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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죽은 시인의 사회 - 22.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2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22.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2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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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죽은 시인의 사회넘어서기2

 

둘째, 교사가 교육에 대한 욕심을 내면 낼수록, ‘학생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학생과의 관계는 왜곡된다는 점이다.

 

 

 

교사의 의욕이 학생의 성숙을 막는다

 

교사가 학생들에 비해 앞서서 생각할수록, 앞서서 계획할수록 학생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소외되게 마련이고, 교사가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으면 많을수록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보다 한 걸음 앞서 가선 안 되며, 반보만 앞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가 된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 보니, 의욕이 앞설 때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교사들이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사연수도 다니며 남다른 수업방법이나, 학생에 대한 다양한 이해방법이나, 요즘 핫한 교육철학 등을 공부하여 바로 현장에 적응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교사가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하려 하는 순간, 엄청난 오해가 생기며 자신이 의도한 것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섭쌤은 많은 교사연수를 다니다 보니, 한결 같이 교사들은 그래서 수업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요?를 묻더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린 해결책이나 처방전을 받고 그걸 곧바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  교사는 한 걸음 앞 서기보다 반보 앞 서면 되고, 반보 앞서기 보다 그림자처럼 뒤따르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과유불급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준규쌤은 교컴수련회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세요. 그저 잘리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되거든요. 차라리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을 다른 곳에 퍼부으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애정을 쏟은 만큼, 심혈을 기울인 만큼 그에 따른 결과나 변화가 나타나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땐 교육에 대해 회의하고, 학생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그러니 학생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려 하기보다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교사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훈습薰習되는 것이니 말이다.

 

 

▲  검단산 정상에서 두물머리를 내려다 보며. 교사가 자신의 삶을 잘 가꿀 수 있으면 된다.

 

 

 

교육은 교환행위가 아닌 증여활동이다

 

셋째, 교육의 성과나 학생들의 변화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 대안교육, 새로운 전환의 모색이라는 포럼에서 경옥쌤은 대안교육이 처음 시작될 때와 현재 학생의 차이점에 대해 그 당시(90년대 말)와는 달리 지금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나오는 아이들은 줄어들었고, 대체적으로 무기력하고 하고 싶은 게 없지만, 학교에서 견디는 건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지금은 교사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장을 마련해 주며, ‘카르페디엠이란 화두를 던진다 해도 그에 대해 관심도 없고, 감정의 울림조차 없는 무기력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대에 키팅이 환생하여 학생들을 만난다 해도, 그와 같은 획기적인 변화를 목도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  지금의 아이들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훨씬 무기력해졌다. 의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하지만 어찌 보면 교육이란 애초에 A를 줬기 때문에 A가 결과로 나오는 교환 행위가 아니라, A를 줬음에도 언제 결과가 나올지, 그리고 그 결과가 A가 아닌 다른 형태로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증여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치다쌤은 교육을 공들인 것과는 다른 모양새로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되돌아오는 시스템이라 누누이 말한 것이다.

교육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가시적인 형태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벌벌 떨며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의 마주침을 맘껏 즐기며 그 순간을 잘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 영화를 보며 키팅 같은 교사가 되길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교육의 속성을 이해하여 조급해하지 말고, 훌륭한 리더가 되려 하지 말고, 그저 자기의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재미지게 배워나갈 수 있으면 된다.

 

 

이번에 인천에서 사토 마나부 선생님 특강이 있었단다. 그 때 나온 말씀이라는데 이 말씀에 충분히 공감한다.

 

 

 

이 후기는 영화가 건빵 안에서 소통한 흔적이다

 

처음 죽은 시인의 사회영화의 감상평을 썼던 것은 2009년이었다. 그 당시엔 심혈을 기울여 썼지만, 이대로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지금에서야 새롭게 편집하여 올리게 됐다.

 

 

▲  원랜 두 편으로 썼던 후기였는데,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리라이팅을 하게 됐다.

 

 

그 과정 속에 단재학교에서 6년을 근무하며 교육자로서의 경험도 쌓았고 지금도 공교육 교사를 준비하며 고민하다 보니 교육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2009년에 썼던 내용을 저본底本으로 삼고, 영화의 내용을 보충하고 나의 생각을 첨가하여, 이처럼 22편의 후기를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글이란 게 나의 의지와는 별개의 생명력을 지닌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잘 써야겠다는 의지를 앞세웠다면,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되어 이렇게까지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 영화가 나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다 보니, 여기까지 쓰게 된 것뿐이다. 어찌 보면 영화가 나를 통해 하고자 하는 얘기들을 그저 대필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에 대해서도 저자의 생각과는 하등 상관없는 책이야말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에 대해서도 지금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후기는 다시 임용을 준비하는 나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새롭게 활력소를 얻기 위해 쓴 글이라 할 수 있다. 이 후기의 내용을 기본으로 삼아 올 한해 재밌게 공부해서 내년엔 현장에서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 믿으며, 길었던 후기를 마친다.

 

 

▲  키팅도 학생들이 있어 행복했을 거다. 우린 연결되었기에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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