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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4. 카르페디엠Carpe Diem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4. 카르페디엠Carpe Diem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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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르페디엠Carpe Diem

 

그렇다면 키팅은 왜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박물관에 데리고 간 것일까? 그 박물관엔 선배들의 의기양양한 사진이 걸려 있다. 명문학교답게 그곳에 다니던 선배들은 열정이 가득했고, 얼굴엔 자신감이 흘러넘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가득 부풀어 있었다. 겨우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만족감과 희망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진을 보여주며 키팅은 선배들의 사진을 보면서 너희들도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힘내서 학교생활을 해보렴이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젊음의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한가득 보인다. 이걸 본받으라는 것인가?

 

 

 

체험, 박물관 현장

 

하지만 역시나 기대를 깨듯 너희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머리모양도 같고, 너희처럼 젊고 패기만만하고, 너희처럼 세상을 그들 손에 넣어 위대한 일을 할 거라 믿고, 그들의 눈도 너희들처럼 희망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시기를 놓친 것일까?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죽어서 땅에 묻혀 있는지 오래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선배들을 본받을 대상이 아닌, 본받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며 삶의 끝엔 죽음이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거침없이 알려준다.

그러면서 주검이 된 선배들이 속삭이고 있다며 그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그 말에 반신반의하며 사진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 때 키팅은 아주 나지막하며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Carpe Diem(현재를 즐기라, 오늘을 즐기라)”이라고 말한다.

 

 

사진 속의 선배들이 직접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만약 이 말을 교실이란 공간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했다면, 그건 아파야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뻔하디 뻔한 말로 들렸을 것이다. 교실에서도 삶에 혜안을 주는 많은 말들이 울려 퍼지지만 교실이란 환경 때문인지, 교사와 학생의 상하관계 때문인지 어떤 말이든 잔소리처럼 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교실을 벗어나 박물관에 와서 직접 선배들의 사진을 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아닌, 속삭이는 목소리로 그 말을 듣게 되니, 그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직접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 같은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그건 말 그대로 오묘한 경험이었고, 생생히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수업이었기에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 등골이 오싹했어”, “이상했어라는 말을 한 것이다.

 

 

같은 내용도 교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의미심장하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라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카르페디엠이란 말을 시간이 있을 때 장미봉우리를 꺾어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이 내일이면 질 것이니라는 시를 인용하며 알려줬다. 지금 당장 이 말을 들었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 말뜻을 안다거나,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팩트 있게 들린 말이기에 의식의 어느 부분에서 자라날 것이다. 그게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 발아하게 될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바꿀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시대의 시간과 다른 시간을 사는 것. 바로 비시대성이 타임머신 없이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미래로 떠나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그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너는 타임머신에 승선하지 않고도 미래를 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머무른 채로 떠나기이며, ‘앉은 채로 유목하기아니겠는가.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그린비출판사, 2003, pp 215

 

 

카르페디엠이란 지금-여기를 살라는 말이다. 우린 미래의 불안, 미지의 두려움을 가슴 깊이 안고서 그걸 해소하기 위해 현실을 늘 희생양으로 바쳐가며 살아왔다. 그러니 지금은 힘들지라도 하나라도 더 배워야 했고, 한 순간이라도 더 애써야 했으며, 끊임없이 갈구하고 욕망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보니 현재는 늘 불안과 공포의 연속이 되었고, 행복과 희망은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한 없이 밀려날 뿐이었다.

 

 

현재를 살지 못하고, 현재를 미래를 위한 희생양으로 힘겹게 짊어지고 산다.

 

 

그래서 키팅이 외친 말이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라는 말이다. 사람은 미래를 살 수 없다. 그리고 과거에도 살 수가 없다. 오로지 현재만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오지도 않은 미래에 지금을 담보로 걸고서 불행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 미래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키팅이 학생들과 만나고 무언가를 해나가는 방식이 카르페디엠을 실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여기를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때 생기는 두려움들을 어떻게 맞닥뜨려야 하는지 여러 수업 방식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이런 독특한 방식 때문에 어떤 이에겐 괴짜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겐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음 후기에선 키팅의 교육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교육관이 어떤 수업방식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오늘을 즐겨라. 그 정신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해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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