汝弟文學識見, 方有春噓物茁之勢, 恤其兄而遣其弟, 亦所不忍. 今意庚午之春, 始可還送, 其前汝將虛送日月耶?

百回商量, 有在家學習之望, 則留待汝弟, 面看交代; 如其事情萬無一望, 明年春和之後, 拋却百千萬事, 下來同業, 斷不可已.

第一心術日壞, 行己日卑, 來此聽受可也; 第二眼力短促, 志氣沮喪, 來此聽受可也; 第三經學鹵莽, 才識空疎, 來此聽受可也. 小小事情, 有不足顧恤耳.

 

진짜 시의 조건

向來醒叟之詩見之矣. 其論汝詩, 切切中病, 汝當服膺. 其所自作者雖佳, 亦非吾所好也.

後世詩律, 當以杜工部孔子. 蓋其詩之所以冠冕百家者, 以得三百篇遺意也. 三百篇, 皆忠臣孝子烈婦良友惻怛忠厚之發. 不愛君憂國非詩也, 不傷時憤俗非詩也, 非有美刺勸懲之義非詩也.

故志不立學不醇, 不聞大道, 不能有致君澤民之心者, 不能作詩, 汝其勉之.

 

소식의 시를 배우지 말고 용사(用事)를 활용한 시를 지어야 하는 이유

詩用事無跡, 看來如自作, 細察皆有本, 有出處, 所以爲聖.

韓退之, 字法皆有所本, 有出處. 句語多其自作, 所以爲大賢也.

蘇子瞻, 句句用事, 而有痕有跡, 瞥看不曉意味, 必也左考右檢, 採其根本, 然後僅通其義, 所以爲博士也. 乃此蘇詩, 以吾三父子之才, 須終身專工, 方得刻鵠. 人生此世, 可爲者多, 何可爲此乎?

然全不用事, 吟風詠月, 譚棋說酒, 苟能押韻者, 此三家村裏村夫子之詩也. 此後所作, 須以用事爲主.

 

용사(用事)를 하기 위해선 여러 책을 면밀히 탐구하고 사용해야 한다

雖然我邦之人, 動用中國之事, 亦是陋品. 須取三國史高麗史國朝寶鑑輿地勝覽懲毖錄燃藜述(李道甫所輯), 及他東方文字, 採其事實, 考其地方, 入於詩用, 然後方可以名世而傳後.

柳惠風十六國懷古詩, 爲中國人所刻, 此可驗也. 東事櫛本爲此設, 大淵無借汝之理, 十七史』「東夷傳, 必抄採名跡, 乃可用也. 與猶堂全書第一集詩文集第二十一卷文集

 

 

 

 

해석

 

둘째 정학유의 끈기 있는 공부에 대한 칭찬

 

汝弟才分, 比於乃兄稍遜一籌,

네 아우의 재주와 분수가 너에 비하면 조금 한 치 정도 모자라지만,

 

今年夏令作古詩散賦, 已多佳作.

올해 여름에 고시와 산문과 부를 짓게 했더니 이미 좋은 작품을 많이 지었다.

 

秋間汨於周易繕寫之工,

가을동안엔 주역을 필사하는 공에 몰두하여

 

雖不能讀書, 其見解不至鹵莽,

비록 독서할 순 없었지만 견해가 지극히 거칠지는 않았고

 

近日讀左傳, 頗學先王典章之餘,

최근엔 좌전을 읽으니 매우 선왕들의 문물과 제도典章: 한 나라의 문물과 제도의 나머지와

 

大夫辭令之法, 已蔚然可觀.

대부들의 사령辭令: 남을 맞아 접대할 때 쓰는 형식적인 말의 법을 배워 이미 일취월장하여 볼 만하단다.

 

 

 

큰 아들 학연에게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다

 

況汝本來才分, 比弟頗勝,

더군다나 너는 본래 재주와 분수가 아우에 비하면 매우 낫고

 

初年讀習, 比弟粗備.

어려서 읽고 익힌 것이 아우에 비하면 대강이나마 갖춰져 있다.

 

今若猛然立志, 奮然向學,

그러니 이제 맹렬히 뜻을 세워 분발하며 학문을 한다면

 

不過三十, 當以大儒得名,

30살이 넘지 않아도 마땅히 큰 유학자로 이름을 얻을 것이니

 

用舍行藏, 何足言哉.

