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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이원론(Dual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이원론(Dual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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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론

Dualism

 

 

모든 것을 구분하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은 둘로 가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세상 만물은 내가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로 18세기 독일의 철학자인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칸트(Immanuel Kant,1724~1804) 철학의 한계(물자체)를 극복하기 위해 절대적 자아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 세계를 자아와 비아(非我)로 구분했으며, 일제강점기 초기의 민족사학자인 신채호(申采浩, 1880~1936)도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보았다.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 사회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이 이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 무엇을 아라 하며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무릇 주관적 위치에 서 있는 자를 아라 하고, 그밖의 것은 비아라 한다. -신채호, 조선상고사

 

 

이렇게 특정한 기준에 의해 대상을 둘로 구분하는 것을 이분법(dichotomy)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이원론의 기본이다. 이원론은 구분된 양자 사이에 교집합이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상을 AB의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A이면서 B인 원소는 없어야 이원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뉜 두 대상은 서로 갈등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합치되지는 않는다.

 

인류의 사상사 전체를 통해 이원론은 이론 체계를 갖추는데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종교에서의 신과 세계, 과학에서의 운동과 위상, 윤리학에서의 선과 악 등이 이원론의 예인데, 뭐니 뭐니 해도 이원론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분야는 철학이다. 물질과 관념, 신체와 정신, 주관과 객관, 본질과 현상, 일반성과 특수성, 존재와 인식 등 철학에서는 여러 가지 이원론이 존재한다. 그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이론과 실제, 내용과 형식, 진짜와 가짜 같은 쌍범주들도 이원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원론과 달리 한 가지 원리만 인정하는 입장은 일원론(monism)이라 부르며, 여러 가지 원리를 주장하는 입장은 다원론(pluralism)이라고 부른다.

 

 

철학사에서 이원론의 원조는 단연 플라톤(Platon, BC 427~347)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배후에 그것들의 본질에 해당하는 이데아(idea)가 있다고 보았다. 꽃의 종류와 형태는 무수히 많지만 다 꽃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는 바로 꽃의 이데아가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플라톤은 사물만이 아니라 아름다움, 뜨거움, 붉은색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의 경우에도 각기 이데아가 있다고 믿었다.

 

이데아의 세계를 상정하면 세계는 불가피하게 둘로 나뉜다. 즉 현실의 세계와 이데아의 세계다. 그러나 플라톤은 전자를 가상으로 보고 후자를 참으로 여겼다. 이데아가 원본이라면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이데아의 사본, 그것도 조잡한 복사판이다. 그런데 이렇게 두 세계의 등급을 매기면 이원론의 두 항이 동등하지 않으므로 진정한 이원론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일원론의 성격을 가지는 이원론이다.

 

중세 유럽 철학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보편자와 개별자의 관계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원론과 일원론의 갈등이다. 보편자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실재론이나 보편자는 이름만 있을 뿐 실재하지는 않는다고 본 유명론은 둘 다 플라톤처럼 일원론적 이원론을 지향했다. 원칙적으로 이원론은 구분된 두 개의 항이 서로 동등한 위상을 지녀야 하지만, 실제로는 둘 중 하나를 더 근본적인 원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이원론은 대체로 일원론화하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런 속성은 서양 철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성리학의 대표적인 쟁점이었던 이기론(理氣論)도 전형적인 이원론의 구조를 보인다. 이기론의 이(, 이치)는 만물의 존재 원리이고 기(, 기운)는 만물의 구성 요소인데, 서양의 중세 철학과 비교하면 이는 보편자, 기는 개별자에 해당한다. 즉 이는 사물의 보편성과 공통점을 이루며, 기는 사물의 특수성과 차이를 이룬다. 하지만 이기론은 이를 기보다 더 근본적인 요소로 간주함으로써 역시 일원론적 이원론의 양태를 취한다.

(인간)은 곧 이()이다. 성은 하늘에서 나오고 재질은 기회에서 나온다. -주희, 근사록

 

 

서양 근대 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정신과 신체, 관념과 물질을 양립시키는 충실한 이원론을 주장했다. 그는 정신과 신체가 두뇌의 송과선(松果腺, 간뇌의 윗부분에 있는 호르몬 기관)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생물학적으로는 틀린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균형 잡힌 이원론을 전개하려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가 근대 이성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래 서양 철학은 이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각하는 자아가 확립되면서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이 완전히 분리되어 근대 철학은 주관과 객관의 이원론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이런 경향은 칸트와 헤겔(Hegel, 1770~1831)을 정점으로 형이상학의 완성이자 종말로 이어졌고, 그 뒤에 등장한 현대 철학은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인용

목차

정신승리란 무엇인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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