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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1장 - 6. 실력으로 말하라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장 - 6. 실력으로 말하라

건방진방랑자 2021. 9. 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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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실력으로 말하라

 

 

이번 삼림(三林) 프로그램에서는 야회(野會)를 빨리 가고 산행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나는 이 강의 외의 시간에는 우리의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교육에 관한 저술을 하고 있는데 오늘 새벽에도 50매 가량 썼습니다. 그래서 나는 촌음(寸陰)을 쪼개 쓰는 절박한 시간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동숭동 학문의 기풍을 일으키는 도올서원으로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개별적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시간은 없고 월··금요일날 강의가 끝나고 나서 두들박스(Noodle Box)’에서 같이 식사하며 얘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누들박스라는 분식집은 원래 요 앞 코너에 있었는데, 무허가였지만 깨끗했습니다. 동숭동은 음식문화가 형편없는 곳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그릇이 아주 더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음식문화의 본령을 보여주기 위해서 동숭동에 식당을 차릴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누들박스가 요 앞에서 철거를 당한 후 다른 곳에서 개업을 했는데 사람들이 안와서 존폐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특별히 공고하기 전에는 월··금요일 강의가 끝난 후에 반드시 거기서 점심을 먹을 테니까, 거기에 오면 밥을 먹으면서 나와 얼마든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재임(齋任, 서원의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하시는 분들)분이 하는 브레머(Bremer)’에서 차를 마시면 좋겠지요. 브레머 0TPDN4q에 가면 내가 쓴 글씨와 그림이 걸려있는데 그 글씨는 우리 도올서원의 여헌(慮憲)의 내용입니다. 한번 보세요. 그 힘 있는 글씨를.

 

동숭동은 명실공히 도올서원 캠퍼스가 되어야할 것 같아요. 사실 동숭동은 그렇게 되어야만 살지. 지금처럼 딴따라 패들만 마구 날치는 이러한 광란기 속에서는 과거의 서울대학교가 있었을 때의 학문적 정서와 전통이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래서 동숭동을 살리기 위해 우리 서원도 여기에서 개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가 참고로 보고 있는 번역본의 저자인 성백효(成百曉) 선생으로부터 편지가 왔었는데, 성백효 선생님은 참 진실하고 좋으신 분입니다. 정말 한문 읽는 자세가 꼼꼼하고 투철하신 분이에요. 우리나라 고전번역에 있어서는 최상급의 학자라고 평가합니다. 그분 책, 대학·중용집주(大學·中庸集註)도 여러분에게 많은 참고가 될 거예요.

 

 

 

 

 

 

호학하라

 

나는 오늘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여러분에게 충실한 강의를 해 주려고 텍스트 크리티시즘에 관한 예습도 하고 중용(中庸)을 여기 저기 들춰보며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새벽2시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잘 견디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얼마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시차극복을 못해서 어제저녁 6시에 잤기 때문입니다.(齋生大笑) 양심상 더 잘 수 있나요? 나는 잠을 깎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녁 6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나의 본령은 고전학자인데 지금 한의학 공부도 하고 베라벨 짓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사실 괴롭고 적성이 잘 안 맞는 짓들입니다. 정직하게 말해서 고전학자가 나의 본령입니다. 정말 여러분들이 도올서원에 이렇게 왔기 때문에 내가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했고, 중용(中庸) 텍스트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 한번 새롭게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내가 한 텍스트 크리티시즘은 어디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좋은 내용입니다.

 

여러분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모든 학생들이 진지하고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내 책을 고등학교 때부터 읽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사회에는 나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르고 날뜁니다. 학문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치 학문의 대가가 된 듯이 까불어요. 여러 가지 보기 싫은 꼴들이 많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내가 과격한 스타일로 글을 쓰니까 많은 사람들이 김용옥이라면 우상파괴주의자(Iconoclast)이고 굉장히 독설을 퍼붓는 사람에다가 기행을 서슴지 않는 괴팍한 놈이라는 등 엉터리 같은 얘기들을 하는데 그건 쌩 거짓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배워야 할 것은 진실한 실력입니다. 실력에서 나를 따를 자가 없어요. 나는 나보다 더 많이 공부를 한 사람이 있으면 확실하게 인정합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나보다 더 많이 했다는 것은 내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내 세대에 나 만큼 공부하는 사람이 도대체 없습니다. 이건 우리민족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여러분들 세대에서는 내가 하는 이런 비극적인 말이 나오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우리나라 학자들이 공부를 안 했어요. 지식의 폭이나 사고의 깊이가 너무 유치합니다. 나는 그저 진실하게 공부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진실하게 공부할 것입니다.

 

 

 

시대를 이끌 수 있는 학자가 되도록 공부하라

 

최근에 조선일보에 이제마에 대한 대연재를 기획한 일이 있었는데 결국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이영희씨의 만엽집(萬葉集)에 관한 노래하는 역사의 후속 시리즈로 민중화가 임옥상씨와 내가 같이 내 몸의 하늘과 땅이라고 해서 대단한 기획을 했었고 그림과 글을 몇 회분씩 준비해 놓았는데 결국 안 되고 말았죠. 편집국에서는 다 오케이를 놓았지만. 지금 나는 신문에 글을 쓴다든가 매스컴에 나가서 떠든다든가 일반 강연을 한다든가 하는 데에는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 학인으로서 나만큼 유명한 사람도 없고 더 이상 유명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더 이상 유명해지면 불편하기만 하죠. 이미 알맞게 유명해졌고 죽을 때까지 그런 건 걱정할 것도 없는 사람이지요. 어떻게 진실하게 사느냐,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도올서원에 와서 배우려고 하고, 진지한 자세로 강의를 듣고, 내가 새벽 2시부터 일어나서 강의준비를 하는 이런 것이야말로 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상당히 바쁜 삶의 일정에서도 여러분들에게 강의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나는 졸개를 교육시킬 시간이 없습니다. 대중강연을 하거나 테레비에 나가서 떠드는 것을 졸개를 거느리는 것이거든요. 나는 졸개를 가르칠 시간은 없고 참모들만 거느리면 됩니다. 그래서 당대에는 내가 역사를 앞으로 걸머지고 갈 참모들만을 교육하는 것으로 자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참모들이 다시 일선에서 뛰면서 역사를 개변해 나가겠지요. 내가 한때 영화나 연극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그런 것은 사실 졸개들을 다스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때는 직접 민중과 부딪치지 않으면 학문에 생명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일들을 했는데, 늙은 탓도 있겠지만, 일선의 졸개들을 내가 직접 선두지휘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도올서원은 졸개들을 기르는 기관이 아니라 참모들을 기르는 기관입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여기서 교육받은 것을 가지고 나가서 역사를 개변하는 어떠한 원동력을 발견해야 된다는 말이예요. 그리고 김용옥을 능가하는 참다운 실력을 배양해야 됩니다. 우리의 역사가 이토록 실력 없는 인간들이 무질서하게 날쳐 뛰는 꼴을 지속시켜서야 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참다운 공부를 해서 정말 위대한 새 시대의 일꾼들이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더 이상 이 역사에 원한이 없습니다. 더 이상 유명해질 것도 없고 단지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체계를 명확하게 저술하여 후학들에게 전달하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런 나의 뜻을 잘 생각해서 앞으로 뜻있는 역사의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도올서원운동을 전개하는 뜻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2011년 10월 26일. EBS 중용 강의 중 갑자기 잘렸다. 그래서 광화문에 나와 일인 시위 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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