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독서의 때를 얻은 아들들에게 독서의 방법을 가르치다
여진득독서시의(汝眞得讀書時矣)
정약용(丁若鏞)
뛰어난 재능으로 진정한 독서의 때를 얻은 가(稼)에게
汝稼才氣聰記, 視吾少遜. 然汝十歲所作, 殆吾二十時所不能作, 近數歲前所爲, 往往非今日之吾所能及, 豈不以其門徑之不迂回, 聞見之不鹵莽耶?
自汝谷山歸後, 使汝習科文, 一代文人韻士之愛惜汝者, 咸咎吾多慾, 吾亦自視欿然. 今汝旣不能赴科, 卽科文已忘憂矣. 吾意汝已爲進士矣, 已爲及第矣. 識字而無科擧之累, 與爲進士及第者, 奚擇焉? 汝眞得讀書時矣. 吾所云因其廢而善處之者非耶?
독서의 기본은 효제(孝弟)에 달려 있다
汝圃才力, 視乃伯似遜一籌. 然性慈詳, 能有思量, 苟專心此事, 安知不反復勝耶? 近見其文翰稍長, 吾是以知之耳.
讀書必須先立根基. 根基謂何? 非志于學, 不能讀書, 志學必須先立根基. 根基謂何? 曰惟孝弟是已. 先須力行孝弟以立根基, 則學問自然浹洽; 學問旣浹洽, 則讀書不須別講層節耳. 「寄二兒(壬戌十二月卄二日,康津謫中)」
해석
뛰어난 재능으로 진정한 독서의 때를 얻은 가(稼)에게
汝稼才氣聰記, 視吾少遜.
가(학유)야! 너의 재주와 기상과 총명함과 기억력은 나와 비교하면 조금 모자라다.
然汝十歲所作, 殆吾二十時所不能作,
그러나 네가 10살에 지은 것은 거의 내가 20살 때에도 지을 수 없었던 것이고,
近數歲前所爲, 往往非今日之吾所能及,
근래 수 년 전에 지은 것은 이따금 지금의 나로도 미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豈不以其門徑之不迂回, 聞見之不鹵莽耶?
어찌 공부한 것이 우회하지 않았고 견문이 거칠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自汝谷山歸後, 使汝習科文,
네가 곡산으로 돌아온 후부터 너로 하여금 과거의 문장을 익히도록 했었는데
一代文人韻士之愛惜汝者, 咸咎吾多慾, 吾亦自視欿然.
한 시대의 문인과 시인들로 너를 아끼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욕심이 많다고 나무라니 나도 또한 절로 서운하기만 했었다.
今汝旣不能赴科, 卽科文已忘憂矣.
이제 너는 이미 과거를 볼 수 없으니, 곧 과거의 문장은 이미 근심에서 잊혀졌다.
吾意汝已爲進士矣, 已爲及第矣.
그래서 나는 네가 이미 진사가 되었고 이미 급제하였다고 여기는 것이다.
識字而無科擧之累, 與爲進士及第者, 奚擇焉?
지식인으로 과거에 얽매임이 없으니, 진사와 급제한 사람과 함께 무엇이 다르겠는가?
汝眞得讀書時矣. 吾所云因其廢而善處之者非耶?
너는 참으로 독서의 때를 얻었다. 내가 말했던 ‘폐족됨으로 인해 잘 대처하게 된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독서의 기본은 효제(孝弟)에 달려 있다
汝圃才力, 視乃伯似遜一籌.
포(학연)야! 너의 재주와 기력은 형에 비교하면 한 계책 정도 모자란 것 같다.
然性慈詳, 能有思量,
그러나 본성은 자상하며 판단능력이 있으니,
苟專心此事, 安知不反復勝耶?
진실로 독서에 전심한다면, 어찌 도리어 다시 이기지 못할 줄을 알겠는가?
近見其文翰稍長, 吾是以知之耳.
근래에 너의 지은 글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보니, 나는 그것으로 알게 됐을 뿐이다.
讀書必須先立根基.
독서란 필수적으로 먼저 근기를 세워야 한다.
根基謂何? 非志于學, 不能讀書,
근기란 무엇을 말하는가? 배움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할 수가 없으니
志學必須先立根基.
배움에 뜻을 두는 건 필수적으로 먼저 근기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根基謂何? 曰惟孝弟是已.
근기란 무엇을 말하는가? 효(孝)와 제(弟)가 바로 이것이라 말하겠다.
先須力行孝弟以立根基, 則學問自然浹洽;
먼저 반드시 힘써 효제를 행하여 근기를 세우면 학문이 자연히 배어들게 되고,
學問旣浹洽, 則讀書不須別講層節耳. 「寄二兒(壬戌十二月卄二日,康津謫中)」
학문이 이미 배어들면 독서는 별도로 단계나 곡절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어질 뿐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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