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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죽은 시인의 사회 - 19.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19.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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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키팅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맛남이 되면서, 꽉 억눌려 있던 토드는 감정 표현의 화신이 되었고, 아버지의 인형(대리인)으로 살며 한 번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보지 못한 닐은 정열의 화신이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많은 군상 중 토드와 닐을 살펴봤다면, 녹스를 건너뛰어선 안 된다.

교학상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이 자리에 마지막으로 초대된 사람은 바로 녹스 오버스트리트다. 그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창 시절의 로맨스를 금기로 여긴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판친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

 

녹스는 아버지 친구의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그곳에 갔는데 글쎄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첫 사랑인 크리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하이틴 로맨스물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처음 만나자마자 녹스는 알았다. 그녀를 사랑하게 될 거란 걸 말이다.

 

 

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 사이에 장난질을 쳐놓았으니, 크리스는 친구 부모님의 아들인 쳇트와 약혼을 한 사이였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가혹한 운명을 선사한 신에게 넌 첫 판부터 장난질이냐~”라는 짜증을 날 법도 하지만, 어찌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누군가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 가냐?’,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로 위로해 주겠지만, 골대가 골키퍼보다 작거나 날이 죽은 도끼라면 얘기는 달라지기에 헛소리 집어 쳐. 족팡매야!”라고 화풀이라도 하고 싶다. 아마도 녹스는 첫 만남에서 그런 한계를 몸소 느꼈기에 크리스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가 떠오른다는 거다.

 

 

첫사랑이지만, 금기된 사링이다. 이런 가혹한 운명이 어디에 있는가?

 

 

그렇게 상사병에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친구들은 키팅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낭만주의자들이 밤에 모여 시를 낭송하는 모임(Dead Poets Society)’에 대해 알게 됐고, 그 말에 동조한 친구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란 비밀 모임을 만들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도 녹스의 관심은 오로지 크리스에게만 가 있었고, 모임 자체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키팅 선생의 학창 시절엔 나름 일탈을 하며 그 시절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비밀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그런데 달튼은 녹스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뻔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래서 녹스에게 비밀 모임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며, 그 이유로는 “(시를 읊으니) 여자들이 황홀했도다라는 키팅 선생님의 얘기를 패러디해서 들려줬다.

아마 녹스가 사랑의 열병을 앓지 않았다면 그런 말을 듣고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에 아주 솔깃한 얘기로 들렸다. 그래서 결국 죽은 시인의 사회의 멤버가 되기로 한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면 사람이 단순해지는 법인가, 남자가 원래 단순한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달튼은 녹스의 편이다. 이런 친구 하나 있다면, 그 인생은 축복 받은 인생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거리보다 먼 마음의 거리

 

죽은 시인의 사회일원이 되면서 녹스는 크리스에 대한 사랑을 더욱 더 키워갔다. 초반엔 고이 그 마음을 즈려밟아 없애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이렇게 애만 태우다가 끝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교사들의 경계가 누그러질 때, 자전거를 몰래 타고 나가 그녀를 보는 정도로 만족해했던 것이다. 멀리서 보는 것임에도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단지 그녀 옆엔 언제나 쳇트가 찰떡처럼 붙어 있다는 게 거슬릴 뿐이었다.

 

 

그녀를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 왔지만, 쳇트와 함께 있는 모습은 번뇌를 일으키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에서 그녀와 자신의 거리감보다도 마음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져갔고, 외로움과 절망감은 그만큼 커져갔다. ‘이대로 이 마음을 간직하는 게 옳을까, 아님 이쯤에서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게 옳을까?’라는 갈등에 여러 밤을 새었다.

달튼은 흔들리는 녹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의 멤버에 들 것을 권유하며 크리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도록 해주었고, 이번에도 그 마음을 거두지 말고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에 연습했던 대로 감미로운 멜로디를 섹소폰으로 완벽하게 연주한다. 솔직히 평소의 달튼은 무언가 진지하게 하기보다 장난스럽게 하기에, 이때도 장난처럼 섹소폰을 부는 흉내만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진지하게 연주하니 그 멜로디는 녹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녹스는 연주를 들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갔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때론 드라마를 보다가, 좋은 음악을 듣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멋진 광경을 보다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뭉클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바로 감춰왔던 감정이 피어오르는 순간이고, 이성으로 억눌러왔던 감정이 샘솟는 순간인데, 지금 녹스의 상태가 그렇다.

 

 

마음은 늘 있었지만, 현실이 가로막고 있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달튼의 연주는 녹스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까지 들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겁부터 난다. 이대로 영영 싫어하게 되면 어떨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전화를 했고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듣게 된다. 크리스가 먼저 전화를 걸려고 했다는 사실과 금요일 파티에 녹스를 초대하고 싶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모습. 그녀와의 통화는 여태껏 머뭇거린 마음에 크나큰 위로가 됐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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