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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일가친척 무인고휼(一家親戚, 無人顧恤) 본문

산문놀이터/편지글

정약용 - 일가친척 무인고휼(一家親戚, 無人顧恤)

건방진방랑자 2019. 3. 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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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친척이 도와주질 않아요라는 원망에 대해

일가친척 무인고휼(一家親戚, 無人顧恤)

 

정약용(丁若鏞)

 

 

돌봐주는 친척이 없다고 원망해선 안 되는 이유

汝輩書中, 每云一家親戚, 無人顧恤’, 或稱瞿唐灩澦, 或稱太行羊腸, 此都是怨天尤人底口氣, 此大病痛.

方吾從宦時, 小有憂患疾苦, 輒大被別人顧助. 有日來問加減者, 有保抱扶持者, 有餽之藥餌者, 有繼之粮粻者.

汝輩習見此事, 每有希望人恩者, 不知貧賤人本分, 自古及今, 原無得人顧助之法. 況諸族舊, 皆分居京鄕, 未有恩情, 如今不相攻亦厚矣, 何可輒望其顧助乎? 況汝輩今日雖敗殘如此, 比之諸族, 尙云豪富, 但無力可及彼耳. 旣不甚貧, 又無及人之力, 正是不得人顧助的處地. 凡事悉從閨門之內, 留心措畫, 心中斷截了希望人恩之意, 自然心平氣和, 無怨天尤人底病痛

 

보답을 바라지 말고 먼저 도우라

諸家有連日未炊者, 汝能出些米粒以療之否? 積雪凍僵, 汝能分一條薪以溫之否? 有病而須服藥者, 汝能取一二錢方藥以起之否? 有老而窮者, 汝能時時往拜, 斂膝侍坐, 溫恭致敬否? 有所憂患, 汝能色勃然目瞿然, 肯與之分其憂愁之苦, 而議其所以善處否? 於玆數者, 汝不能焉, 又何爲望諸家之遑遑然汲汲然, 趨汝之急而赴汝之難哉? 我所不施, 以望人之先施, 是汝傲根猶未除也.

玆後留心, 於平居無事之日, 恭睦愼忠, 務得諸家之歡心, 而心中絶不留望報底苗脈. 日後汝有所憂患而彼不報, 汝心中切勿懷恨, 一直推恕之曰: ‘彼適有事相妨, 不然, 力不及耳’, 不然, 力不及耳’, 口中切勿作輕儇語曰: ‘我曾若是若是, 彼乃如此如此此語一發, 從前積功積德, 一朝被他一句語吹了, 作風中灰飛去耳.

 

가족을 섬기듯 친척을 돌보아라

汝輩生長於四顧無親之地, 孳育於春風和氣之中, 凡子弟之所以事父兄, 及所以事宗族, 未嘗聞見也. 又人之所以處窮約, 未嘗習慣也. 故不知盡己之忠, 而先望施我之惠, 不修閨門之行, 而欲望鄰里之說, 其可得乎?

昔旁高祖同知公旣七耋, 兼有風痺不仁之疾, 而每早食後, 必扶杖而至吾家, 見吾先人者, 爲宗孫不可不日見也. 汝不以七耋老人之所以事從曾孫者, 事伯父可乎? 玆後每淸朝而起, 先省汝慈于內, 次省伯父于東, 然後歸而讀書. 若諸叔母, 或午或夕, 唯其隙也,

伯氏之病臂也, 汝曾收蠋矢執醋艾, 吹爐火洗瓦罐, 以周還左右, 而朝夕不離, 夜仍侍寢, 戀戀而不忍退否? 汝能爲此, 而不蒙矜顧, 猶宜益加孝敬, 不敢疾怨, 況未嘗爲是哉?

方其自行而自止, 父兄有積怒積不平在中, 特未及形諸外耳. 及有所來干者, 心中先有一塊不平物, 出以應之. 汝則只將目下事疑之曰: “此事我何所失乎, 何處分若是乎?” 其實罪在向來, 非緣目下有失也. 思之思之, 篤修行實, 以悅父兄之心. 事伯父無別般節目, 唯與事父者一般, 汝能感發興起, 實心做去, 不出期月, 必渙然矣. 寄兩兒

 

 

 

 

해석

 

돌봐주는 친척이 없다고 원망해선 안 되는 이유

 

汝輩書中, 每云一家親戚, 無人顧恤’,

너희들의 편지 중에 매번 일가친척 중에 돌보아 구휼해주는 이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或稱瞿唐灩澦, 或稱太行羊腸,

간혹 구당의 염예나 태항산의 양의 창자 같이 기구하다고구당은 四川省 奉節縣의 동쪽에 있는 골짜기 이름이며, 灩澦瞿唐峽의 입구를 막고 있는 큰 암석임. 太行산은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데, 山西省에 있는 羊腸坂은 특히 꾸불꾸불하여 險路로 알려져 있음. 여기서는 신세의 기구함을 비유한 말임. 말하는데,

 

此都是怨天尤人底口氣, 此大病痛.

이것은 모두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는 말들로 이것이 큰 병통인 것이다.

