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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박지원 - 마수홍비기(馬首虹飛記)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마수홍비기(馬首虹飛記)

건방진방랑자 2021. 11.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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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에 무지개 기운이 날리던 기록

마수홍비기(馬首虹飛記)

 

박지원(朴趾源)

 

 

맑던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생기네

夜宿鳳翔邨, 曉入沁都. 行五里許, 天始明, 無纖氛點翳. 日纔上天一尺, 忽有黑雲, 點日如烏頭, 須臾掩日半輪. 慘憺窅冥, 如恨如愁, 頻蹙不寧. 光氣旁溢, 皆成彗孛, 下射天際如怒瀑.

 

갑자기 생긴 구름으로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져 번쩍이네

海外諸山, 各出小雲遙相應, 蓬蓬有毒. 或出電, 耀威日下, 殷殷有聲矣. 少焉, 四面䢔遝正黑, 無縫罅.

電出其間, 始見雲之積疊襞褶者, 千朶萬葉, 如衣之有緣, 如花之有暈, 皆有淺深.

雷聲若裂, 疑有墨龍跳出, 然雨不甚猛, 遙望之間, 雨脚如垂疋練.

저 멀리 연안과 배천 사이를 바라보니 빗발이 한 필의 비단에 드리운 듯했다.

 

흐리던 하늘이 갠 풍경

促馬行十餘里, 日光忽透, 漸益明麗. 向之頑雲, 盡化慶霱祥曇, 五彩絪縕. 馬首有氣丈餘, 黃濁如凝油. 指顧之間, 忽變紅碧, 矯矯冲天, 可門而由也, 橋而度也. 初在馬首, 可手摸也, 益前益遠.

已而行至文殊山城, 轉出山足, 望見沁府外城, 緣江百里, 粉堞照日, 而虹脚猶揷江中也. -燕巖集卷之十

 

 

 

 

 

 

해석

 

맑던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생기네

 

夜宿鳳翔邨, 曉入沁都.

밤에 봉상촌봉상촌(鳳翔村): 지금의 김포군 통진면의 고을 이름이다. 이곳에는 연암가(燕巖家)의 전장(田庄)이 있었다. 이 전장은 연암의 6대조인 박동량(朴東亮, 1569~1635)이 처음 마련한 것으로서, 연암 증조부의 묘도 여기에 있었다. 봉상촌에서 강화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북쪽으로 15리쯤에 있는 문수산을 향해 간 다음, 문수산의 서쪽 산자락을 돌아 다시 2, 3리를 가 지금의 강화대교 부근에 있던 나루에서 물을 건너야 했다. 조선 시대 당시의 길로 그렇다는 말이다. 이 길은 툭 트인 김포평야 사이로 난 길인데, 연암은 이 평야지대를 지나면서 목도한 광경을 글로 적고 있다. -연암을 읽는다, 34에서 묵고 새벽에 강화도심도(沁都): 강화도의 옛 이름에 들어갔다.

 

行五里許, 天始明,

다닌 지 5리쯤에서야 하늘이 비로소 동트더니

 

無纖氛點翳.

조그마한 이상한 기운이나 한 점의 햇빛 가리개조차도 없었다.

 

日纔上天一尺, 忽有黑雲,

해가 겨우 하늘에 한 자쯤 오르게 되자 갑자기 검은 구름이 생겼는데

 

點日如烏頭, 須臾掩日半輪.

해에 점찍은 것이 마치 까마귀 머리 같아 잠깐 사이에 해의 반절이나 가려버렸다.

 

慘憺窅冥, 如恨如愁,

처참하고 아득하여 한이 서린 듯 근심하는 듯해서

 

頻蹙不寧.

자주 찡그리게 되고 편치 못하였다.

 

光氣旁溢, 皆成彗孛,

햇볕의 기운은 곁으로 넘쳐 모두 꼬리별혜패(彗孛): 모성(鉾星), 미성(尾星), 장성(長星), 추성(箒星), 혜성(彗星), 길쓸별, 꽁지별, 살별과 동의어로, 긴 꼬리를 끌고 나타나는 별을 말함을 이루어

 

下射天際如怒瀑.

햇볕이 하늘가로 내려쬐니 성난 폭포 같았다.

