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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말 머리에 무지개가 뜬 광경을 적은 글 - 4. 총평 본문

책/한문(漢文)

말 머리에 무지개가 뜬 광경을 적은 글 - 4. 총평

건방진방랑자 2020. 4. 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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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총평

 

 

1

동아시아에서의 고대 이래 무지개를 상서롭지 못한 자연 현상으로 간주해 왔다. 그래서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주류적 관점과는 달리 무지개를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 삼은 문이나 예술가가 전연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17세기에 활동한 중국의 걸출한 화가 석도石濤수홍도垂虹圖같은 그림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 밑 석파石坡(평평한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는 두 고사高士는 무지개에서 어떤 황홀경을 맛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연암의 이 글은 석도의 무지개 그림처럼 무지개를 미적 관조의 본격적 대상으로 삼고 있는 희귀한 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 석도(石濤)의 「수홍도(垂虹圖)」

 

 

2

이글에는 진부한 글자가 하나도 없고 모든 글자가 문맥 속에서 펄펄 살아 있는 글자로 창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어의 마술사로서의 연암 특유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은 연암이 현란한 언어와 수사를 구사하는 데 능했다는 말이 아니다. 평범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그 언어에 새로운 느낌과 이미지, 새로운 뉘앙스와 빛깔을 부여하면서 대상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정채 있게, 그리고 깊숙이 묘파해 냈다는 점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이 글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감각적ㆍ비유적인 언어로 생동감 있게 잘 그려 냈다. 일찍이 중국 북송의 소동파는 당나라의 시인인 왕유王維를 평하면서 시 가운데 그림이 있다라는 말을 한 바 있지만, 연암의 경우 가히 가운데 그림이 있다라고 할 만하다.

 

 

3

전근대 동아시아의 문학 장르 가운데 산수유기山水遊記라는 것이 있으니, 곧 산수에 노닌 일을 기록한 글을 이르는 말이다. 연암은 아마도 당시 무슨 볼일이 있어서 강화에 들어간 것 같고 놀러 갈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닌 듯하므로(놀러 가서 쓴 글은 대개 그 점을 명기한다), 이 글을 산수유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객관적 묘사와 주관의 토로가 표 나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 노정露程 및 관찰점觀察點이 비교적 명시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산수유기의 창작 전통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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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에 무지개 기운이 날리던 기록

馬首虹飛記

 

 

맑던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생기네

夜宿鳳翔邨, 曉入沁都. 行五里許, 天始明, 無纖氛點翳. 日纔上天一尺, 忽有黑雲, 點日如烏頭, 須臾掩日半輪. 慘憺窅冥, 如恨如愁, 頻蹙不寧. 光氣旁溢, 皆成彗孛, 下射天際如怒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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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긴 구름으로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져 번쩍이네

海外諸山, 各出小雲遙相應, 蓬蓬有毒. 或出電, 耀威日下, 殷殷有聲矣. 少焉, 四面䢔遝正黑, 無縫罅.

電出其間, 始見雲之積疊襞褶者, 千朶萬葉, 如衣之有緣, 如花之有暈, 皆有淺深.

雷聲若裂, 疑有墨龍跳出, 然雨不甚猛, 遙望之間, 雨脚如垂疋練.

저 멀리 연안과 배천 사이를 바라보니 빗발이 한 필의 비단에 드리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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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던 하늘이 갠 풍경

促馬行十餘里, 日光忽透, 漸益明麗. 向之頑雲, 盡化慶霱祥曇, 五彩絪縕. 馬首有氣丈餘, 黃濁如凝油. 指顧之間, 忽變紅碧, 矯矯冲天, 可門而由也, 橋而度也. 初在馬首, 可手摸也, 益前益遠.

已而行至文殊山城, 轉出山足, 望見沁府外城, 緣江百里, 粉堞照日, 而虹脚猶揷江中也. -燕巖集卷之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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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자연을 담아내는 신채나는 표현

2. 동양화의 화법으로 구름을 묘사하다

3. 능청스러워 보일 정도로 깔끔하고 절제된 미학

4.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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