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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죽은 시인의 사회 - 21.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1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21.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1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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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죽은 시인의 사회넘어서기1

 

죽은 시인의 사회1950년대 미국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는 무려 60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음에도,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면 그만큼 선진적인(?) 미국의 교육제도를 잘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은 예전부터 경쟁주의의 사회였고 한국도 그런 풍조가 있었지만 IMF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닮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일제고사로 경쟁을 가속화 시키고, 당연하게 줄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그런 세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이 영화는 우정담이자, 갈등담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토드처럼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며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살아가야 하고, 닐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을지라도 그렇게 해서 나중에 먹고 살 수나 있겠냐?’, ‘단순한 호기심에 그러는 거다’,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나중에 대학에 간 다음에, 취직한 다음에도 맘껏 할 수 있으니, 그 때 가서 실컷 하라고 다그치기에 마음을 접으며, 녹스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고백하고 싶더라도 연애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지금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아내) 얼굴이 바뀐다며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에 관계도 제대로 맺어보지 못한다. 공부라는 하나의 대의를 위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진정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열정을, 이성에 대한 긍정적인 애정을 모두 거세하고 정형화된 하나의 성공 신화만을 좇길 바란다.

 

 

▲  대한민국의 성공 공식이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이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보내고 싶을 거다.

 

 

예나 지금이나 어리다는 이유로 제재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기라며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들을 관두게 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점차 성장해가며 무기력해지고, 나약해지며,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지금-현재를 살아(Carpe Diem)’라고 외치는 외계 생물체(?) 같은 교사가 나타나, 여느 교사와는 다른, 여느 부모와는 다른 말을 한다면 학생들은 얼마나 좋겠는가.

이 영화는 바로 억누르려 하는 교육 체제와 그런 교육 체제를 전면으로 맞서며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하려는 교사 사이의 갈등과, 그런 교육에 감동하여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학생과 그들과 공명하며 한 걸음씩 나가는 교사 사이의 우정을 다뤘다.

 

 

▲  남과 같기를 바라는 현실에, 키팅은 남과 같지 않기를 바라며 교육을 한다. 신선하고, 그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교사의 탁월함만을 강조하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아름답게 그려졌다고 해도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건 이게 어디까지나 극화된 내용이며, 교육의 장은 여러 욕망이 상충되는 공간이기에 일차원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교육 현장에서 무작정 키팅처럼 했다간 교사는 교사대로 상처만 받고, 학생은 학생대로 더욱 더 맘을 닫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쯤에서 제격인 말은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  키팅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부분들이 문제가 되는지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키팅의 탁월함을 너무나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 한 명이 아등바등해서 바뀌는 건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남다른 능력만이 부각되고, 그만이 유명한 교사로 이름이 날릴 뿐이다.

흔히 한국이 이만큼 먹고 살게 된 것을 박정희 각하의 능력으로 여기며 칭송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현장에서 부조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피땀 흘린 수많은 전태일들과 모진 고문과 핍박에도 모두가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꿈꿨던 수많은 김근태들과 유신체제에 반발하며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 한 인혁당 사람들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알알이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한 사람의 업적이나 능력으로만 평가한다면 그건 짧고도 미련한 생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에서도 한 교사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  한강의 기적을 한 사람에게 덧씌우는 순간, 수많은 민초들의 피눈물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 눈덩이 프로젝트 모임을 했을 때, 민쌤교사 한 개인의 열정으로 학교가 혁신되고 바로 잡힌다는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개인의 초인적인 힘에 의지하면 그 개인의 전설만 부각되다가 사라질 뿐 학교 자체는 어떤 변화도 없으니 말이죠.”라고 일갈하며, 교사 개인만을 부각시키는 현실을 비판했던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열정 있는 교사가 있는 곳엔 희망이 샘솟고 학생들이 살아나며, 교육의 혁신이 일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그게 오히려 학교의 분위기엔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쌤은 평범한 교사들이 그냥 교사생활을 하더라도 그게 교육이 정상화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동섭쌤이 말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되자라는 말과 맞닿아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교사가 열정적이라고 학생들이 열정적이게 되는 것도 아니며, 교사가 앞서 간다고 학생들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  칭송받는 교사가 아닌,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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