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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죽오’라는 집의 기문 - 2. 상투적인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본문

책/한문(漢文)

‘죽오’라는 집의 기문 - 2. 상투적인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건방진방랑자 2020. 4. 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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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투적인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예로부터 대나무를 찬양한 사람은 무지하게 많다. 시경』 「기욱淇燠 이래로 읊조리고 찬탄하는 것만으론 부족해서 차군此君이라 일컬으며 숭상한 사람까지 있었으니, 대나무는 그래서 마침내 피폐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천하에는 으로 자호字號를 삼는 사람이 그치지 않고 게다가 그런 호를 지은 까닭을 기문記文으로 적곤 하지만, 설사 채윤蔡倫이나 몽염蒙恬의 지필紙筆이라 할지라도, 대나무를 두고서 풍상風霜에도 변치 않는 지조라느니 소탈하고 자유로운 모습이라느니 하고 서술하는 데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머리가 허옇게 되도록 쓴 글이 죄다 진부한 글이니, 대나무는 그래서 마침내 그 정채를 잃게 되었다. 나처럼 재주 없는 사람도 대나무의 덕성을 찬양하고 대나무의 소리와 빛깔을 형용한 시문詩文을 여러 편 지었거늘, 다시 글을 지어 무엇 하겠는가.

古來讚竹者甚多. 淇澳, 歌咏之嗟嘆之不足, 至有而尊之者, 竹遂以病矣. 然而天下之以竹爲號者不止, 又從以文而記之. 則雖使蔡倫削牘, 蒙恬束毫, 不離乎風霜不變之操, 䟽簡偃仰之態. 頭白汗靑, 盡屬飣餖, 竹於是乎餒矣. 顧以余之不文, 讚竹之德性, 以形容竹之聲色, 作爲詩文者多矣, 更何能文爲.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는가? 연암은 언어 자체를 어떤 식으로든 쇄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어의 쇄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에 대해 연암은 여러 가지 구상과 실천을 보여주는데, 그 가운데 다음의 두 가지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감의 중시. 실감이란 무엇인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실한 느낌을 말한다. 그러므로 실감은 진실성을 지니며, 진실성을 지니기에 상투성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연암의 경우 실감의 강조는 체험 및 감수성에 대한 강조와 연결되면서 상상력의 확장과 혁신을 낳고, 상상력의 확장과 혁신은 급기야 언어에 참신성과 생기를 부여한다.

 

둘째, 비유ㆍ풍자ㆍ해학ㆍ역설ㆍ알레고리 등 글쓰기 방법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비유는 종종 사물의 표상과 의미를 확장하고, 사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연암은 글쓰기에서 비유를 대단히 애용하고 있는데, 이는 편견과 고정관념, 경직된 사고와 의식을 탈피해 유연한 자세와 열린 눈으로 사물의 생기발랄한 모습과 기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다. 말하자면 비유는 연암에게 있어 상투성과 관습적 사고를 넘어서게 하는 인식론적ㆍ미학적 도구다. 그것은 언어의 쇄신이면서 동시에 상상력의 쇄신이다. 연암 문학의 상상력의 특질, 즉 자유롭고 분방하며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면모는 연암이 구사하는 저 대담하고도 놀라운 비유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런 점에서 비유는 연암의 글을 죽은 글이 아니라 생기 가득한 글로 만드는 데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풍자와 해학, 역설과 알레고리는 권위, 엄숙성, 허위의식, 경직된 생각 따위를 깨뜨리는 데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연암은 이 점과 관련해 패관소설체를 구사한다는 비난을 받곤 했지만, 연암의 이 패관소설체야말로 기실 언어의 쇄신, 사상과 사고방식의 쇄신을 향한 일대 중요한 진전이었던 것이다.

 

이 단락의 마지막 구절인 다시 글을 지어 무엇 하겠는가(更何能文爲)”라는 말은 이 단락을 맺는말임과 동시에 다음 단락을 여는 말이기도 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우리 한시를 읽다를 끝내다

건빵의 죽오기, 건빵재를 열다

1. 대나무에 관한 글을 써주지 않으려는 이유

2. 상투적인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3. 양호맹의 진실한 대나무 사랑

4. 대나무를 닮아 간 사내

5. 변함없는 인간에 대한 헌사를 담아 기문을 쓰다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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