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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 2부 뿌리① - 1장 그리스 문명이 있기까지, 오리엔트와 그리스의 중매 본문

역사&절기/세계사

서양사, 2부 뿌리① - 1장 그리스 문명이 있기까지, 오리엔트와 그리스의 중매

건방진방랑자 2022. 1. 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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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와 그리스의 중매

 

 

크레타에 청동기시대가 시작된 시기는 기원전 3000년경이니까 상당히 오래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아직 문명이라고 부를 정도가 못 되었고, 본격적인 미노스 문명은 오리엔트 문명의 세례를 받으면서 싹이 트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고대 지중해를 주름잡았던 페니키아 상인들의 공로가 컸을 터이다. 섬이라는 유리한 지형 조건을 이용해 고대 크레타인들은 일찍부터 해상무역(물론 해적질도 포함된다)에 진출해 지중해 동부의 교역에서 큰 몫을 했다. 앞서 말한 수수께끼의 해상 민족들에게 선배가 되는 셈이다.

 

기원전 2000년쯤 되면 크레타에는 문자가 사용되고 섬 전체의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크노소스 궁전을 비롯해 크레타의 여러 건축물은 이 무렵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후대의 학자들은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는 이때의 문자를 선형문자A(Linear 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해독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고대 문명을 이루기 시작한 초창기에 크레타는 두 차례의 시련을 겪는다. 기원전 17세기~기원전 16세기의 사건들인데, 크노소스 궁전을 포함해서 섬 전체의 건물들이 한꺼번에 파괴된 것이다. 그 무렵에 일어난 화산 폭발이 초래한 자연재해였으리라고 추정된다(혹은 당시 이집트에서 쫓겨난 힉소스인의 침입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크레타인은 재앙에 굴하지 않고 더 큰 규모의 궁전과 건물을 다시 지었다. 이후 크레타 문명은 종전보다 더욱 발달해 전성기를 맞았다. 20세기 벽두에 영국의 고고학자 에번스(Arthur John Evans)가 크레타 섬에서 발굴한 수많은 유물은 대부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시기에 크레타인들은 지중해 동부의 해상무역을 거의 독점했으며, 각종 축제와 스포츠 행사를 벌이는 등 고대 그리스 문화의 원형을 형성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오리엔트 문명의 씨앗을 받아 에게 문명 (크레타 문명과 나중에 그리스에서 발달하는 미케네 문명을 합쳐서 에게 문명이라 부른다)이라는 독자적인 문명으로 키워내는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에게 문명은 당대의 오리엔트 문명에 비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서양 문명의 뿌리를 이루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리적으로도 에게 해는 유럽에 속하기 때문에 서양의 역사학자들은 오리엔트 문명보다 오히려 에게 문명을 더 중시하는 입장이다. 심지어 일부학자들은 에게 문명이 오리엔트 문명과 별도로 독자적인 발달을 이루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씨앗 없이 뿌리가 자라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에게 문명이 발달한 곳은 크레타 섬만이 아니었다. 에게 해 남부 다도해에 떠 있는 섬들을 키클라데스 제도라고 부르는데, 이 일대의 거의 모든 섬에도 크레타와 비슷한 시기에 화려한 청동기 문화가 발달했다. 물론 크레타는 그중에서 가장 큰 문명의 중심지였으며,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들을 지배하는 위치였다. 그러나 제주도 면적의 네다섯 배에 불과한 크레타 섬은 대규모 문명의 모태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미노타우로스의 신화가 말해주듯이, 크레타에 복속되어 있던 그리스인들은 서서히 문명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원전 15세기~기원전 14세기 무렵부터는 오히려 크레타를 침공하기 시작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해야 할까? 크레타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그리스는 완전히 형세를 역전시켜 마침내 크레타의 심장 부인 크노소스 궁전을 파괴해버렸다(이 과정이 테세우스의 신화로 각색되었을 터이다). 크노소스 궁전은 이때부터 3300년 동안이나 땅속에 묻혀 있다가 에번스의 발굴로 다시 햇빛을 보게 된다. 에번스는 크노소스를 발굴하면서 수많은 토판 문서를 발견했는데, 여기에는 초기 그리스어인 선형문자 B가 많이 포함되었다. 이 문자는 현재 완전히 해독되었는데, 크레타 문명의 후기에는 이미 그리스인의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말해주는 자료다.

 

 

에게 해를 휩쓴 화산 폭발 크레타 북쪽의 테라 섬에서 발굴된 벽화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에는 항구가 이렇듯 평화로웠으나 크레타의 미노스 문명을 파멸로 이끈 화산 폭발은 이 섬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이 벽화는 수많은 작은 파편을 퍼즐 맞추듯 짜 맞추어 복원한 것이다.

 

 

인용

목차

동양사

한국사

연표: 선사~삼국시대

연표: 남북국 ~ 고려

연표: 조선 건국~임진왜란

연표: 임진왜란~조선 말기

연표: 대한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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