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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룸비니의 총각김치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룸비니의 총각김치

건방진방랑자 2022. 3. 18.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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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비니의 총각김치

 

 

무조건 이 차를 돌려 대성석가사에 대라!”

 

죽으면 죽었지 우리 총각김치나 한번 먹고 가자! 오늘 국경을 못넘으면 내일 넘지! 호텔값이야 날리면 그뿐 아닌가? 서울 강남 서초구 끝자락에 우면산이라는 유서 깊은 산이 있다. 그 밑에 예술의 전당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전당 뒤쪽으로 돌아 산허리를 올라가면 대성사(大聖寺)라는 절이 있다. 그 절은 바로 백제에 불교가 초전된 터에 세워진 사찰인데 그 대성사에는 도문(道文)스님이라는 도력이 고매하고 행보의 스케일이 매우 크신 스님이 주석하고 계시다. 그 도문스님 문하에서 아까 말한 법륜스님, 그리고 법성스님, 보광스님과 같은 훌륭한 스님들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룸비니의 대성석가사는 도문스님 문하에서 이루어진 사찰이라는 정보를 나는 가지고 있었다. 도문스님은 일찍이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문명에 대하여 매우 선각자적인 통찰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고, 인도유학생들도 많이 후원하신 분이었다. 도문의 문하라면 내가 들러 푸대접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난 무엇보다 총각김치 한 접시가 그토록 절박하게 그리웠다.

 

대성석가사를 들어섰을 때 도문스님의 문하생이며 법륜스님의 도반인 법신(法信)스님이 나를 맞이했다. 그런데 광목 벙거지모자에다 등산조끼를 입은 초라한 나를 법신스님이 알아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신스님은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만사를 제치고, 이역만리를 떠나온 동포의 손길을 따뜻하게 만져주시면서, 총각김치 한그릇 먹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나를 바로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식당에 불을 밝히고 차분히 내 얼굴을 보시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하셨다. 그때였다. 멀리서 어느 보살님이 달려와서는 가슴이 메지는 감격의 몸짓으로 내 앞에 와서 허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도 덩달아 가슴이 메지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법신스님은 날 알아보셨다. 스님은 내 손을 잡고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셨다. 그러더니 당신 방으로 가서 곱게곱게 읽으신 도올의 금강경 강해를 들고 나오시더니 이 나의 강해에서 너무도 너무도 큰 감동과 정확한 해석을 얻었다는 것이다.

 

룸비니 무우수 그늘 아래서 나의 분신, 나의 언어가 담긴 서물을 발견하게 되는 감동은 무엇보다도 시공을 초월하여 교감되는 진리의 힘에 대한 감사로 이어졌다. 금방 대성석가사는 탕아를 맞이한 아버지의 집처럼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재미있는 얘기로 꽃을 피울 때, 나를 알아보신 명선행(明善行) 보살님께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따끈한 새 밥과 수북한 총각김치, 열무김치, 양배추김치, 그리고 감자ㆍ당근ㆍ양배추를 넣어 만든 야채국.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한 끼라고 단언한다. 감사하옵나이다. 감사하옵나이다. 황천길을 갈 때에도 룸비니 대성석가사의 총각김치가 먹고파서 계속 뒤돌아 볼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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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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