 

方吾從宦時, 小有憂患疾苦,

곧 내가 벼슬살이를 할 때에 조금이라도 우환과 질고가 있으면

 

輒大被別人顧助.

문득 크게 다른 사람에게 돌봄과 도움을 받았었다.

 

有日來問加減者,

날마다 내방하여 적절하게 더해주거나 덜어주는 사람도 있었고

 

有保抱扶持者,

보호해주거나 부축해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有餽之藥餌者, 有繼之粮粻者.

약물을 보내주는 사람도 있었고, 식량을 대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汝輩習見此事, 每有希望人恩者,

너희들도 익숙히 이런 일들을 보아 매번 사람의 은혜를 희망하는데,

 

不知貧賤人本分, 自古及今,

빈천한 사람의 본분이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原無得人顧助之法.

원래 사람의 돌봄과 도움을 얻는 법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況諸族舊, 皆分居京鄕, 未有恩情,

하물며 친척들은 모두 서울과 시골에 나누어 살아 은혜로운 정이 있지 않으니,

 

如今不相攻亦厚矣,

요즘에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또한 괜찮다 할 것인데,

 

何可輒望其顧助乎?

어찌 가벼이 문득 돌봄과 도움을 바라느냐.

 

況汝輩今日雖敗殘如此, 比之諸族,

게다가 너희들은 오늘날 비록 이와 같이 궁지에 몰렸다 해도 여러 친척들에 비교하면

 

尙云豪富, 但無力可及彼耳.

오히려 부유하다 할 만하지만, 다만 힘이 저들에게 미치질 못할 뿐이다.

 

旣不甚貧, 又無及人之力,

이미 매우 가난한 것도 아니고 또한 남에게 미칠 힘도 없으니,

 

正是不得人顧助的處地.

정히 남의 돌봄과 도움을 받을 처지는 아니다.

 

凡事悉從閨門之內, 留心措畫,

범사가 다 집안으로부터 마음에 머물러두어 처리하고

 

心中斷截了希望人恩之意,

마음속으로 남의 은혜를 희망하는 뜻을 끊어낸다면,

 

自然心平氣和, 無怨天尤人底病痛

자연히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운이 조화로워져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는 병통이 없으리라.

 

 

 

보답을 바라지 말고 먼저 도우라

 

諸家有連日未炊者, 汝能出些米粒以療之否?

여러 친가 중에 연일 밥불 때지 못하는 사람을 너희가 얼마간 쌀을 내어 그들을 도와주었느냐?

 

積雪凍僵, 汝能分一條薪以溫之否?

쌓인 눈에 동상 걸려 쓰러진 사람을 너희는 한 땔감을 나누어 그들을 데워주었느냐?

 

有病而須服藥者, 汝能取一二錢方藥以起之否?

병 걸려 곧 약을 복용할 사람을 너희는 한두 푼의 돈으로 약을 지어 그들을 일어나게 해주었느냐?

 

有老而窮者, 汝能時時往拜,

늙고 궁핍한 사람을 너희는 때때로 가서 뵈어

 

斂膝侍坐, 溫恭致敬否?

무릎 꿇고 모시고 앉아 온화함과 공경함으로 공경을 다하였느냐?

 

有所憂患, 汝能色勃然目瞿然,

우환이 있는 사람을 너희는 얼굴빛을 근심스러워하고 눈은 걱정스럽게 하여

 

肯與之分其憂愁之苦, 而議其所以善處否?

기꺼이 그들과 함께 근심스런 고통을 나누어 잘 처리할 방법을 의논하였는가?

 

於玆數者, 汝不能焉,

이러한 여러 가지를 너희는 하질 못했으면서,

 

又何爲望諸家之遑遑然汲汲然, 趨汝之急而赴汝之難哉?

또한 어찌 여러 친척들이 황급히 너희의 위급함에 달려오고 너희의 어려움에 달려오길 바라는가?

 

我所不施, 以望人之先施,

너희는 베풀질 않으면서 남이 먼저 베풀길 바라니,

 

是汝傲根猶未除也.

이것은 너희가 오만한 근성이 아직도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玆後留心, 於平居無事之日, 恭睦愼忠,

이후로 유념하여 평소 때나 일이 없는 날에 공경하고 화목하며 신중하고 충성스러움으로

 

務得諸家之歡心, 而心中絶不留望報底苗脈.

여러 친척들의 환심 얻길 힘쓰되 마음속으로 절대 보답을 바라는 속맘을 남겨두어선 안 된다.

 

日後汝有所憂患而彼不報,

오늘 이후로 너희는 우환이 있는데 저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汝心中切勿懷恨,

너희는 마음속으로 절대 한스러움을 품지 말고,

 

一直推恕之曰: ‘彼適有事相妨, 不然, 力不及耳’,

한 번에 곧바로 자기를 미루어 서()로 하며 저들이 마침내 일이 있어 서로 방해되거나

 

不然, 力不及耳’,

그렇지 않으면 힘이 미치질 못했을 뿐이리라.’라고 여기고,

 

口中切勿作輕儇語曰: ‘我曾若是若是, 彼乃如此如此

입속에 절대로 경솔히 나는 일찍 이렇게 이렇게 했는데 저들은 저렇게 저렇게 했다고 말하지 말아라.

