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열녀’라는 문화가 사람 잡네
박지원(朴趾源)
齊人有言曰: “烈女不更二夫” 如『詩』之「柏舟」是也. 然而『國典』, “改嫁子孫, 勿叙正職” 此豈爲庶姓黎甿而設哉.
乃國朝四百年來, 百姓旣沐久道之化. 則女無貴賤, 族無微顯, 莫不守寡, 遂以成俗. 古之所稱烈女, 今之所在寡婦也.
至若田舍少婦, 委衖靑孀, 非有父母不諒之逼, 非有子孫勿叙之恥. 而守寡不足以爲節, 則往往自滅晝燭, 祈殉夜臺. 水火鴆繯, 如蹈樂地. 烈則烈矣, 豈非過歟.
해석
齊人有言曰: “烈女不更二夫”
제(齊) 나라 사람의 말에 “열녀(烈女)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제 나라의 현자 왕촉(王蠋)이 제 나라를 침략한 연(燕) 나라가 자신을 장수로 기용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숙한 여자는 지아비를 두 번 얻지 않는다.[忠臣不事二君 貞女不更二夫]”는 말을 남기고 자결했다. 『사기(史記)』 卷82 「전단열전(田單列傳)」】.”라고 했다.
이는 『시경(詩經)』의 「백주(栢舟)」【『시경』 용풍(鄘風)의 편명으로, 위(衛) 나라 세자 홍백(共伯)이 일찍 죽고 그의 아내인 공강(共姜)이 절개를 지키려 하였는데, 그녀의 부모가 이를 막고 재가를 시키려 하자 공강이 자신의 의지를 노래한 시라고 한다.】와 같은 것이다.
然而『國典』, “改嫁子孫, 勿叙正職”
그러나 『대전(大典)』에는 “개가한 여자의 자손에게는 정직(正職)【정직(正職): 문무반(文武班)의 정식 벼슬을 가리킨다. 『경국대전』 이전(吏典) 경관직(京官職) 조에 “실행(失行)한 부녀와 재가(再嫁)한 부녀의 소생은 동반직(東班職)과 서반직(西班職)에 서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 규정은 정조(正祖) 9년(1785) 『경국대전』과 『속대전(續大典)』 등을 통합하여 편찬한 『대전통편(大典通編)』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을 주지 말라.”라고 했으니,
此豈爲庶姓黎甿而設哉.
이것이 어찌 뭇 백성을 위해 마련한 것이랴.
乃國朝四百年來, 百姓旣沐久道之化.
하지만 우리나라 사백 년 이래로 백성들은 이미 오랫동안 수절을 미덕으로 여기는 도(道)에 교화되었다【구도지화(久道之化): ‘구도(久道)’는 ‘구도(久導)’와 같다. 『백척오동각집(百尺梧桐閣集)』, 『연암제각기(燕巖諸閣記)』 등에는 바로 위의 ‘우리 왕조[國朝]’ 앞에 공백을 둠과 동시에 이 구절에서도 ‘구도지화(久道之化)’라 하여 중간에 공백을 두어 경의를 표했다.】.
則女無貴賤, 族無微顯,
여인이라면 신분의 귀천이나 족벌의 현달함이나 미천함에 상관이 없다.
莫不守寡, 遂以成俗.
과부가 되면 수절하지 않은 자가 없으니, 마침내 풍속을 이루었다.
古之所稱烈女, 今之所在寡婦也.
그래서 예부터 일컬어졌던 ‘열녀’라는 말이 지금의 과부들에게도 남아있는 것이다.
至若田舍少婦, 委衖靑孀,
농가의 어린 부인네나 위항(委衖)의 청상(靑孀)과 같은 경우에 이르면
非有父母不諒之逼,
죽은 남편을 생각하지 말라는 핍박을 주는 부모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非有子孫勿叙之恥.
‘정직을 주지 말라’는 부끄럼을 주는 자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而守寡不足以爲節,
그럼에도 ‘과부임을 지키는 것이 정절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하면서
則往往自滅晝燭, 祈殉夜臺.
이따금 스스로 밝은 햇살을 저버리고【당시 풍속에 과부는 외간 남자와 접촉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거처하는 방에 대낮에도 촛불을 켜 두었다. 죽기로 결심했으므로 더 이상 그러한 구차스러운 조치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두운 저승으로 가기를 기원한다.
水火鴆繯, 如蹈樂地.
그래서 물이나 불에 몸을 던지고, 짐주(鴆酒)를 마시고, 목매는 것 등을 극락을 밟듯 한다.
烈則烈矣, 豈非過歟.
열녀이긴 열녀라 해도, 어찌 지나치지 않으랴.
인용
1화: ‘열녀’라는 문화가 사람 잡네
2화: 과부의 자식인 사람의 벼슬길을 막기 위해 어머니와 상의하다
3화: 과부 어머니와 엽전
5화: 자살한 과부의 미담
6화: 열녀함양박씨전을 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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