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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상병 - 02.02.25(월) 계급과 성장시기를 매칭해보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2.25(월) 계급과 성장시기를 매칭해보다

건방진방랑자 2022. 6.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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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과 성장시기

 

02225() 맑음

 

 

입대하고 나서 자대에서 한 좌담회에서 이래도 저래도 22개월이니 잘 지내보자란 얘기를 나누면서 안 가는 시간에 불만을 토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과연 일 년이란 시간이 순간순간마다 빠르게 흘러갔냐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이 생활이 그렇게까지 즐겁다거나 슬프지 않다는 얘기이며 생각 이상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닐까?

 

상병을 달았다. 군 생활한 지 일 년이면 누구나 달게 되는 계급이기에 별 감흥은 없다. 단지 일 년이란 시간이 더디게라도 이렇게 지나갔다는 것이 기쁠 뿐이요, 계급장의 크기가 더욱 커졌기에 시각적인 만족감이 있다는 것이요, 작년으로서의 오늘과 올해로서의 오늘을 즐거운 맘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군에 오기 전에 성민이 형이 휴가 나온 것을 보고서, “! 다음달이면, 상병이니까 이제 군 생활 폈구나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도, 그리고 군에 입대하고 나서도 훈련병 시기에 상병만 달면 군 생활도 편해지고 그에 따라 할 만해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을 보고서 전체를 망각한 우()일 뿐이라는 걸 생활을 해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등병 초 시절 때 난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우리만치 대단한 생각을 했다. 바로 군의 계급을 사회의 시기(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 노년기란 분류)에 적절히 대응시킨 것이다.

이등병 시긴 혼자서 아무 것도 못하고 누군가가 뒷치닥꺼리를 해줘야 하는 유아기와 같고

일병 시긴 무엇이 무언지를 대충 알기에 혼자서 할 수 있긴 하지만 역시 잘못 행동할 가능성이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이기이며 위에 치이고 아래에 치이는 어중간한 입장의 청소년기와 같으며

상병 시긴 이제 거의 모든 것을 알기에 그만큼 예우를 받아 웬만한 것들에도 터치 당하지 않는 성년기와 같으며

병장 시긴 이제 모든 걸 체득한 절대의 경지이며 윗선들이 거의 없기에 아주 편히 지낼 수 있는 노년기와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활을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대충 매칭시켜본 것인데, 막상 생활을 해보고 상병까지 달고 보니 그런 매칭이 제대로 된 것임을 알 수 있어서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매칭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것을 빼먹었다. 바로 사회에서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누구도 제재를 하지 않기에 편해진다 할지라도, 그런 편함엔 책임이 수반된다는 사실 말이다. 그것 곧 상병이 되어 그냥 편하다는 게 아니라 그것 또한 책임지는 상황에서의 편함이란 얘기이다. 어쩌면 계급이 올라간다는 건 그런 책임이 커져 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병 시기엔 자기 한 몸만 잘 돌보면 그걸로 오케이지만, 일병 시기엔 조금씩 늘어나는 후임들을 잘 이끌어줘야 하며 군 생활에 적응도 충실히 해야 하며, 상병 시기엔 큰소리까지 쳐가며 후임들과 좋은 소대 만들기에 동참해야 하고 당연히 선임들을 대우해줘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병장 시기엔 특히 분대장이 되어서 한 분대를 이끌어야 하기에 더욱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요즘 들어서 난 이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계급이 올라간 만큼 내 생활도 편해지고 더욱 풀어준 게 많지만 그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게 많이 있다. 이래저래 군 생활 일 년만에 사회에서 미쳐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성년기 시기를 간접 체험해볼 수 있게 되었기에 좋은 기억이자 체험이라 생각한다. 그런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당연히 필요한 게 능력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에겐 어떤 능력이 있는지 14개월 간 생활해보며 경험해보며 찾아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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