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인연론
편하게 누워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겪었던 일들을 글로 적는다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 이 글에 실리는 내용은 여행 중에 느낀 내용의 50%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적는 이유는 뭐냐고?
여행기를 남기는 이유
몇 년이 지난 후엔 우리의 기억 속에 여행에 대한 기억은 10%도 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50%라도 기록해두면 나에게 국토종단은 의미 있는 시간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심방을 마치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셨다. 사모님이 먹을 것을 좀 가져왔다며 나에게 주신다. 여행기를 빼곡히 적고 있는 나를 보고, “이거 한 번 봐도 되요?”라고 물어보신다. 쭉 한번 훑어보시더니 감탄하신다. 여행도 좋지만 그걸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신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모님의 인생 역경도 들을 수 있었다.
인연을 기다리기보다 창조하는 자여라
오늘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여행 중의 인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인연은 지나는 중에 내가 말을 걸었을 때 그걸 받아주어 맺어지는 경우가 있고, 둘째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면서 맺어지는 경우가 있다. 두 인연 모두 소중하기에 경중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둘째 인연이 진한 그리움으로 남는 인연이다.
어떤 이는 내가 사정을 이야기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물리치는데 반해 어떤 이는 별말 없이 받아들인다(물론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니 전자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이런 승낙은 열린 마음을 지닌 상대를 만났거나, 나와 무언가 알 수 없는 코드가 통한 사람이거나 할 때 가능하다. 열린 마음을 지녔다면 내가 아니어도 어떤 사람의 부탁이든 들어주려 할 테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특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공주 경천리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막상 집에 가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긴밀한 관계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떤 코드가 통하는 경우는 또 다르다. 초평면 이장님 댁의 경우나, 이번 교회의 경우가 딱 여기에 해당된다. 맘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면 누구든 친해질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매우 건방진 말이다. 어떻게 모든 사람과 친해지겠는가? 하지만 내 안에 넘쳐흐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거짓말처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연은 나만이 원한다고, 또는 너만이 원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의 어떤 끈이 연결될 때 그 가능성이 열리는 거다. 고로, 인연이 엮어진다고 우쭐댈 필요도, 엮이지 않는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나의 마음을 더 활짝 열고 인연의 장이 펼쳐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갈 뿐이다.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대상을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만한 역량을 지닌 사람에게 그만한 인연들이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이야기일 터다.
난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그저 조금씩 나아지려 노력할 뿐이다. 인연에 대한 나의 생각도 하나하나 정리되어 가고 있다. 진정 사랑할 줄 아는 그날까지 이 길을 걸어가야겠다.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헌금 |
1.000원 |
음료수 |
1.000원 |
총합 |
2.0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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