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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여행기 - 56. 한국과는 다른 카자흐스탄 집의 특징(7월 2일 화 여행 19일차)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자흐스탄 여행기 - 56. 한국과는 다른 카자흐스탄 집의 특징(7월 2일 화 여행 19일차)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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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한국과는 다른 카자흐스탄 집의 특징

 

 

우슈토베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여긴 종교시설이다보니, 카자흐스탄 여행을 온 게 아니라 선교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도 들더라. 하룻밤만 묵는 곳이었고 꽤 낡은 시설이었지만 맘에 들었다. 전통 가옥까지는 아니어도 한국과는 다른 가옥형태이기에 카자흐스탄에 온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홈스테이를 했거나 카자흐스탄 집을 여러 곳 들러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집의 특징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세 곳을 옮겨 다니며, 여러 집을 들러본 결과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었다. 그게 한국의 집과는 다른 부분이었기 때문에 더 눈에 띄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카자흐스탄 집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통가옥에서 그래도 포근하게 잤다.   

 

 

 

신발을 어디에 벗나요?

 

여기서 얘기하는 건, 집 외형의 특징이 아니라, 내부구조나 장식의 특징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집은 신발 놓는 곳이 없다. 한국은 거실과 현관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거나, 현관엔 타일이 깔려 있어 거실과 다른 공간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집을 방문한 사람도 어디에 신발을 벗어두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면 현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문 바로 앞에서부터 거실까지 쭉 카펫이 깔려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순간적으로 신발을 문 밖에다가 벗고 들어와야 하나?’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곳엔 문 앞에 카펫이 깔려 있기도 하다. 카펫이 깔려있든, 장판이 깔려있든 거기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된다. 신발의 공간과 사람의 공간이 전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탈디쿠르간에 있는 호텔에 처음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다. 신발을 그냥 방바닥 위에 벗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그것을 굴심쌤 언니네 집에 갔을 때도 경험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펫이 보였고 그 위에 신발이 벗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자흐스탄에 여행가는 사람이라면, 현관이 없다고 놀라지 말고 신발을 벗을 곳이 없다고 두리번거리지 말자.

 

 

서울에 처음으로 살았던 원룸. 이 작은 공간에도 신발을 놓는 공간과 방은 구분되어 있다.   

 

 

 

카펫 사랑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카펫 사랑은 유난한 편인 것 같다. 방 곳곳에 카펫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먼지도 많이 나고 실용성도 낮아 예식장이나 호텔 등의 호화스러운 장소가 아니면 카펫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선 어딜 가든 쉽게 카펫을 볼 수가 있다.

거실이나 방에 카펫이 있는 건, 카자흐스탄에선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약간 흥미로울 것이다.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카자흐스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설마?’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정말 문화가 다르긴 다른가 보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이거 괜히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 약을 파는 느낌이지만, 재미를 위해서 참고 읽어주길 바란다.

예전에 KBS에서 반영됐던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버라이어트쇼인 스폰지의 형식을 빌리자면, ‘카자흐스탄 집에선 □□□에도 카펫이 깔려 있다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다들 머릿속으로 □□□를 채워보길 바란다. □□□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 당연히 집 안의 한 영역이며 은밀한 장소이고 카펫이 깔려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곳이다.

□□□화장실이다. 그것으로 빈칸을 채워보면, ‘카자흐스탄 집에선 화장실에도 카펫이 깔려 있다는 답이 완성된다. 어떤가, 이 답을 들으니 황당하지 않은가? 화장실에 양변기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 경우라면, ‘발 시려울까봐서 카펫을 깔아뒀어요라는 이유라도 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화장실은 욕실까지 겸하고 있어서, 바닥에 물이 흥건한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카펫을 놓으면 금세 축축해지고 관리를 잘못하면 천이 썩는 냄새가 날 수도 있어 그만큼 비위생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에 카펫을 둔다는 건, 식당에서 물을 안 주는 것만큼이나 한국적인 상식으론 어이없는 일이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카펫을 화장실로 들이기 위해, 한국과는 다른 화장실 구조를 만들었다. 바로 샤워박스를 설치한 것이다. 박스 안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샤워를 할 땐, 여닫이문을 닫으면 된다. 그러면 물이나 비누거품이 여기저기 튀지 않아 카펫에 물이 묻을 일이 없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 슬리퍼를 신지 않고 들어가며 나올 때도 발에 물을 흥건히 묻히고 나오는 경우는 없다.

한국식의 화장실보다 카자흐스탄의 화장실이 더 위생적일 것 같다. 그만큼 물이나 비누거품, 타액 등이 여기저기 튀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화장실에선 아이들이 청소를 한다는 명목으로 물장난을 칠 수 있다면, 여기는 그러진 못할 거 같다.

 

 

탈디쿠르간 호텔 화장실 모습. 이곳에도 카펫이 있고 샤워부스가 놓여 있다.   

 

 

 

양변기에 물 내리는 버튼은 어디?

 

교육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지 못해 한참이나 헤맸다. 한국의 경우, 물통 옆이나 앞에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버튼을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물이 귀한 나라라 아예 버튼을 만들지 않았나 보다. 큰 것을 보고 난 후엔 세수 대야에 물을 떠서 내려야 하나봐라고 생각했다. 단재학생들 또한 그 버튼을 찾지 못해 헤맸고, 그게 두세 번 계속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숨겨진 내막이 있는 것 같아, 꼼꼼히 양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버튼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물통 뚜껑을 열어 내부를 보면, 버튼이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알 수 있잖아. 그러니 역추적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물통 뚜껑을 들어 올리려던 찰나에,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다. 여긴 버튼이 물통 뚜껑 위의 정중앙에 있었던 것이다. 교육원 양변기는 오래되어, 뚜껑 중앙에 동그란 공모양의 것이 있어서 그걸 잡아당기면 물이 나오는 것이었고, 선교원 숙소는 버튼으로 되어 있어서 누르면 되었던 것이다. 양변기에 왜 이런 식의 차이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기했다.

 

 

여긴 선교원의 화장실. 변기 중간에 있는 은색 버튼이 바로 물 내리는 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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