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필라바스투 강행군
지난 1월 5일 나는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를 가고 있었다. 현재 룸비니는 인도에 있질 않고 네팔에 있다. 그런데 인도에서 네팔국경을 건너는 문제도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항상 쓸데 없는 번문욕례(繁文縟禮)가 많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고락크뿌르(Gorakhpur)를 아침에 출발하여 네팔국경을 넘어 룸비니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였다. 우리는 그날로 다시 고락크뿌르로 내려와 쿠시나가르까지 가는 여정을 짜놓았다. 호텔이 모두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스케쥴 변경은 항상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네팔에 있는 카필라바스투를 꼭 둘러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봐야만 나는 원시불교의 많은 문제에 관한 나의 사색의 확고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남군과 이군은 네팔의 카필라바스투를 들르는 것은, 당일 네팔국경을 넘기로 작정한다면, 무리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카필라바스투 가는 것을 강행했다. 룸비니를 급히 떠나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 카필라바스투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였다. 스케쥴이 절박했지만 나는 후회없는 강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요번 인도여행에서 네팔 카필라바스투의 아무도 없는 빈 성터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청년 싯달타가 반가좌사유의 고민 끝에 카필라의 동문을 나서는 외로운 고행길의 현장을 역력하게 목격했다. 나는 그곳에서 인간 싯달타를 생생한 모습으로 만났다. 그리고 카필라성 고타마족에 대한 모든 역사적 논의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었다. 나는 급히 다시 룸비니로 돌아와야 했다. 네팔 국경을 넘는 길은 다시 룸비니를 거쳐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룸비니를 다시 지나게 된 것은 저녁 6시 반경이었다. 어두웠다. 그런데 배가 몹시 고팠다. 그런데 아까 룸비니의 티벹사원에서 만난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의 암시적 한마디가 계속 뇌리를 감돌았다. 룸비니에는 대성석가사(大聖釋迦寺)라는 한국절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맛있는 총각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뭄바이에서 아라비아해의 아침 햇살을 본 이후로 단 한번 한국음식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총각김치, 총각김치, 흰 쌀밥, 된장찌개… 룸비니를 지나가는데 계속 혓바닥에선 군침이 돌았다. 남군과 이군은 지금 도저히 지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오늘 8시 전에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늦으면 출입국관리소가 다 문을 닫아버린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끽소리 못하고 나는 룸비니를 그냥 지나쳐야 했다. 한참을 지났을 때였다. 나는 갑자기 소리쳤다.
▲ 카필라바스투의 성터. 그리고 싯달타가 출가했다는 동문의 성벽(윗 사진)이 남아 있다. 카필라성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동서 400m, 남북 50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성이다. 기껏해야 순천 벌교 낙안성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일 뿐이다. 따라서 호화로운 삶을 산 싯달타 왕자의 모습은 완벽한 픽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타마가 히말라야 산 중턱의 고산종족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카필라성으로 가는 길(아랫 사진)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벌판이요 비옥한 농토였다. 따라서 카필라성은 작더라도 충분한 하부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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