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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만나다, 제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 - 3장 철학의 은밀한 두 가지 흐름,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알튀세르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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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만나다, 제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 - 3장 철학의 은밀한 두 가지 흐름,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알튀세르②

건방진방랑자 2021. 6.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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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알튀세르

 

 

그런데 이 사유의 흐름에서 다른 누구보다도 중요한 사람은 바로 에피쿠로스입니다. 그는 우발성의 철학, 마주침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숙고했던 최초의 사상가이니까요. 그럼 에피쿠로스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튀세르의 말을 통해 잠시 들어보도록 하지요.

 

 

에피쿠로스는 세계 형성 이전에 무수한 원자가 허공 속에서 평행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원자는 항상 떨어진다. 이는 세계가 있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동시에 세계의 모든 요소는 어떤 세계도 있기 이전인 영원한 과거로부터 실존했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는 또한 세계의 형성 이전에는 어떤 의미(Sens), 또 어떤 원인(Cause), 어떤 목적(Fin), 어떤 근거(Raison)나 부조리(Déraison)도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함축한다. 의미가 앞서 있지 않다는 비선재성(非先在性)은 에피쿠로스의 기본적인 테제이며, 이 점에서 그는 플라톤에도 아리스토텔레스에도 대립한다. 클리나멘(Clinamen)이 돌발한다. (……) 클리나멘은 무한히 작은, 최대한으로 작은 편의(偏倚, Déviation, 기울어짐)로서,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허공에서 한 원자로 하여금 수직으로 낙하하다가 빗나가도록’, 그리고 한 지점에서 평행 낙하를 극히 미세하게 교란시킴으로써 가까운 원자와 마주치도록, 그리고 이 마주침이 또 다른 마주침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가, 즉 연쇄적으로 최초의 편의와 최초의 마주침을 유발하는 일군의 원자들의 집합이 탄생한다.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

 

 

에피쿠로스는 세계가 형성되기 이전에 원자가 비처럼 평행으로 떨어지는 상태가 있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마주침도 없는, 무의미한 상태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물론 이것은 실제적인 우주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이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어느 순간 이 원자 중 하나의 원자가 평행에서 조금 이탈하는 운동을 하게 됩니다. 이 작은 차이,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것 같은 미세한 편차를 에피쿠로스는 클리나멘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원자는 다른 원자와 곧 만나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만난 이 두 원자는 또 다른 원자와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계속되고, 마침내 이 세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조그만 눈덩이가 산에서 굴러 다른 눈과 만나면서 거대한 눈사태가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클리나멘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 마주침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클리나멘이 생기기 이전에 모든 원자가 평행으로 떨어졌다고 본 에피쿠로스의 생각이 아닐까요? 이것은 알튀세르의 말처럼 세계의 형성 이전에는 어떤 의미도, 또 어떤 원인도, 어떤 목적, 어떤 근거나 부조리도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에피쿠로스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합니다. 세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창조주가 이미 존재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창조주는 이 세계의 근거이자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창조주란 존재가 이 세계를 만들었다면, 그는 이미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세계 속에 숨겨져 있는 창조주의 뜻, 즉 분명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창조주의 뜻은 이미 이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에 주어져 있었을 테니까요.

 

 

 

 

인용

목차

돌베개 출판사와의 마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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