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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일병 - 01.12.28(금) 선임병의 상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일병 - 01.12.28(금) 선임병의 상

건방진방랑자 2022. 6.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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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의 상()

 

011228() 맑음

 

 

선임병과 후임병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갈등을 겪는 곳이 바로 군대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회와는 달리 느슨한 시간 뒤에 서서히 입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 뒤에 입장이 바뀌는 것이기에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입장적 행동에 대해 오류를 일으킬 때가 있다. 군이란 계급 사회가 원래 그렇다라는 관념에 의해 군대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임병은 지존의 하늘이요, 후임병은 비하의 땅이요라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을 입장적 행동에 대한 오류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적인 무의식 속의 괴리가 숨어져 있기 때문에 선후임병은 같은 존귀한 인간임에도 일방적으로 먹고 먹히는 그런 양육강식적 관계일 수밖에 없다.

 

후임병일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갑자기 내가 신교대 때 적어냈던 미래 설계가 생각난다. 그때 난 선임병이 되면 후임병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며 위로하면서 그렇게 살겠다고 했었다. 정령 그때의 내 생각은 그랬다. 자대에 와서도 내 생각은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기선 모든 게 개념이라는 것으로 일축되어진다. ‘개념다른 말로 하면 통제이다. 후임병이 하면 무개념이라 욕을 먹을 행동도 선임병이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린 이런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군가 개념이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기준이라고 전혀 그럴 듯한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건 전혀 수긍할 수 없는 정의이리라. 개념이란 단어로 얽매어져 버린 우리들.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편함을 찾고 나름대로의 안위를 찾겠지만 여전히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식과는 요원한 삶의 모습이요, 계급이란 것에 억눌린 삶의 양태이기에 힘듦과 추리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언가 뚜렷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은 그것을 향해 참고 인내해나가는 시기가 후임병 시기이다.

 

이제부턴 이런 원론적인 어투를 그만두고 실질적인 얘기를 해보도록 할까. 후임병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뭐니 뭐니 해도 개념 없냐’ ‘미쳤냐라는 말이었다. 그저 나는 그렇게 행동한 것뿐인데, 자기들의 인식 내의 행동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사람을 한없이 바보, 이기주의자로 만들어버린 말들이다. 난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만 받아들인다는 게 짜증났다. 그렇기에 난 그런 걸 인정치 않고 그러했던 개연성들을 일일이 설명하려 하면, 선임들은 말 많네.”라는 말로 일축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고참들과 말이란 걸 하기 싫어지는 건 당연하다 못해 당연한 일이리라. 그렇게 또한 잘못을 해서 지적을 받게 되면, 지레 말 길어질 것이 짜증나서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하므로 너무 쉽고도 간편한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벽들을 쌓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잘한 잘못들과 흔한 사죄로의 끝맺음은 진실한 인간관계가 진행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치부의 말들을 자기들의 좀 더 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후임병들의 갈구고 억압하기에 전혀 좋아보일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언어적 횡포 속에서 속 많이 상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나왔다.

 

그렇게 지나다 보니 지금은 많이 풀어주는 것 때문에 그러한 억압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전면적으로 잘해서 그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예전보다 더욱 개념 없는 행동들을 지금 훨씬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예전에 비해 갈굼이 없는 것은 계급이 조금이라도 상승했음을 선임들이 인정해주는 것이며, 내 윗 선임들이 그만큼 적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씩 편해지는 맛이 군 생활한단 얘기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난 그래서 지금 역시 이런 건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가끔씩은 진실함이 오고 갈 수 있는 대화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며 누구처럼 별 시덥지 않은 것들로 갈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가 정말 어려운 과제인데,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게 선임병이 될 나의 과제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주 순차적인 단계로 몇몇 아이들과 맘 편히 얘기하려고 많이 하긴 하는데 아직은 미흡한 단계라 아직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곳은 군대이기에 순임병이란 예우란 것을 해줘야 하면서 진실을 통하기 위해선 친구와 같은 친근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반된 두 가지를 만족시킬 무언가를 찾아야 하기에 힘이 매우 드는 것이다.

 

어떻게 친구처럼 편해지면서 선임병으로써의 예우를 해줄 수 있겠는가! 그 적당한 선을 찾는다는 건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일이고 머릿속 꽤나 복잡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갖추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해야 하는 것과 나의 선임으로서 예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을 어느 정도 현실화 시키는 게 중요할 것이다.

