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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64. 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날 춤추게 한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4. 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날 춤추게 한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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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날 춤추게 한다

 

 

점심은 교회에서 먹었다. 이날은 특별식을 먹는 날이란다. 교회에선 월 중 행사처럼 여성들이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날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그걸 같이 먹는 것이다.

 

 

 

누군가의 긍정적인 반응은 날 격양되게 한다

 

과연 어떤 특별식일까? 알고 보니 요리를 하는 건 아니고, 라면을 끓이는 거였다. 사모님은 하필 라면을 먹을 때 왔다며 미안한 듯 이야기하셨지만 내 입장에선 오히려 좋았다. 라면을 최근에 거의 먹지 못했기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 먹으니 커피까지 주시더라.

그러면서 여행에 관해 물으셔서 목포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걸어서만 왔어요라고 말을 하니 다들 놀라워하신다. 이제 반쯤 왔다는 말로 말문을 여시더니 힘내라고 응원까지 해주셨다. 그런 특별한 대우까지 받으니 어찌나 기고만장(氣高萬丈)해지던지^^ 내가 무슨 개선장군(凱旋將軍)이 되어 득의양양(得意揚揚)하며 환호성 속에 퍼레이드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주위의 환호에 쉽사리 격양되는 나는 행운아가 틀림없다.

 

 

▲ 역시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더욱이 남이 끓여준 라면은 언제든 최고다.

 

 

 

건빵이 만난 사람: 주원교회 사모님과 목사님께 허락 받다

 

진천군 이월면에 도착한 시간은 5시 정도였나 보다. 이렇게 큰 마을일진 몰랐는데 면이라 하기에 어색할 정도로 크고 번화했다. 눈에 띄는 교회도 여러 곳이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4층 규모의 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교회가 크니까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고 싶진 않았다. 막상 입구에 도착해서 들어가려 하니 망설여지더라. 문 너머에서 여성분들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었다. , 목사님은 계시지 않다는 이야기다(하긴 요샌 여자 목사님도 많이 계시니 이 생각이 잘못된 거지만~).

한참을 망설인 끝에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사모님으로 추정되는 한 분과 집사님으로 추정되는 할머님이 뒷마무리를 하고 계셨다. 나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사모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가까이에 있는 찜질방에 모셔다 드릴 순 있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그렇다고 물러설 나도 아니다.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묵는 게 돈도 많이 들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기는 것이기에 찜질방이나 여관도 좋지만요. 교회나 마을회관에서 묵으며 현지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생활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묵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청주 초입길에 있는 교회에서 말했을 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 번 실패해본 적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진심은 밝히고 싶어서 말한 것이다.

과연 사모님의 대답은? 다행히 사모님(이젠 신분이 확실해졌다^^)은 수긍하셨고 조금 있다가 목사님이 오시면 이야기해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시더라. 같은 상황에, 같은 대처를 했는데 상황은 이렇게 달랐다. 참 인생은 그래서 신기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사님이 오셔서 똑같이 이야기했다. 결국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은 목사님이셨기에 잔뜩 긴장하며 하룻밤 묵고 싶다는 말을 했다. 제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다. 목사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사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찜질방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교회엔 하룻밤 묵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아마 그런 획일적인 반응은 그런 분들을 대처하는 매뉴얼 1단계였을지도 모르겠다. 목사님께도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고 난 후에야 승낙해주셨다.

 

 

▲ 약간 덥지만 걷기에 둘도 없이 좋은 날씨였다. 하루를 쉬고 걸으려니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

 

 

 

건빵이 만난 사람: 주원교회의 4남매와 함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잘 곳이 정해지기도 처음이다.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교회가 꽤 크고 여기저기 방들이 많아 당연히 빈 방에서 자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사택으로 날 데리고 가시는 게 아닌가? 초면인 나를 어떻게 믿고 이러시는지 내 스스로도 의아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 빈 방에 내가 잘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시는 거다. 완전히 달라진 대우에 나도 깜짝 놀랐다.

목사님 가정은 딸 2, 아들 2명의 단란한 가정이었다. 사모님은 좀 엄하시긴 한데 여느 교회의 사모님처럼 붙임성이 좋으셨다. 사모님은 심방을 가야 한다며 저녁을 지금 먹을 수 없으니 비빔국수를 해주겠단다. ‘비빔~ 비빔~ 비빔국수~’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아이들과 함께 모여서 먹는데 내 양은 엄~청 많았다. 처음엔 맛있게 먹었는데 나중에 꾸역꾸역 먹게 되더라. 그래도 해주신 성의를 생각해서 국수 한가락 남기지 않고 먹었다^^

목사님이 심방을 가시고 나니 아이들이 컴퓨터로 영화를 본다며 방에 모여 있더라. 그래서 나도 같이 껴서 봤다. 무슨 영화냐고 물었더니 나니아 연대기란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재미도 없어서 그냥 짐을 놓아둔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 오늘은 이곳에서 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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