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훈련과 한계
01년 4월 3일(화) 날씨는 좋으나 찬바람 불다
5주차 훈련 중, 가장 큰 기대를 거는 훈련 중 하나인, ‘수류탄 투척 교육’을 하는 날이다. 맘은 이미 싱숭생숭했다. 예전부터 수류탄의 살상력을 잘 알 뿐더러, 어제 점오시간에 그 세세한 위험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포심 때문에 설명을 듣는 내내 많이 떨렸다. 이러한 공포심이, 바로 인간의 한계로 인해 빚어진다.
인간의 한계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뜨거운 물에 대한 공포심 및 경각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하다보니 뜨거운 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만지며, 그 결과 뜨거움의 무서움을 여실히 깨닫고 그 다음부턴 그런 걸 만지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 가지 사고에 의한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든, 자식에 의한 것이든지 이런 것들에 의해 두려움의 관념은 더욱 확실시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관념은 한계가 된다. 한계, 그건 ‘자기가 판단해버린 불가침의 영역’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서 말한 ‘선긋기’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 그런 한계에 대한 도전을 했다. 공포심, 그건 자기와의 싸움이었음을 부인할 여진 없다. 오늘 오전엔 수류탄 투척 자세를 반복 숙달하였으며 오후엔 실물 투척 연습 및 실제 투척을 하였다. 난 원래 던지기에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자신을 억눌렀다. 그러나 오늘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잘 던질 맘가짐이 되어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8사로에서 예비 수류탄을 투척하였을 때는 무려 세 번이나 교관에게 찍힐 정도였다. 더 연습하고 가라는 걸, 그냥 간다고 했다. 실물 수류탄을 잡았을 때, 그 떨림은 떨림의 수준을 떠나 차라리 경련이라 함이 더 적절할 정도였다. ‘250개’ 교관 앞에서 안전 클립 제거, 안전핀 제거를 한 후, 전혀 무념무상으로 던져 버렸다. 멀리 나가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혼나진 않은 걸 보니 나가긴 나간 것인가 보다. 기뻤다.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약했다는 건 차라리 행복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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