등용됨과 버려짐, 출사와 은둔함은 무얼 말할 게 있으랴.

 

零瑣詩律, 雖或得名, 不足有用,

잗다란 시율(詩律)은 비록 혹시나 명예를 얻더라도 쓸 만한 게 없으니

 

須自今冬, 以至來春, 尙書左傳.

반드시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진 상서좌전을 읽어라.

 

佶屈聱牙, 艱險淵深,

비록 문장이 난삽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험난하며 연원이 깊지만

 

旣有注解, 潛心玩究, 可以讀之.

이미 주해가 있으니 마음을 집중하여 완미하며 연구한다면 읽을 만할 것이다.

 

以其餘力, 高麗史磻溪隨錄

여가에는 고려사반계수록

 

西厓集懲毖錄星湖僿說文獻通考等書,

서애집징비록성호사설문헌통고등의 책을 보고

 

鈔其要用, 不可已也.

요점을 초록하는 것을 그쳐선 안 된다.

 

 

 

큰 아들이 강진에 내려와 공부를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汝之學問, 漸漸過時.

너의 학문이 점차 시기를 지나치고 있다.

 

家間情地, 宜於出游,

집의 사정으론 마땅히 유학하여

 

來此同過, 萬萬得當.

이곳에 와 함께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당연하다.

 

而婦女不知大義, 必有難捨之情.

그러나 네 어머니는 대의를 알지 못해 반드시 놔주기 어려운 마음이 있을 것이다.

 

汝弟文學識見, 方有春噓物茁之勢,

네 아우의 문학과 식견이 곧 봄기운이 불어 사물이 자라나는 기세가 있으니

 

恤其兄而遣其弟, 亦所不忍.

너를 긍휼히 여겨 아우를 집으로 보내는 것은 또한 차마 못하겠다.

 

今意庚午之春, 始可還送,

이제 경오(1810)년 봄에 비로소 아우를 돌려보낼 만하다고 생각하니,

 

其前汝將虛送日月耶?

그 전에 너는 장차 허송세월하려느냐?

 

百回商量, 有在家學習之望,

100번 생각해서 집에서 학습할 가망이 있다면

 

則留待汝弟, 面看交代;

아우가 돌아오길 기다려 직접 보고 교대하면 된다면간교대(面看交代): 新舊의 관원이 서로 面對하여 사무를 인수인계하고 교대하는 것..

 

如其事情萬無一望, 明年春和之後,

만약 사정이 만일 한 번도 바랄 수 없다면 내년 봄이 온 후에

 

拋却百千萬事, 下來同業, 斷不可已.

온갖 일들을 내던지고 내려와 함께 공부해야 하니 결단코 공부를 그쳐선 안 된다.

 

第一心術日壞, 行己日卑,

첫째는 마음이 날로 파괴되어 가고 행동이 이미 날로 비루해지니

 

來此聽受可也;

이곳에 와서 수업을 들어볼 만하다.

 

第二眼力短促, 志氣沮喪,

둘째는 안목이 짧아지고 힘이 위축되며 뜻과 기운이 막히고 상하니

 

來此聽受可也;

이곳에 와서 수업을 들어볼 만하다.

 

第三經學鹵莽, 才識空疎,

셋째는 경학실력이 형편없어지고 재주와 식견이 공허해지고 엉성해지니

 

來此聽受可也.

이곳에 와서 수업을 들어볼 만하다.

 

小小事情, 有不足顧恤耳.

자잘한 사정들이야 긍휼히 여겨 돌아볼 만하지도 않을 뿐이다.

 

 

 

진짜 시의 조건

 

向來醒叟之詩見之矣.

얼마 전에 성수 이학규(李學逵)의 시를 보았다.

 

其論汝詩, 切切中病, 汝當服膺.

그가 너의 시를 평론한 것이 절실하여 문제점에 적중했으니 너는 마땅히 품어 받들어라.

 

其所自作者雖佳, 亦非吾所好也.

그가 스스로 지은 시들이 비록 아름답긴 하지만,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後世詩律, 當以杜工部孔子.

후세에 시율은 마땅히 두보로 모범을 삼아야 한다.

 

蓋其詩之所以冠冕百家者, 以得三百篇遺意也.

대체로 시가 뭇 작가 중에 으뜸이 되는 까닭은 시경의 남은 뜻을 얻었기 때문이다.

 

三百篇, 皆忠臣孝子烈婦良友惻怛忠厚之發.

