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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찢겨진 돈뭉치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찢겨진 돈뭉치

건방진방랑자 2022. 3. 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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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돈뭉치

 

 

그런데 또 다시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인도에는 10루삐권이 있는가 하면, 20루삐권, 50루삐권, 100루삐권, 500루삐권이 있다. 인도인들은 ’(No!)를 말하는 법이 없다. 무슨 부탁을 하든지 된다고만 하지 안된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냥 알아새겨야 한다. 안된 일에 대해 항의해봐야 소용이 없다. 즉 그들이 말하는 옛스적인 측면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놈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인도사람들은 비율적으로 다리가 엄청 긴 편이다. 그래서인지 변기의 위치가 우리나라보다는 매우 높게 달려있다. 좋은 변소에서는 손을 씻고 나면 종이를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럼 돈을 주어야 한다. 피곤할 땐 그 사람은 변소바닥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인도인의 직업분담은 지극히 세분화 되어있다. 테이블을 닦는 사람(수드라 계급)과 바닥을 치우는 사람(불가촉천민)이 다르다. 깨끗이 바닥을 치워 놓은 그 위에 곧 테이블 위의 더러운 것들을 내버리곤 한다.

 

 

그리고 인도인들에게는 예로부터 논리학이 발달해서 그런지 어떤 경우에도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변명을 한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한다는 것은 인도인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미덕이다. 예를 들면, 미화 1500불을 100루삐권으로 다 바꾼다는 것은 좀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500루삐권으로 바꿔줄 수 없냐고 사채업자에게 물었다. 500루삐권을 구할 수가 없으면, 미안하지만 1500불에 해당되는 500루삐권은 구할 수가 없다는 한마디면 아주 간단히 끝나는 대답이다. 그런데 그 사채업자는 장황하게 몇 십분을 설명하는 것이다. 500루삐권을 들고 다니면 오해를 받게 되고, 시골에 가면 쓸 수가 없으며, 또 일일이 번호를 적고 그러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며, 100루삐가 쓰기에 간편하며, 거스름 돈을 받을 일이 적어져서 좋고그래서 나를 위해서 100루삐권으로 일부러 준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소위 말하는 인도의 논리학인 것이다. 러시아 성 페테르스부르크 학파의 거장 스체르바츠키(F. Th. Stcherbatsky)불교논리학(Buddhist Logic)이라는 책에서불교철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탐독해 볼 만한 20세기 불교논리학의 최고의 명저이다. 이 책은 대승불교 후기 논서(śāstra)들에 나타나는 논리와 인식의 제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으며 서양철학사의 명료한 인식 속에서 그 논의의 보편적 가치를 가늠질하고 있다. 67세기에 활약했던 디그나가(陳那)와 디르마키르티(法稱)의 논리학과 인식론의 체계를 집중적으로 천착하고 있다. 레닌그라드의 소련과학원(the Academy of Sciences of the U. S. S. R)에서 1930년경 출판된 책인데 1962년 미국에서 다시 출판되었다. th. Stcherbatsky, Buddhist Logic, New York : Dover, 1962. 2 Vols. 우리나라에서는 Vol.1에 해당되는 부분만, 임옥균에 의하여 번역되었다. 데오도르 체르바츠키 지음, 임옥균 옮김, 佛敎論理學, 2, 서울 : 경서원, 1997.소개하는 다양한 인도학파들의 논리학이 이러한 인도인의 성향과 관련된 것일까? 그런데 나를 경악시킨 것은 이러한 논리학의 문제가 아니다. 100루삐권(우리나라 돈 3000원 정도에 해당)100장씩 묶은 돈뭉치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의 지폐가 모두 매우 너덜너덜하게 닳아있거나 부분이 꼭 찢어져 있는 사실을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지폐의 왼쪽의 중앙부 부분이 항상 구멍이 나있거나 찢어져 있거나 한 것이다. 그런데 또 환장할 노릇은, 자기들이 그런 돈을 나에게 주고는 또 찢어진 돈은 잘 안 받으려 하니 산통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골똘한 나의 추리과정을 단절시켜준 경악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은행에서 보통 돈뭉치를 내줄 때, 우리나라에서는 백매를 질긴 종이끈으로 싹 돌려 묶어 버리고는 옆에다가 조그마한 도장을 하나 꽉 찍으면 만사가 오케이다. 그러면 누구든지 천원권 백매가 묶인, 은행도장이 찍힌 뭉치가 10만원으로 통용되는 데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잘 살 때이든, 못살 때이든, 내 기억으로는 항상 그러했다. 만원짜리 백매를 묶어도 은행도장만 찍혀 있으면 의심없이 불편없이 100만원 뭉치를 주고받는다. 그것을 일일이 다 세어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나라의 평상적 윤리가 하나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인도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중간 허리를 그냥 돌려 매놓은 끈으로는 도저히 100장이라는 보장이 설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유통과정에서 몇 장을 빼먹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은행에서 나오는 모든 100장 돈뭉치가 어마어마한 두꺼운 호치키스로 세 번이 꼭 찍혀있고 그 스테이플 철사 위로 은행이 보장한다는 보증서가 풀로 발라져 있는 것이다. 그 스테이플이 매우 단단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그것을 돌려 떼어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폐가 상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스테이플이 찍힌 돈뭉치! 이것이 인도의 현실이었다.

 

사회윤리의 보편적 기저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인도의 청년 싯달타의 고민도 아마 이 스테이플이 찍힌 돈뭉치와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바꾸고자 했던 미화에 해당되는 돈뭉치는 수북했다. 나는 그것을 배낭에 가뜩 담아 실어날러야 했던 것이다.

 

 

돈뭉치를 배낭에 걸머메고 네팔로 가는 길에 소달구지를 몰고가는 인도농부의 평화로운 모습을 잡았다. 인도인은 잘 생긴 사람이 많고 자태가 여유롭고 깊이가 있다.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해탈(解脫, mokṣa)은 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말 같았다.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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