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사격에 합격한 기쁨
01년 3월 29일(목)
오늘은 기록 사격이 있는 날이다. 원랜 저번 주 목요일에 했어야 했지만, ‘산불’ 때문인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기록 사격을 하게 된 것이다. 저번 주에 꽤 성적이 좋게 나왔기 때문에, 오늘 만발의 조짐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곤 있었지만, 이번 주 들어 갑자기 나빠진 건강 상태와 오늘 들어 좀 스산해진 날씨 때문에 불길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막상 사격장에 도착해보니, 날씨가 꽤 더웠을 뿐더러 햇살까지 따스하였기에 조금의 희망을 직감케 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도보로 상승했던 체온이 식어감에 따라 스산한 칼바람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따스한 햇살이 먹구름 저편으로 숨어 버릴라치면, 온몸이 소리 없이 상하좌우 반동의 몸놀림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실전 사격을 위해 사선(射線)에 올라섰다. 차가운 바람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거대한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한 놀라운 점은, 연습 사격 때와는 달리 표적판이 올라왔다가 맞거나 시간이 되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한 달라진 규칙들이 우릴 잔뜩 긴장으로 몰고 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한 발, 한 발을 나름대로 신중히 쏘았지만 250사로는 1발, 200사로는 8발, 100사로는 5발을 맞춰서 간신히 합격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무실 안에는 나까지 합해서 일곱 명 밖에 없다. 5소대는 말번이라 아직도 못 쏜 아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에, 아니 군입대 후 처음으로 7명만 있으니 내무실 안인데도 춥더라. 그렇지만 밖에서 차가운 바람과 눈을 맞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이 시간이 축복임을 알 수 있다. 행복하게 누리련다. 이 기쁨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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