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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13. 지금 순간을 누리기의 어려움[목포⇒무안터미널](09.04.20.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13. 지금 순간을 누리기의 어려움[목포⇒무안터미널](09.04.20.월)

건방진방랑자 2021. 2. 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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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순간을 누리기의 어려움

 

 

오늘과 내일, 많은 비가 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국토종단을 시작하는 날에 많은 비가 온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다. 배낭과 신발도 아직 몸에 맞지 않았고 국토종단도 익숙하지 않은데다 비까지 맞으며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부터 났다. 보통 때였으면 하루 이틀 연기해서 날씨가 쾌청해진 후에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 처음이기에 과하지 않게 가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의 국토종단을 준비하는 자세

 

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아니더라도 한 달 동안 여행을 하는 이상 언젠가 비 내리는 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기예보를 보며 날짜를 미룰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극한의 상황에서 여행을 해보면 국토종단의 참 맛도 알게 될 거고 어떤 어려움이 와도 아무렇지 않게 헤쳐나갈 수 있게 단련될 거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우의와 우산까지 꼼꼼히 챙겼다. 이젠 우의의 성능을 몸소 실험하며 나가기만 하면 된다. ^^

찜질방에서 자는 내내 뒤척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환경이 낯설어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2007년에 떠났던 실학기행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자연스런 반응이리라. 새로운 환경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식의 문제였을 뿐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의 관성을 의식으로 일시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인위적인 노력이 계속 될 수록 더욱 빨리 지칠 것이고 이 여행 또한 즐겁기보단 힘겨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지 않은가. 어느 순간엔 이 모든 게 익숙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행을 하는 중에 내 몸이 어떻게 적응해가고 마음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 2007년에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떠난 실학기행도 도전이었다. 그에 비하면 국토종단은 더욱 넘사벽이다.

 

 

 

이 순간을 사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630분에 일어났고 바로 샤워를 했다.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오후에나 비가 올 거라 생각했기에 짐을 비닐로 싸진 않았다. 잔뜩 찌푸린 날에 걸을 생각을 하니, 오히려 기분은 좋았다. 어젠 어찌나 날씨가 좋았는지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끼고 시원한 바람까지 부니 어제에 비하면 훨씬 걷기 좋을 것이다.

적어도 창문을 열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기대를 하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벌써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나 한 것처럼 기분이 일순간에 나빠졌다. 물론 누구도 그런 기회를 뺏어간 적은 없으니, 스스로 기대하고 그만큼 실망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사람은 지금ㆍ이 순간이 아닌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라 할 만하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건 여행을 하려는 목적인 카르페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과도 동떨어진 삶의 태도다. 단번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그런 삶을 바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임박해올 때마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려 노력하며 변해가는 것뿐일 테니 말이다.

 

 

▲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현재를 살라는 가르침은 그저 가볍거나 낭만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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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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