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행군
01년 4월 6일(금) 흐리다가 맑아짐
신병 교육 5주차 막바지 훈련인, 행군과 숙영이 있던 날이다. 난 평소 걷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행군에 대해 그다지 걱정스러워 하진 않았고 오히려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 군장을 꾸리고 나서 그걸 들쳐 매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거웠으며, 이걸 들고서 걸어야 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금요일, 오전 8시 30분에 출발 예정이다. 아침엔 너무나 먹고 싶었던, 저번 주엔 한 번도 안 나와서 아쉬웠던 군대리아가 나왔지 뭔가. 그래서 무지 기뻤다. 그걸 맛있게 먹고 완전군장을 짊어진 채 연병장에 집결했다. 약식화된 완전 군장임에도, 상상을 넘어서는 그 무게는 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들었다.
드디어 행군시작이다. 처음엔 힘이 남아돌고 부대를 벗어나 밖으로 나간다는 게 기뻤기에 열심히 걸을 수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뿐 군장의 무게에 더해진 총의 무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기에 그때부턴 오로지 아이들의 발만을 보고 걸었다. 앞을 보고 있노라면 ‘쭉 늘어진 대열, 그 끝자락에 내가 있기 때문에 언제 저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하는 아마득한 생각만 들어서 시선을 땅에 쳐박았다.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걸었다. 그렇게 걷고 있노라니, 드디어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 시간은 누가 뭐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렇게 걷고 걷다 보니 신병교육대가 보였으며 그 힘든 순간을 넘어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힘들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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