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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환전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환전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건방진방랑자 2022. 3. 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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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이군은 이 호텔을 델리에서 예약했어야 했고 이미 대금은 선불해놓은 상태였다. 칼라차크라 행사 때문에 숙박시설이 모두 만원이었던 것이다. 인도인의 수중에 어떤 돈이든 한번 들어가면, 그것이 다시 나오리라는 생각은 해서는 아니된다. 바라나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중에 인도돈이 없으니까 너무 불편해서 미화 한 1500불 정도를 바꿀 요량으로 인도의 국립은행(State Bank of India)엘 들어갔다. 국립은행이니까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여행자수표를 카운터에 쓰고 있는데 갑자기 기관단총을 든 경찰들이 날 둘러싸고 어디로 가자는 것이다. 왜 그러냐니까 조사할 게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난 흉악한 도둑놈으로 몰린 느낌이었다. 영문을 알아보니 나의 여행자수표에 문제가 있었다. 여행자 수표는 윗칸에 소지자의 싸인이 미리 되어 있는 것이 원칙이다.

 

 

 인도에서는 어딜가나 막대기 하나 걸쳐 있으면 돈을 내야한다. 통행세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해도 통행세를 내는데 보통 30분이상 걸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운전사와 통행인의 모든 인적사항을 세세하게 적고 구찮게 굴기 때문이다. 번문욕례의 간소화의 수준이야말로 문명의 수준의 척도다. 나의 어린시절의 우리사회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사회는 어느 측면에서는 확실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온 것이다.

 

 

그런데 보통 한국은행에서 티씨를 줄 때 본인 싸인란에 싸인하는 것을 확인 안 한 채 본인 재량에 맡겨버린다. 그 인도의 국립은행의 은행직원은 내 수중에 있었던 싸인이 없는 맹숭맹숭한 티씨 거금을 보고 날 도둑놈으로 간주해버린 것이다. 나는 지점장실에까지 끌려갔고 온갖 변명을 해서 가까스로 풀려났다. 그리고는 한번에 미화 500불 이상은 환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장할 지경이었다. 나는 화를 버럭 내고 은행을 나와버렸다. 내 돈을 가지고, 그것도 미화를 가지고, 인도돈을 미화로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미국돈을 인도돈으로 바꾸겠다는데, 자기나라 경제를 도와주겠다는데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화를 내고 은행을 나올 때는 이런 대도시라면 달러 바꿀 은행은 쌔고 쌨으려니 했던 것이다.

 

경천동지할 사건이 벌어졌다. 인도의 가장 성스러운 도시, 카시(Kāshī)!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순례객들로 붐비는 이 대도시 바라나시에 환전할 수 있는 은행이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줄이 길어 몇 시간이 걸리고 또 오후 2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채업자를 찾아야 했다. 또 다시 놀랄만한 사실은 사채업자들의 환전율이 국립은행보다 더 짜다는 것이다. 국립은행이 그 모양이니까 사채업자들이 배짱 튀기면서 장사를 해먹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우리 형하고 누나하고 미국유학 갈 즈음에, 명동 뒷골목에 딸라장수들이 우글거렸다. 그런데 지금 북경에 가면 딸라장수들이 우글거린다. 그러나 물론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딸라 장수에게 바꾸는 것이 이익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사정과 정반대의 나라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우리나라는 언젠가 이미 딸라장수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채업자에게 1500불을 다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환율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또 다시 기관단총에 둘러싸이는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인도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어디서나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과일이나 생과일쥬스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렌지는 물론, 석류나 포도를 즉석에서 과즙기를 빙빙돌려 짜주는 그 맛은 신들의 넥타보다 더 달고 혓바닥을 쏘는 짜릿함이 있었다. 싱싱과 순수라는 언어의 최고의 구현체였다. 한컵에 10루삐 정도. 쿠시나가르에서 파트나로 가는 도중, 고팔간즈(Gopalgani)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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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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