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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63. 나중을 기약하며 돈을 받지 않다[진천⇒이월](09.05.03.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3. 나중을 기약하며 돈을 받지 않다[진천⇒이월](09.05.03.일)

건방진방랑자 2021. 2.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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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을 기약하며 돈을 받지 않다

 

 

마을회관 보일러는 온도 조절이 안 되나보다. 분명히 18도로 맞춰놓고 잤는데 계속 뜨거워지더니 급기야 찜질방 수준까지 온도가 올라간 것이다. 몸이 고된 탓에 모르고 푹 자다가 11시쯤에 더운 열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온돌은 몸은 누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밀폐된 방안은 후끈후끈 열기로 가득했다. 완전 불구덩이 속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창문을 잠시 열었다 닫았음에도 그 열기는 쉽게 빠지지 않더라. 몸은 피곤한데도 열기에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 오랜만에 도보여행을 한다. 기분이 상쾌하다.

 

 

 

일당 이상의 경험과 행복을 듬뿍 받다

 

아침 620분에 일어나 730분까지 챙긴 후 이장님 댁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새 이장님 댁 막둥이 민지와는 완전히 친해진 느낌이다. 딱 달라붙어 아는 체를 한다. 이장님은 돈을 주시려 하시더라. 어제 일을 했으니 일당 면목으로 주는 거다.

그런데 받을 수 없었다. 물론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나도 좋은 경험 했고 좋은 기운 듬뿍 받았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했다. 더욱이 그제부터 어제까지 이틀간 내가 생각하던 국토종단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날이었다. 길에서 새로운 인연과 어우러지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평소의 나라면 감히 하지 않을 일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 떠났기에, 길에 섰기에 더 이상 나를 주장하는 건, 나만의 것을 강조하는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떠났으면 철저히 나라는 의식을 형해화(形解化)해야 하고 길에 섰으면 다양한 마주침에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이틀 간 충분히 경험했고 충분히 느꼈다. 그리고 더욱 우연을 긍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듬뿍 받았는데도 어찌 또다시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중에 고추 딸 때나 불러 주세요.”라고 말을 하고서 인사를 하며 정든 공간을 나섰다.

 

 

▲ 이 길을 떠난 이유, 바로 지금이 가장 가깝다.

 

 

 

예비군 훈련이 경로를 바꾸다

 

어제 하루를 쉬고 걷는 거라 그런지 기운이 용솟음친다. 솔직히 이장님 댁을 나올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과 모처럼 만에 함께 하며 가족같이 지내서인지 그 인정이 자꾸 사무친다고나 할까? 그래서 발길도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더 머무를 순 없었다. 할 일이 있어 머무르는 것과 그냥 머무르는 것은 다르니 말이다. 나갈 땐 어제 함께 일하며 그나마 조금 친해진 큰 아들이 배웅해주더라. 다음에 시간 있을 때 또 놀러 오라며...

아침에 출발할 때만 해도 음성으로 갈 생각이었다. 모레까지는 걸을 수 있다. 그러니 갈 수 있는 만큼 가다가 거기서 56일에 있는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버스를 두 번 타야 한다. 음성에는 전주행 버스가 없기 때문에 전주행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버스를 두 번 타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전주로 갈 땐 버스를 두 번 갈아타든, 세 번 갈아타든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주에서 다시 올 때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춘 곳으로 다시 찾아가는 게 여러모로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루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지도를 펼치고 여러 가지 경로를 쭉 살펴봤다. 그랬더니 안성시까지 가는 길이 더 가깝고 의 규모이기에 전주로 가는 버스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513 국지도를 타려 했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587 국지도를 타기로 했다. 바람은 선선히 불어오긴 했지만 내리쬐는 태양빛의 더움을 가시기엔 태부족이었다.

 

 

▲ 길과 사람, 길은 사람과 얽힐 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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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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