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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자본주의(Capital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자본주의(Capital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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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Capitalism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구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일단 본능은 자연적인 것이지만 제도는 인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플 때 느끼는 식욕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음악회에서 마음대로 음식을 먹는 것은 제도로 금지되어 있다. 문제는 본능과 제도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덕은 본능일까, 제도일까? 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해 도덕이 필요하다고 보면 본능에 가깝지만, 도덕이 체계화되어 일상적 행위를 통제하는 예절로 바뀐 것은 제도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본능일까, 제도일까?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은 사유재산과 이윤 추구가 인정되고 시장의 메커니즘에 의해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은 인간의 본능에 속할까, 아니면 자본주의에만 있는 고유한 측면일까?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자연스럽다.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자본주의를 거의 본능처럼 여긴다. 사유재산은? 부모 형제 사이에도 내 것 네 것이 있으므로 자연스럽다. 이윤 추구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 기능은 물건을 모두 다 직접 만들 수는 없으니까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는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자연스럽다.

 

그러나 같은 현상을 두고 정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이 사유화된다면 사회는 성립할 수 없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만을 탐한다면 인간 사회가 아니라 야생의 정글이나 다름없다. 모든 물건이 시장에서만 거래된다면 누구나 힘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는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인위적인 제도가 된다.

 

자본주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양면을 가진다. 사유재산의 관념은 보편성이 가장 강하고, 시장 메커니즘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측면이며, 이윤 추구는 그 중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사유재산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이윤 추구와 시장은 자본주의의 특수성에 속한다.

 

 

이윤을 단순한 이득의 개념으로 보면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도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의 이윤은 의미가 다르다. 물건을 싼 값에 사서 비싸게 되팔거나 물건을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을 각각 상업 자본주의와 산업 자본주의라 부른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주의만의 특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본주의적 이윤은 상품을 제조한 뒤 원가에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생산 과정에서부터 생겨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상품은 생산수단(노동도구와 재료)과 노동력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중에서 가치생산하는 것은 노동력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는 노동자와 고용 계약을 맺고 정해진 시간 동안 노동자의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제조한다. 이때 노동자가 창출해내는 가치에는 자기 노동력의 가치와 잉여가치가 포함된다. 노동력의 가치는 상품의 가치이며, 잉여가치는 시장에서 상품이 판매되면 이윤으로 전화된다. 즉 노동자는 생산 과정에서 장차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갈 이윤을 생산하는 것이다(착취), 이렇게 이윤이 생산 과정에서 상품과 함께 생산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자본주의만의 특성이다.

 

또한 상품을 생산할 때부터 시장을 염두에 둔다는 것도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 이전의 생산양식에서는 상품이 생산된 이후에 시장에 내놓는다는 관념만 있을 뿐 처음부터 시장을 겨냥하고 상품 생산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시장은 생산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의 기능만 담당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상품을 일차적으로 구매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며, 생산자도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의식하면서 상품의 생산 과정에 임한다. 이렇게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품 공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생산은 근본적으로 무정부적 성격을 띤다이것은 자본주의의 주기적인 경제공황으로 외화된다, 급기야 시장의 무정부성은 자본주의의 성격마저 바꾼다.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의 규모를 무한대로 가정했다. 생산자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상품을 생산했고, 상품의 수요와 공급은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으로 가격이 조절되었다. 생산된 모든 상품은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상품의 생산자들은 자유경쟁을 포기하고 독점을 통해 기존의 이윤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은 일제히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제국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지구상의 전 지역이 알려진 이상 해외 식민지도 무한정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식민지 경쟁은 식민지 전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결국 전 세계가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ㆍ종속국으로 분할된 뒤 제국주의 국가들은 전쟁을 불사하는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그 결과는 20세기를 얼룩지게 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지만 경제에는 국경이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국가가 경제 주체로 나서며 전통적인 상품 교역 이외에 금융 부문의 진출이 강조된다. 주기적인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자본주의는 훨씬 더 유연해져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배양되었다. 이 힘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에 따른 세계화 전략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직 자본주의화되지 않은 지역까지 포섭해 전 세계를 하나의 자본주의 시장으로 묶는 데 성공한다 해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또 다른 형태로 표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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