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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11. 초보 여행자의 어색한 출발[유달산⇒목포터미널] (09.04.19.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11. 초보 여행자의 어색한 출발[유달산⇒목포터미널] (09.04.19.일)

건방진방랑자 2021. 2. 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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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여행자의 어색한 출발

 

 

850분에 전주에서 목포로 가는 차가 있는 줄 알고 그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아뿔사~ 926분 차였다.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한 게 아니라 개인 블로그 같은 곳에서 확인한 게 낭패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겁기만 하더라. 이제야 나의 꿈에 한 발 다가가는 거니 말이다.

 

 

▲ 이제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하지만 오늘은 워밍업이기에 즐기면 된다.

 

 

 

초보 여행자의 자잘한 실수

 

기다리다가 차가 왔고 차에 타려고 배낭을 들 때였다. 배낭에 간식부터 지도, 그리고 여벌옷까지 넣다보니 꽉 차서 엄청 무거웠다. 그런 배낭을 조심해서 든 게 아니라 앞에 달린 끈을 쭉 잡아 당겨 들려 했으니,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줄은 미싱 기계로 단단히 꿰매져 있어 튼튼해 보였고, 실제로 아침에 배낭을 멜 때도 그 줄을 당겨서 맸는데도 버텨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미싱 부분이 조금 터진 것인지 이번에는 바로 뚝 끊어져 버리더라. 본격적인 여행도 하기 전에 이게 웬 낭패인지~~

그래서 버스에 앉자마자 발에 물집이 잡히면 터뜨리려 준비한 바늘과 실을 꺼내서 열심히 꿰맸다.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말이다. 아직 모든 게 낯설다보니 이런 실수도 다 한다. 초보 여행자의 비애가 느껴지던 순간이다.

 

 

▲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마냥 좋단다^^

 

 

 

늦춰진 여행과 첫 여행의 두려움

 

그건 그렇고 드디어 출발하는 것이지 않은가? 애초 계획은 316일에 떠나는 거였다. 그런데 집이 이사 가는 문제가 겹쳐 46일로, 다시 13일로, 또다시 18일로, 또또 다시 19일로 미뤄진 것이다. 이사 갈 집을 리모델링하는데 그게 내 생각만큼 쉽게, 빨리 되지 않더라. 그런 우여곡절 끝에 큰 공사가 어제 다 끝났다. 어머니도 나의 여행을 말리고 싶으셨겠지만, 이미 여러 번 미뤄왔던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말리지 않으셨다. 나도 19일엔 어떤 경우가 있어도 떠나기 위해 저번 일주일 내내 리모델링 공사에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어머니로서도 그 정상을 참작해서 어쩔 수 없으셨던 걸 테다.

그래서 어젠 장어를 먹으며 환송식 아닌 환송식을 했다. 막상 미루고 미루어 오다가 진짜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쁨은 잠시 뿐이고 어찌나 두려움이 밀려오던지.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두려움을 잔뜩 느끼면서 뒤척이다가 잠을 깼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니 당연했다. 이젠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내가 간절히 원했던 꿈을 어떻게 이루어낼지가 관건인 셈이다.

 

 

▲ 어젯밤에 짐을 챙기며 두려움이 한껏 밀려왔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목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에게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마도 막상 여행을 떠나게 되니 두려웠던 것이고 그걸 조금이나마 떨쳐 내기 위해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모두 다 밝고 활기찬 문자를 보내주더라. 그중에서도 인생은 어차피 혼자이고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자유로움 속을 거닐다 와라는 문자가 마음 한구석을 울렸다. 피아노 학원 원장선생님이 보내준 문자인데,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말이 와 닿았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혼자서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같이 떠날 수 있는지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다. 왜였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의 의지나 나의 가능성에 따라 무언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의지하고 그 사람의 생각에 맞춰서 살아왔을 뿐이다. 바로 그런 나를 벗어나고 싶었고 이번 여행을 그런 계기로 만들고 싶었다. 둘이 같이 떠나면 서로 의지하고 심심하지 않겠지만,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이고 나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여전히 모른 채 여행은 끝날 것이다. 그럴 경우 난 여전히 숙제를 풀지 못한 찝찝한 기분으로 여행을 마치게 될 소산이 크다. 그러지 않기 위해 홀로 떠나야겠다고 맘을 먹은 것이다. 자유로움을 맘껏 느끼며 혼자서 거닐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고 싶다.

 

 

▲ 유정 선배가 준 선물과 속지에 써준 글귀. 여행을 떠나는 나에겐 큰 힘이었다.

 

 

 

꿈만 같던 출발

 

여행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날씨는 정말 좋았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서늘해서 나들이를 가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목포터미널에 내리니 학과 후배가 기다리고 있더라. 오늘부터 국토종단이라고 후배에게 진즉부터 말해놓은 상황이었다. 이 녀석과는 복학하고 나서 공부할 때나, 임용을 볼 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목포를 출발지로 정한 데엔 이 녀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우니, 겸사겸사 사람도 만나고 출발의식도 하려는 속셈이었다. 원래대로 어제 왔으면 같이 놀아줄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좀 바쁘다고 하더라. 그 말이 섭섭하긴 했지만, 나도 큰 일을 코앞에 두고 있기에 그렇게 한가롭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작년에 다른 후배가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을 때 장례식장까지 태워다줬었다. 그때 고마웠다며 이번에 이렇게 점심을 사면 좀 맘이 편해질 거라고 하더라. 그런 정감이 흐르는 게 정말 고마웠고 감사했다.

밥을 먹으며 여기선 어디 가볼 만한 데 있어?”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제주도였으면 알려줄 수 있는데, 자긴 목포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유달산과 평화광장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고, 다행히도 유달산에 가는 버스를 안다고 하더라. 밥을 다 먹고 우린 정류장까지 같이 걸었고 내가 버스에 올라타면서 후배와는 헤어져야 했다. 이제 정말 나만의 길을 홀로 가야 한다. 두렵기도 하고,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내 머리보다 높게 솟은 배낭을 메고서 길을 위태롭게 걷고 있다. 나 스스로도 그 모습이 어찌나 어색하고 창피하던지. 아직도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 배낭은 내 몸에 맞지 않고, 신발도 길이 덜 들어 어색하며, 국토종단이란 것에도 낯설어 꼭 꿈 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 이땐 다들 열심히 한문공부를 하던 때였다. 좋은 인연이 만든 좋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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