 

 

 

갑자기 생긴 구름으로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져 번쩍이네

 

海外諸山, 各出小雲遙相應,

바다 밖의 모든 산은 각각 쪼그마한 구름을 내어 멀리서 서로 엉겨 붙더니

 

蓬蓬有毒.

뭉게뭉게 독기가 생겼다.

 

或出電, 耀威日下,

간혹 번개가 번쩍여 해 아래 부분에 빛의 위엄이 있었고

 

殷殷有聲矣.

은은하게 쾅 소리가 났다.

 

少焉, 四面䢔遝正黑, 無縫罅.

잠깐 사이에 사면이 뒤엉켜 바로 흐려졌는데 꿰맨 자국조차 없었다.

 

電出其間,

번개가 그 사이에서 쳐서

 

始見雲之積疊襞褶者, 千朶萬葉,

처음으로 구름의 켜켜이 쌓인 주름에 1.000개의 꽃송이와 10.000개의 잎사귀가 보였으니

 

如衣之有緣, 如花之有暈,

옷의 가장자리에 있는 듯, 꽃의 무리가 있는 듯해서

 

皆有淺深.

모두 옅은 색과 깊은 색이 있었다.

 

雷聲若裂, 疑有墨龍跳出,

번개소리가 찢어질 듯하여 검은 용이 도망 나오나 의심이 들 정도였지만

 

然雨不甚猛,

비는 매우 맹렬하진 않았고

 

遙望之間, 雨脚如垂疋練.

저 멀리 연안과 배천연안(延安): 황해도 연백 지역의 옛 지명 / 백천군(白川郡):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황해남도 동남단에 있는 군사이를 바라보니 빗발이 한 필의 비단에 드리운 듯했다.

 

 

 

흐리던 하늘이 갠 풍경

 

促馬行十餘里, 日光忽透,

말을 재촉해 10여리를 가니 햇볕이 갑자기 스며들다가

 

漸益明麗.

점점 더욱 밝고도 고와졌다.

 

向之頑雲, 盡化慶霱祥曇,

이전의 검은 완악한 구름이 모두 경사로운 구름과 상서로운 구름으로 변하더니

 

五彩絪縕.

오색이 아롱졌다.

 

馬首有氣丈餘, 黃濁如凝油.

말 머리에 몇 길이의 기운이 있어 누렇고 흐린 것이 기름이 덩어리진 것 같았다.

 

指顧之間, 忽變紅碧,

잠깐 사이에 갑자기 붉고도 푸르게 변하다가

 

矯矯冲天,

굳세게 하늘을 찔러

 

可門而由也, 橋而度也.

문으로 삼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다리로 삼아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初在馬首, 可手摸也,

처음엔 말 머리에 있어 손으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했는데

 

益前益遠.

더욱 나아갈수록 더욱 멀어졌다.

 

已而行至文殊山城, 轉出山足,

이윽고 걸어 문수산성에 이르렀고 산기슭을 돌아 나와

 

望見沁府外城,

강화도의 외성심부외성(沁府外城): 강화도의 동쪽 해협을 따라 긴 성이 축조되어 있었던바, 이것이 곧 강화부 외성이다. 이 성은 고려 23대 고종이 몽골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강화도로 도읍을 옮기면서 처음 쌓았으며, 조선조 광해군 10(1618)에 수축하고 영조 21(1745)에 고쳐 쌓았다. 연암이 본 건 영조 때 고쳐 쌓은 성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다 무너졌으며 오직 하점면 망월리와 불은면 오두리에 그 일부가 남아 있다. 한편 현재의 강화읍을 둘러싸고 있는 성을 강화 내성(內城)이라고 한다을 바라보니

 

緣江百里, 粉堞照日,

강을 연이은 백리의 흰 성가퀴성가퀴[]: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을 말한다에 햇볕이 내리쬐고

 

而虹脚猶揷江中也. -燕巖集卷之十

무지개발무지개 발[虹脚]: 무지개의 밑동, 즉 무지개의 지상에 닿은 부분을 말한다. 앞에 나온 빗발이라는 말과 서로 호응을 이루는 말이다이 강 속으로 내리꽂히는 듯했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 자연을 담아내는 신채나는 표현

2. 동양화의 화법으로 구름을 묘사하다

3. 능청스러워 보일 정도로 깔끔하고 절제된 미학

4.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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