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기독교인에게 배운 진정성
관계를 맺고 끊으며,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일련의 일들이 삶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 관계를 맺고 끊을 것인지,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하며 어떤 일에 대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경우’와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 기준이 있으려면, 진정성 있게 삶을 대하고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 재미교포 친구들의 발표회를 보러 온 아이들.
기독교는 고려인에게 힘을 주다
여긴 감리교 연합회 소속의 교회다. 종교가 때론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고려인들은 이국의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온갖 핍박과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건, 위로였다. 그래서 이 교회가 위로의 공간이 되었고 똘똘 뭉쳐 살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이다. 고려인들에게 종교는 삶에 의미를 주는 어떤 요소였을 것이다.
종교시설에서 지내다 보니, 당연히 교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오늘 오후까지 재미교포 청소년들이 수련회를 왔다가 떠났다. 단재학생들과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이기에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순간만 봤기 때문에 오해했거나 좋게만 보려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그건 한 때 종교에 심취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기반이 되어 오랜만에 종교인의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감상을 적으려는 것이다.
▲ 어제 저녁에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했던 캠프파이어의 사진.
진정성, 종교인에게 배울 것
오전에 그들은 발표회를 했다. 워십댄스로 분위기를 띄우고 성극으로 감동을 준 후, 여기서 활동한 내용들을 영상으로 편집하여 헤어짐의 아쉬움을 표현한다. 매순간마다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들은 지금의 삶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신에게 택함 받은 사람이라는 자부심에서건, 나의 삶을 신이 주신 영광으로 여긴 자신감에서건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강인함으로 보였다. 그래서 발표회 시간 때는 물론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진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그걸 자신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남에게 강요하거나 억압할 때, 그건 진정성이 아니라 ‘광신’이며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유아론’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 ‘예수천구, 불신지옥’과 같은 상황은 매우 극단적인 경우고, 사람만 만나면 ‘종교 가지세요’라고 얘기하는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다. 거기엔 딱 한 가지의 어법만 있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절대 진리를 권하는데 너희들은 왜 따르지 않니?’라는 어법 말이다. 진정성이 과할 땐, 타인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만 주장하게 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 전주한옥마을에도 광신적인 느낌의 팻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진정성 있게 대하려는 종교의 마음
여기서 굳이 종교 얘기를 하게 된 이유는 종교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의 진정성을 지니려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진 환경 속에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졌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며 남의 시선이나 평가와는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재미교포 학생들에게 성경학교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한 시간’이어서 ‘무언가를 해낸 뿌듯한 기억’으로 남듯, 우리 또한 그래야 한다. 그럴 때에야 어떤 경우에 관계를 맺고,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바로 그 때 내 삶에 한 마디 던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걸은 만큼 나의 길이 된다.道行之而成(『莊子』)”
▲ 발표회를 보고 푸짐하게 먹는 아침.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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