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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61. 고추심기의 고단함만큼 맘은 여유로워지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1. 고추심기의 고단함만큼 맘은 여유로워지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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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심기의 고단함만큼 맘은 여유로워지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간다. 이 길은 어제 내가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이 길로 쭉 가면 초평면이 나오고 경찰서가 나온다. 차는 그 경찰서를 지나 10~15분 정도를 더 들어갔다.

 

 

▲ 삽으로 흙을 올려주면, 손으로 모종을 세우면 된다.

 

 

 

규모가 다른 이장님 친구네 고추밭

 

이미 밭엔 많은 사람들이 고추를 심고 있었다. 그 규모만 대충 살펴보니, 이장님네 밭과는 쨉이 안 될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컸다. 오전은 고추심기 체험 정도라 할 수 있고, 이곳이야말로 실전과도 같다고나 할까. 두둑의 길이가 훨씬 길었고, 이랑의 수도 훨씬 많았으니 말이다.

이장님네에선 고추를 두둑에 박아 넣는 일을 했다면, 여기선 퍼올려진 흙을 이용해 줄기를 세우는 일을 했다. 오전엔 면적이 넓지 않고 처음 하는 일이라 신나게 즐기며 일할 수 있었는데, 오후엔 반복되는 일이 지겹기도 하고 일의 끝도 보이지 않아 그저 묵묵히 일을 해야만 했다.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니 허리가 엄청 아팠고 국토종단의 여파로 발바닥도 시큰거려 이중고를 참아내야만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반복적으로 일만 하고 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니 큼지막한 한 두둑이 끝났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1/3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 온몸이 무지막지하게 쑤신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만은 여유롭더라.

 

 

 

빗속 노동의 힘겨움

 

그때 나온 간식은 통닭이었다. 저번에도 홀로 통닭파티를 했으니, 다시 파티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미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은 터라 통닭엔 손이 가질 않았다. 평소엔 배가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맘조차 가지 않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 통닭이 어찌나 아깝게만 느껴지던지. 통닭은 조금 맛만 보고 맥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그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라.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고 부슬부슬 오는 정도였기에 바로 일을 시작해야 했다. 이때부턴 오전처럼 모판에서 고추싹을 떼어 두둑에 박아 넣는 일을 했다. 이 일이 그나마 수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가 오니 몸은 더욱 무겁더라. 신발에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발을 들기가 힘겨웠고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으니 조금만 움직이더라 힘이 두 배로 들었다. 거기에 모판이 물기를 머금으니 무겁기도 무겁고, 잘 떼어지지 않더라.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나만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 그저 두둑에 서서히 고추싹이 채워지는 광경을 보며 위안을 삼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 그때 찍은 사진이 없어, 대체한다. 이런 느낌으로 뚫려진 곳에 묘종을 심으면 된다.

 

 

인용

목차

사진

여행

2010년 고추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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