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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인터넷(Internet)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인터넷(Internet)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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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Internet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들인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는 욕망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에 따라 사회 체제를 셋으로 구분한다.

첫째 원시사회는 다양한 욕망이 다양한 코드로 통제되는 사회다. 사회를 성립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통제 메커니즘 이외에는 욕망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모든 욕망이 대지에 고착되어 있다.

둘째 고대사회는 모든 욕망이 전제군주(혹은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통합된다. 그 통제력은 대단히 강하지만 본래 흐르도록 되어 있는 욕망을 그것으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욕망이 대지에서 벗어나는 탈영토화(奪領土化)가 서서히 일어난다.

셋째 단계인 자본주의 사회가 욕망을 통제하는 방식은 이중적이다. 여기서는 고대사회의 전제군주가 하던 역할을 화폐자본이 담당한다. 우선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탈영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지에 고착된 잠재적 노동력을 해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탈영토화가 무제한적으로 방치되면 노동력을 결집하고 조직화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한편으로 탈영토화를 조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재영토화(再領土化)를 추진해야 한다. 노동자가 토지로부터 풀려나 도시에서 법적·정치적 자유를 얻는 동시에 새로이 자본에 경제적으로 예속되는 과정은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그 세 단계의 역사적 사회 체제에 각각 정신적 장애를 대입한다. 원시사회에서는 욕망과 대상이 일체화되는 도착증(倒錯症)이 생겨나고, 고대사회에서는 욕망이 하나의 대상으로 집중되는 편집증(編輯症)이 일어난다. 그리고 탈영토화와 재영토화가 병행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분열증(分裂症)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는 분열증이 비정상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정상적인 사회다. 이런 자본주의의 이중적이고 분열증적인 속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오늘날 현대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은 원래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전자적 정보를 패킷 단위로 분할해 송신하는 아이디어는 1960년대에 구상되었으나, 미국 국방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사장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학들이 소규모 통신망 구축에 성공한 사례에 주목한 국방부는 아르파넷(ARPANET)이라는 방대한 군사용 통신망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인터넷의 시초다.

 

길이 생겨 사람들이 다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면 그것이 길이 된다[道行之而成]. 1970년대에 들어 통신 프로토콜이 TCP IP로 통일되면서 정보 교환이 더욱 용이해지자 예상치 않게 아르파넷의 이용자가 급속히 증가했다. 결국 미국 국방부는 군사용 통신망을 따로 분리하고 아르파넷을 민간에게 내주었다.

 

미국 내의 수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인터넷 이용자가 순식간에 전 세계의 수억 명으로 늘어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말에 개발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었다. 이 기술은 문서를 하이퍼텍스트(hypertext) 형식으로 구성해 정보의 검색을 쉽게 해주었고, 정보 저장소를 분산시켜 많은 이용자의 접속을 가능케 해주었으며, 무엇보다 문자만이 아니라 화상과 동영상으로 된 멀티미디어 정보까지 인터넷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날 인터넷은 사람들이 대화하고, 거래하고, 다양한 정보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중요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는 자체의 내용을 가지지 않은 매체에 불과하지만 - 비유하자면 인터넷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도로일 뿐이다 - 광범위한 정보를 매개하고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현대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바로 그 때문에 인터넷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한 자본주의적 분열증과 닮은꼴을 보인다.

 

인터넷은 방대한 정보와 수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집중시키는 동시에 분산시킨다. 또한 정보와 견해는 곧 권력을 낳으므로 인터넷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분산시킨다. 이런 이중성은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의 영향력은 각국 중앙 정부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국가들 간의 거리를 좁힌다. 그러나 인터넷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국가의 장벽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또한 한 나라 내에서도 인터넷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표출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특정한 정치적 사안의 경우 견해가 획일화되는 매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한편으로 인터넷은 기업과 소비자가 1 1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적 혹은 일국적 대기업의 힘을 약화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수많은 지역 경제들을 글로벌 경제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 식으로 말한다면 인터넷은 정보와 권력을 탈영토화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영토화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양면성이 필요하듯이 인터넷이 기능하기 위해서도 집중의 측면과 분산의 측면이 모두 필요하다. 게다가 욕망을 통제하는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듯이 인터넷 역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통제할 수 없으므로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과 자본주의는 여러 모로 찰떡궁합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도 인터넷처럼 일종의 매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실체를 담기 위한 공간이듯이 자본주의도 구체적인 경제제도라기보다는 다른 실체적 경제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가 마치 고정불변의 제도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터넷이 매체의 범위를 넘어 허구적인 권력을 실체화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가 아닐까?

 

 

[공각기동대] 네트는 방대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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