 

전화가 온다. 전역한 고참들에게 간혹 그렇게 전화가 온다. 그들은 간혹 이 지옥 같은 곳이 그립긴 한가 보다. 그러고 보면 사회가 이곳보다 더 지옥일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 그렇게 이곳과 이곳의 사람들을 그리며 전화를 하는데, 전화가 올 때 너무나 기뻐하고 반가워하며 받는 사람이 있는데 반해, 오고 나선 전혀 신경을 안 쓰며 오히려 전화 받기를 꺼려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이 이 소대 안에서 얼마나 인간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면 최고참이 되고 전역할 때쯤 되어서, 그 사람이 떠날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나가지 않게 되길 바랐던 사람이 몇 되지 않는 거 같다. 거의 태반은 빨리 나가길 바랐으며 빨리 사라지길 바랐으니까. 그 사람이 나가므로 나의 서열이 상승한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그 사람이 우리 소대나 나에게 있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팽배했으니까. ‘짬으로 민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짬 안 되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으며 산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짬대우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군 생활을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고생도 했을 거고 우리보다도 더 심했을 그런 부당한 행위를 많이 당했을 테니까. 그만한 입장이 되어선 좀 편해져야 오히려 당연할 테니깐. 그렇지만 그 누구의 말대로 짬으로 밀 게 있고 그렇지 않을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의 열외, 통제의 열외 등과 같이 후임들에게 그다지 피해가 오지 않는 것들이 바로 밀어도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근무 대기 시간의 고참 이익적 변경, 청소 중임에도 일어나지 않고 느그적 거리며 있기 등과 같이 후임병들에게 방해적 요소만 남겨주는 것들은 밀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바로 후자와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때, 그 선임이 평소 엄청 좋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신임도의 추락과 함께 불평이 증폭될 것이며 그에 따라 결국 빨리 전역하기만을 바라게 되는 불필요적 존재로 낙인 찍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전역하고 나서 소대로 전화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 누구도 반갑게 받아주는 사람이 없게 될 테지. 사실 그 얼마나 비극인가? 자긴 그리운 사람들과 그리운 곳에 대한 향수로 전화했을 텐데, 그 향수를 느끼게 해줄 만한 그 사람이 부재라는 현실 말이다. 그 어려운 말들을 집어치우고라도 군대 또한 사교의 장이라 불려지지 않던가? 팔도 사나이들이 자기의 순익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여서 여러 악재를 동고동락해가면서 진정한 인간애, 전우애를 이어갈 수 있는 곳이기에 이 곳만큼 진정한 인간관계를 이어갈 만한 곳도 없으며 이곳만큼 마음과 마음이 연결지어지는 곳도 없다. 그럼에도 후자와 같은 그런 모습으로 후임들을 대하게 되면 이곳에서조차 외면 당하게 되니 어지 이 아니 비극인가! 그렇기에 난 감히 나에게 충고를 한다. ‘다른 걸로 빠지는 건 그렇다 쳐도. 어쨌든 너도 인간이기에 누구 못지 않게 니 편함만을 찾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밀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야 할 것을 잘 파악해서 행동하고 실천해라. 그게 결국 올바른 군 생활의 첫 목표니깐.’이라고 밀이다. 난 절대 내 후임이니까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에 따라 그런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특히 여긴 GOP이다 보니깐 근무 교대 시간에 정확히 밀어줄 것이고 혹 진짜 말년이 되어 늦게 일어난다손 치더라도 아이들 청소하거나 방해가 안 되도록 조심조심 할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만 잘 통제하고 그렇게 나를 바꾸어 나간다면, 정말 뜻깊고도 알찬 군대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싫으나 좋으나 이곳에 와서 거쳐 가야만 하는 과정이기에 정말 나에게 유익한 시간으로만 보내야 하는 건 나의 지상과제이자 지금 이 시간, 이 시기에 충실한 게 아닐까! 좋은 추억들과 좋은 인간관계만을 형성하기 위해서 난 오늘도 열심히 충성심과 절제심을 하늘 높이 의기양양 드높이며 알찬 군 생활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선임으로 대우해주길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자질을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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