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구멘
타벤니스의 높은 담 안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엄격한 공동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동(koinos) 생활(bios)이라는 희랍어원에 따라 영어로는 세노비티즘(cenobitism, coenobitism)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공동생활 수도승을 세노바이트(cenobite)라고 부르며 앞서 말한 안토니(Anthony, c.251~356) 계열의 개별적 은둔수도승 앵코라이트(anchorite)와 대별된다. 앵코라이트는 혼자 자유롭게 스스로의 규율에 따라 생활하는 반면, 세노바이트는 완벽하게 규정된 공동규율 속에서 평생을 보낸다. 일어나는 시간, 낮에 사는 생활 스케쥴, 자는 시간이 모두 결정되어 있으며, 공동기도, 공동식사, 공동경작, 공동복장, 공동다이어트규칙, 공동사용이 결정되어 있다. 이 모두에 엄격한 공동매너가 결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수도원에는 수도승들의 영적 지도자가 있어, 그를 헤구멘(hegummen)이라고 부르는데, 헤구민은 영적 스승일 뿐 아니라 수도승들이 아무 생각없이 수도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재정적 지원을 해야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까 사판 주지와 조실 스님의 양면을 다 구비해야 한다. 파코미우스는 매우 유능한 헤구멘이었다.
타벤니스의 수도원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그는 수도원을 주변지역에 개척했다. 남자를 위해 9개를 지었고, 여자를 위해 2개를 지었다. 그는 이 11개의 수도원을 관할하기 위해 근거지를 타벤니스에서 파바우(Pabau, 현재 Faw Qibli)로 옮겼다. 파바우 수도원은 파코미우스의 수도원운동(monastic movement)의 행정센터였다.
여기서 그는 헤구멘되었던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파바우의 폐허를 가보면 상당히 우람찬 돌기둥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꽤 훌륭한 수도원이었던 것 같다. 수도원 교회가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데 건물이 계속 증축된 흔적을 보이고 붉은 화강암 기둥들, 석회석의 주춧돌들, 수없는 질그릇 파편, 올리브기름을 짜는 화강암 맷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화강암 기둥이나 파편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기도 하고 예술적 조각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기존의 이집트 신전 건물의 파편들을 재활용한 것 같다.
그의 여동생 마리아(Mary)도 여성수도원의 첫 헤구멘되었고, 아주 부유했던 페트로니우스(Petronius)라는 승려가 파코미우스를 계속 도왔기 때문에 파코미우스는 수도원의 헤구멘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고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346년에 열병이 휩쓸어 약 100여 명의 수도승이 희생되었는데 파코미우스도 346년 5월 9일 열병 속에 그들과 함께 영면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관할하에 약 7,000명의 남녀수도승이 있었다.
▲ 이곳이 바로 파코미우스 수도원운동의 행정센터였던 파바우 수도원이다. 이 사진에서 뒤에 뿌옇게 보이는 고원모양의 산이 바로 게벨 에트 타리프(Gebel et Tarif)이다. 그곳에서 나그 함마디 라이브러리 체노보스키은 문서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수도원과 문서 발견지는 약 10리 정도 떨어져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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