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자살한 과부의 미담
박지원(朴趾源)
群吏歔欷而進曰: “朴女家世縣吏也, 其父名相一早歿, 獨有此女而母亦早歿. 則幼養於其大父母, 盡子道.
及年十九, 嫁爲咸陽林述曾妻, 亦家世郡吏也. 述曾素羸弱, 一與之醮, 歸未半歲而歿. 朴女執夫喪, 盡其禮; 事舅姑, 盡婦道, 兩邑之親戚鄰里, 莫不稱其賢. 今而後果驗之矣.”
有老吏感慨曰: “女未嫁時隔數月. 有言‘述曾病入髓, 萬無人道之望, 盍退期?’ 其大父母密諷其女, 女默不應. 迫期, 女家使人覸述曾, 述曾雖美姿貌, 病勞且咳, 菌立而影行也.
家大懼, 擬招他媒, 女斂容曰: ‘曩所裁縫, 爲誰稱體, 又號誰衣也? 女願守初製.’ 家知其志, 遂如期迎婿, ‘雖名合巹, 其實竟守空衣’云.”
해석
群吏歔欷而進曰: “朴女家世縣吏也,
여러 아전들이 탄식하고 나아가 말했다. “박씨 집안은 대대로 현(縣)의 아전이었는데,
其父名相一早歿,
그 아비의 이름은 상일(相一)로 일찍 죽었고
獨有此女而母亦早歿.
홀로 딸 하나만 남겼고, 그 어미 또한 일찍 죽었습니다.
則幼養於其大父母, 盡子道.
어려서부터 조부모 아래에서 자랐으며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다했습니다.
及年十九, 嫁爲咸陽林述曾妻,
나이 열아홉에 함양 임술증(林述曾)의 처가 되었는데,
亦家世郡吏也.
그 집 또한 대대로 군의 아전이었습니다.
述曾素羸弱, 一與之醮,
술증은 본래 허약했는데, 초례(醮禮)를 지내고
歸未半歲而歿.
장가 간 지 반 년도 못 되어 죽었답니다.
朴女執夫喪, 盡其禮;
박씨는 남편의 상(喪)을 집행함에 예를 극진히 했고
事舅姑, 盡婦道,
시부모를 섬김에도 며느리의 도리를 극진히 했으니,
兩邑之親戚鄰里, 莫不稱其賢.
양 고을의 친척과 이웃들이 현모(賢母)라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今而後果驗之矣.”
이제 이후로 과연 증험되었군요.”
有老吏感慨曰: “女未嫁時隔數月.
또 늙은 아전이 감격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가 시집가기 몇 달 전 일입니다.
有言‘述曾病入髓,
사람들이 말들 합니다. ‘술증은 이미 병이 골수(骨髓)에 들어
萬無人道之望, 盍退期?’
만에 하나라도 사람도리를 바랄 수 없는데 어찌 약속을 물리지 않는가?’
其大父母密諷其女, 女默不應.
그 조부모가 은밀히 그녀에게 알렸더니 묵묵히 응답하지 않았답니다.
迫期, 女家使人覸述曾,
기일이 다가오자 여자의 집에서 사람을 시켜 술증을 엿보니,
述曾雖美姿貌, 病勞且咳,
술증은 비록 잘 생겼지만 병이 깊고 기침을 자주 해,
菌立而影行也.
버섯이 피어 그림자가 걸어 다니는 듯했답니다.
家大懼, 擬招他媒,
집에서는 매우 두려워하여 다른 중매를 놓으려고 했더니,
女斂容曰:
그녀가 얼굴빛을 가다듬고 말했답니다.
‘曩所裁縫, 爲誰稱體,
‘앞서 재봉(裁縫)한 옷은 누구의 몸에 맞춘 것이며
又號誰衣也? 女願守初製.’
또한 누구의 옷이라고 불렀습니까? 소녀는 원컨대 처음 맞춘 것을 지키겠습니다.’
家知其志, 遂如期迎婿,
집안에서는 그 뜻을 알고 마침내 약조한 대로 사위를 맞아들였지만,
‘雖名合巹, 其實竟守空衣’云.”
‘비록 이름은 합근(合巹)이지만, 그 실제는 마침내 빈 옷만을 지켰을 뿐이었다【부부 관계가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다는 뜻이다.】.’라고 했답니다.”
인용
1화: ‘열녀’라는 문화가 사람 잡네
2화: 과부의 자식인 사람의 벼슬길을 막기 위해 어머니와 상의하다
3화: 과부 어머니와 엽전
5화: 자살한 과부의 미담
6화: 열녀함양박씨전을 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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