 

此語一發, 從前積功積德,

이 말을 한 번 발언하면 전부터 쌓아놓은 공덕이

 

一朝被他一句語吹了, 作風中灰飛去耳.

하루아침에 다른 한 구의 말을 함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릴 뿐이다.

 

 

 

가족을 섬기듯 친척을 돌보아라

 

汝輩生長於四顧無親之地, 孳育於春風和氣之中,

너희들은 아무도 친한 이가 없는 처지에서 자라났고 봄바람의 온화한 기운 가운데서 길러져,

 

凡子弟之所以事父兄, 及所以事宗族, 未嘗聞見也.

모든 자제들이 부형을 섬기는 것과 친척을 섬기는 것을 일찍이 보고 듣지 못했고

 

又人之所以處窮約, 未嘗習慣也.

또한 사람이 곤궁함에 처하는 것을 일찍이 익히질 못했다.

 

故不知盡己之忠, 而先望施我之惠,

그러므로 자기를 극진히 하는 충을 알지 못하고 먼저 나에게 베푸는 은혜를 바라며,

 

不修閨門之行, 而欲望鄰里之說, 其可得乎?

집안의 행실을 닦질 않았고, 이웃마을의 기뻐해줌만을 바라려 하니 얻을 수 있겠는가.

 

昔旁高祖同知公旣七耋, 兼有風痺不仁之疾,

옛날에 방고조인 동지공께서는 이미 70살이었고 겸하여 통풍으로 불인의 병까지 걸리셨는데

 

而每早食後, 必扶杖而至吾家,

매번 아침식사 후에 반드시 지팡이를 짚고 우리 집에 오셔서,

 

見吾先人者, 爲宗孫不可不日見也.

우리 선친을 뵙는 것은 종손이기 때문에 날마다 뵙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汝不以七耋老人之所以事從曾孫者, 事伯父可乎?

그러니 너희는 70살 노인이 종증손을 섬긴 것처럼 백부를 섬기지 않겠는가.

 

玆後每淸朝而起, 先省汝慈于內,

이후로는 매번 맑은 아침에 일어나 먼저 안으로 너희 어머니께 안부인사 드리고,

 

次省伯父于東, 然後歸而讀書.

다음에 동쪽으로 백부에게 안부인사 드린 후에 돌아와 책을 읽거라.

 

若諸叔母, 或午或夕, 唯其隙也,

모든 숙모와 같은 경우는 혹 낮에나 혹 저녁에 오직 틈나는 대로 하면 된다.

 

伯氏之病臂也, 汝曾收蠋矢執醋艾,

큰 아버지의 병든 팔에 너희들은 일찍이 촉시(蠋矢)를 거두고 초애(醋艾)를 잡아서,

 

吹爐火洗瓦罐, 以周還左右, 而朝夕不離,

화롯불에 끊이고 약탕관에 씻어 두루 좌우에서 돌아다니며 아침저녁으로 떠나질 않으며,

 

夜仍侍寢, 戀戀而不忍退否?

밤에 잠자리에서 모시며 연연하면서 차마 물러나지 않았느냐.

 

汝能爲此, 而不蒙矜顧,

너희들이 이것을 하고서도 어여삐 여김과 돌봄을 입지 못했다면,

 

猶宜益加孝敬,

오히려 마땅히 더욱 효도와 공경을 더하여

 

不敢疾怨, 況未嘗爲是哉?

감히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하물며 일찍이 이것을 하지 않았음에랴.

 

方其自行而自止, 父兄有積怒積不平在中,

스스로 했던 행동거지로 부형들이 마음속에 분노와 불평이 쌓였지만

 

特未及形諸外耳.

다만 외면으로 드러냄에 미치지 않았을 뿐이었다.

 

及有所來干者, 心中先有一塊不平物, 出以應之.

찾아와 구하는 것에 미쳐서 마음속에 먼저 한 덩어리의 불평한 무엇이 있어 이런 상황에 따라 나온 것이다.

 

汝則只將目下事疑之曰:

그러나 너희들은 다만 장차 당장의 일만으로 그것을 의심하며

 

此事我何所失乎, 何處分若是乎?”

이 일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무슨 처분이 이와 같은 것인가?”라고 말하지만,

 

其實罪在向來, 非緣目下有失也.

실제의 죄는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지, 당장의 잘못 있음에 연유한 것은 아니다.

 

思之思之, 篤修行實, 以悅父兄之心.

생각하고 생각하여 독실하게 행실을 닦고서 부형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라.

 

事伯父無別般節目, 唯與事父者一般,

백부를 섬기는 것엔 별다른 절목은 없으니, 오직 아버지를 섬기는 것과 같이 하면 된다.

 

汝能感發興起, 實心做去,

너희가 감발하고 흥기하여 실제로 마음으로 실행해간다면,

 

不出期月, 必渙然矣. 寄兩兒

한 달도 못 되어 반드시 부형들이 풀릴 것이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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