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과 놀이기구의 유사점
01년 3월 20일(화) 맑음
살아서 돌아왔다. 오늘 살상용(殺傷用) 화기를 다루면서 많이 떨었다. 오전 내내 들었던 총기의 굉음이 그랬고 살상용이라는 용도가 그랬고, 내 총기에 대한 의심이 그랬고, 예전부터 들어왔던 총기의 안전사고 내용들이 그랬다.
쏘려는 그 순간까지 많이 떨었다. 하지만 막상 쏘고 나니, 허탈한 마음과 함께 다시 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흡사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타기 전엔 무수한 생각으로 고민하며 결국, 그 표를 샀다 하더라도 근심, 걱정의 눈초리로 자기가 타게 될 놀이기구를 보게 된다. 그와 같이 사격전에는 자기의 삶과 죽음이란 많은 고민을 하며 결국 사선(射線)에 이르러 대기조에 서있다 할지라도, 너무나 크고 선명히 들리는 총소리에 놀라며 자기 차례가 돌아옴에 대해 거부감을 심히 느낄 것이다.
이젠 직접 사선에 올라 총을 쏜다. 머리가 띵하다. 바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이다. 그저 주어져 있는 한가지 일(표적 조준)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빗나간다 할지라도 그건 전혀 우리의 책임만은 아니다. 그건 총기 다룸의 미숙에 대한 응분의 보복 조치이기 때문이다.
여러 후회 속에 놀이기구를 탔다. 놀이기구는 그 활동 영역을 따라서 정신없이 움직인다. 전혀 생각이 없고, 그저 빨리 내리고 싶을 뿐이다. 놀이기구가 멈췄다. 금방까지의 못 참았던 행동들이, 지금은 망동으로만 느껴질 뿐이고 허무감이 밀려듦과 함께 다시 타고 싶다는 극반전된 감정이 든다. 사격이 끝났을 때,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듯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 총을 쐈을 때의 감정은 비슷한 것이었다.
살았다. 열심히 조준하여 살상용 실탄을 쐈다. 그러나 영점 조준 불합격의 불명예란 결과를 받은 거다. 막상 안 좋은 결과를 받고 보니 불명예스럽게 느껴지더라. 거기다 친구들이 멀게만 느껴져 꽤나 힘도 들었다. 잘 이겨 나가자, 나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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