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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인식론 & 존재론(Epistemology & Ontolog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인식론 & 존재론(Epistemology & Ontolog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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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 & 존재론

Epistemology & Ontology

 

 

철학이라면 일단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간단하게 이해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천 년에 이르는 서양 철학의 역사에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철학 사상은 저마다 독특하고 심오한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상은 그 시대의 사상일 뿐이므로 시대를 알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철학 사상에는 현실적 맥락과 지적 맥락이 있다. 현실적 맥락은 그 사상이 생겨난 시대의 현실을 가리키며, 지적 맥락은 그 사상에 영향을 준 사상적 흐름을 가리킨다. 사상과 이론은 그 시대의 현실과 상당성(correspondence)의 관계를 가지고, 그 시대의 지적 흐름과 일관성(coherence)의 관계를 가진다. 즉 모든 사상은 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며 전 시대의 사상을 이어받아 형성된다. 아무리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상과 이론이라 해도 그 두 가지 맥락으로부터 유리될 수는 없다.

 

 

거시적으로 보면 서양 철학은 인식론과 존재론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철학의 부문은 어느 시대에나 공존했으나 시대에 따른 편차는 있다. 대체로 고대와 중세까지는 존재론이 우세했고, 근대로 접어들어 인식론의 시대가 열렸으며, 현대에는 존재론과 인식론이 함께 얽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양 철학이 초기에 자연철학의 형태를 취한 것은 존재론으로 출발했음을 말해준다. 이오니아와 그리스의 초기 철학자들은 세상 만물을 이루는 궁극적인 요소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들이 생각한 답의 후보들은 물, , , 공기의 4대 원소였다. 그 중에서 더 궁극적인 요소를 탈레스(Θαλής, BC 640~546)는 물이라고 보았고,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546)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자(아페이론)라고 보았다. 계속해서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BC 585~525)는 공기,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 BC 540~480)는 불이라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답의 내용보다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형식이다. 궁극적인 요소를 자연에서 찾으려는 초기 철학자들의 노력은 존재론적 관심이다. 이렇게 서양 철학은 존재를 묻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각 시대의 현실과 지적 배경 속에서 다양하게 제기되었으나 존재론적 물음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신학이 철학을 대체하게 되자 서서히 인식론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세 철학의 두 가지 주요 쟁점은 신의 논증과 보편자의 존재였다. 이때도 여전히 철학적 질문은 존재론적 성격이 우세했지만 조금씩 인식론적 성격이 가미되었다. 신의 존재를 인간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사물의 보편자가 실재하거나(실재론) 실재하지 않는다면(유명론)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존재를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의 형식에는 이미 인식론이 개재되어 있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의 문턱에서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처음으로 순수하게 인식론적인 명제를 제기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존재론적인 듯하지만 데카르트는 인식의 출발점을 확립하기 위해 주체의 존재를 논증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명제는 존재론에 관한 공허한 논쟁을 끝내고 이제부터는 인식론에 주력하자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합리론과 경험론으로 나뉜 근대 철학의 흐름은 구체적인 인식 과정을 해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관된다. (데카르트가 확립한)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이 시기의 주요 테마다. 결국 칸트(Immanuel Kant,1724~1804)가 나서서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을 완벽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인식론의 시대는 종결된다(코페르니쿠스적 전환).

 

19세기까지 서양 철학사를 총정리하면 주체(인간)-인식(언어)-세계(대상)’의 구도가 된다. 그러나 철학사의 흐름은 역행의 방향을 취했다. 즉 고대와 중세에 걸쳐 철학은 세계를 먼저 물었고, 근대에 들어 인식을 탐구했으며, 현대에 와서 주체를 문제 삼았다. 물론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인식 주체를 확립했으나 그것은 인식의 출발점을 설정한 것일 뿐 주체 자체를 해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대 철학은 주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며(주체가 없다는 구조주의적 관점도 주체를 테마로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여기에 존재론적 관심이 더해진다.

 

과거의 존재론은 주체의 존재가 아니라 대상의 존재방식에 관한 관심인 데 비해, 인식론의 시대를 거친 뒤 현대의 존재론은 인식 주체의 존재방식에 관한 관심이다. 인간존재의 이중적 존재방식을 규명하고자 한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현상학적 존재론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현대의 인식론은 근대 철학처럼 경험이나 이성을 통한 인식 과정을 탐구하지 않는다. 근대의 인식론은 주체의 존재를 자명한 것으로 전제하고 진행되었으나 이제는 주체의 존재가 불확실한 상태이므로 인식 자체를 독립시켜 탐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철학에서는 인식을 매개하는(혹은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언어가 설정되었다.

 

인식론과 존재론은 향후에도 철학의 두 가지 주요한 부문을 이룰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인식론의 문제가 해결되면 존재론으로 넘어갈 것이며, 존재론의 문제가 해결되면 한 단계 높여 인식론적 쟁점이 다시 부각될 것이다. 철학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쇄이며, 그 답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에 따라 재규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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