시경은 모두 충신과 효자와 열부와 진실한 친구의 측은지심과 충성스러움의 두터움이 발현된 것이다.

 

不愛君憂國非詩也,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한 게 아니면 시가 아니고,

 

不傷時憤俗非詩也,

시대를 속상해하고 풍속을 분개한 게 아니면 시가 아니며,

 

非有美刺勸懲之義非詩也.

좋은 행실은 찬미하고 나쁜 행실은 풍자하며 선은 권하고 악은 징계한 게 아니면 시가 아니다.

 

故志不立學不醇, 不聞大道,

그러므로 뜻이 서지 않고 배움이 순정하지 못하며 큰 도를 들지 못하여

 

不能有致君澤民之心者,

임금을 이루어주고 백성에게 은택을 내리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不能作詩, 汝其勉之.

시를 지을 수 없으니, 너는 힘써야 한다.

 

 

 

소식의 시를 배우지 말고 용사(用事)를 활용한 시를 지어야 하는 이유

 

詩用事無跡, 看來如自作,

두보의 시는 용사함에 자취가 없어 보다 보면 스스로 지은 것 같지만

 

細察皆有本, 有出處, 所以爲聖.

세밀히 관찰해보면 모두 근본이 있고 출처가 있으니, 이런 이유로 시성(詩聖)이 된 것이다.

 

韓退之, 字法皆有所本, 有出處.

한유의 시는 글자와 구법이 모두 근본이 있고 출처가 있지만

 

句語多其自作, 所以爲大賢也.

글귀와 시어는 대부분 스스로 지은 것이니, 이런 이유로 대현이 된 것이다.

 

蘇子瞻, 句句用事, 而有痕有跡,

소식의 시는 구절마다 용사하여 흔적이 있지만

 

瞥看不曉意味, 必也左考右檢, 採其根本,

갑자기 보면 의미를 깨닫지 못해 반드시 좌우로 살피고 검색하여 근본을 캐낸 후에야

 

然後僅通其義, 所以爲博士也.

겨우 뜻을 통하게 되니 이런 이유로 박사가 된 것이다.

 

乃此蘇詩, 以吾三父子之才,

이제 소식의 시라 해도 우리 삼부자의 재주로는

 

須終身專工, 方得刻鵠.

반드시 종신토록 전공해야 곧 엇비슷함을 얻게 된다.

 

人生此世, 可爲者多, 何可爲此乎?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할 만한 게 많은데 어째서 이걸 할 수 있겠느냐.

 

然全不用事, 吟風詠月, 譚棋說酒,

그러나 일절 용사를 하지 않고 바람을 읊고 달을 읊으며 장기를 말하고 술을 말하며

 

苟能押韻者, 此三家村裏村夫子之詩也.

구태여 압운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세 집이 있는 촌마을 선생의 시인 것이다.

 

此後所作, 須以用事爲主.

그러니 이제 이후로 짓는 것은 반드시 용사(用事)를 위주로 하여라.

 

 

 

용사(用事)를 하기 위해선 여러 책을 면밀히 탐구하고 사용해야 한다

 

雖然我邦之人, 動用中國之事, 亦是陋品.

비록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일을 활용하는데 또한 이것은 비루한 품격이다.

 

須取三國史高麗史國朝寶鑑

반드시 삼국지고려사국조보감

 

輿地勝覽懲毖錄燃藜述(李道甫所輯), 及他東方文字,

여지승람징비록연려술(이도보가 편찬한 것)과 우리나라의 문집으로

 

採其事實, 考其地方, 入於詩用,

사실을 채집하고 지방을 고찰하고서 시의 쓰임에 삽입한 후에야

 

然後方可以名世而傳後.

곧 대대로 명성이 날 수 있고 후대에 전해질 수 있다.

 

柳惠風十六國懷古詩, 爲中國人所刻, 此可驗也.

유득공의 십육국회고시는 중국 사람에 의해 판각되었으니 증험할 수 있다.

 

東事櫛本爲此設, 大淵無借汝之理,

동사즐은 본래 이를 위해 만들었지만 이제 대연이가 너에게 빌려줄 이치가 없으니

 

十七史』「東夷傳,

십칠사동이전에서

 

必抄採名跡, 乃可用也. 與猶堂全書第一集詩文集第二十一卷文集

반드시 이름과 내용을 초록해야 곧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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