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구국기도회 참가기
02년 6월 27일(목)~29일(토) 맑음
2박 3일간의 625 회상 구국 기도회가 오산리 최자실 금식 기도원에서 있었다. 예전부터 현일씨가 중대 군종들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난 회의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기도도 하지 않은 채, 자포자기(自暴自棄)하고 있었다. 더더욱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 기간은 총기사열도 있었고 병공통 검열과 체력 측정도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빠지지 못할 거라는 게 일반론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가도록 허락하셨다. 저번 주 토요일에 탈영 사건을 비롯해 구타자를 신고하는 등 중대 전체가 사고 예방 차원에서 들썩들썩 거리고 있었기에 중대장님은 나의 그런 얘길 듣자마자 선뜻 승낙해 주시며 군종으로서 내가 할 일이 많다며 앞으론 그렇게 활동해주길 간절히 희망하셨던 것이다. 이 상황을 통해 알게 된 건 사람들이 군종에게 바라는 게 뭔지에 대한 것이다. 중대장님의 그 말씀처럼 누구나 다 군종이라 하면 사병들이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사고를 예방을 할 수 있길 기대하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까진 그러한 기대에 소홀히 해왔던 게 사실이고, 나 하나의 몸만 추스르기에 바빴다. 이런 한계를 절감하며 주님께서는 순탄하게 나를 수련회에 보내 주심으로 좀 더 역량을 키우길 바란 것이리라. 자발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2박 3일간 충실하게 그 시간을 보내볼 거다.
27일(목) 6시까지 교회에 집합이었기 때문에 5시에 깨워달라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에 15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잽싸게 일어나 열심히 군장을 꾸렸다. 그렇게 교회에 올라가니 이미 승태씨가 와 있었다. 곧 현일씨가 올라왔고 일직사령에게 신고한 후에 휴가 차량을 타고 연대로 향했다. 연대에서 준비태세 훈련 중이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지금 이렇게 나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겠더라. 연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우린 용문회관에 들어가 노가리를 풀며 기다렸다. 승태와 나와 현일이 1대대는 그렇게 세명 뿐이었다.
출발하기 전 교회 뒤편에서 승태씨와 함께
우린 콤비를 타고서 처음으로 사단으로 갔다. ‘3007 부대’는 한 번 정도 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나 같은 일반 사병이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통해 와보게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드넓은 대지에 화려한 외형을 가지고 그곳에 서 있었다. 위병소 근무는 헌병대가 서고 있었으며 조금 돌아가니 나온 ‘청성교회’는 일반 중형 교회의 규모로 우리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거기서 사단 직할대, 7연대, 19연대의 군종들이 모두 다 모였다. 그러고선 바로 버스 두 대에 몸을 실어 부흥회장으로 출발했다. 가까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멀어서 꾸벅꾸벅 2시간 정도를 졸다가 깨어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그냥 평이한 건물이었기에 별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보고 나서야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으며, 순복음 교회의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난 지금껏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규모 교회만을 다녔기 때문에, 우린 만 명을 넘어가는 인원이 어떻게 예배드리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그 인원들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도원이 조용기 목사 장모의 이름을 딴 곳이니만큼 바로 순복음 교회와 같은 구조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곳에선 앞쪽에서 거의 천여명 가까운 인원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도록 되어 있었고 그 뒤쪽에는 경기장처럼 삥 둘러서 의자들이 놓여 있고 엄청난 인원이 거기에 앉아 예배드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멀리 있는 사람은 예배의 광경을 못 볼 텐데 어떻게 예배를 드리냐고? 그건 프로젝터가 큰 스크린에 쏘여지기 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도 가까이 있는 사람처럼 볼 수 있고 다른 곳엔 TV들도 설치되어 있어 그 현장감을 어디서든 느낄 수 있어서 수천 명이 예배드리는 게 가능한 것이다. 최첨단 기술이 이와 같은 인원의 예배를 가능케 한 것이다.
6월 27일(목) 오산리 기도원 앞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는 현일과 나
이번 수련회는 여섯 가지 은혜 깊은 것이 있었다.
첫째 이번 수련회는 3년만 한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고 특히 군대에서 이런 식으로 사병들이 모이기가 힘들지만 난 운이 좋게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뜨겁게 기도하며 예배 드릴 수 있는 시간이어서 모처럼만에 영적인 부흥이 일렁이는 시간이었다.
둘째 유명한 목사님들이 하신 말씀 중에 “천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을 길러라. 설득하도록 하기 위해선, 리더쉽을 기르게 하기 위해선 설득과 감동이란 요소를 잘 활용해라”라는 말씀이 감명 깊었다. 난 지금까지 설득의 방법으로 채찍만을 택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아이들에게 뿐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게 될 사람들에게도 이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봐야겠으며 (칭찬ㆍ비젼ㆍ감정)의 세 가지 법칙을 잊지 말아야겠다.
셋째 ‘짧은 장면, 긴 감동’에서 전해졌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돌맹이 하나가 날아와서 맞게 되었고 당연히 주님을 원망하게 되었다. 그렇게 원망만 하다가 막상 주님을 바라보니 주님은 마구 날아오는 돌맹이를 맨 몸으로 막고 계셨던 거였다. 그러다 놓친 하나의 돌맹이만이 자기에게 날아왔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됐다. 정령 그랬다. 내가 당한 환난은 천 가지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너무 감동스러워져 속이 활활 타올랐다. 엄청 감동이었고 마구 삶의 의욕을 샘솟게 했다.
넷째 군비젼 2020을 대하면서 나태한 군종으로서의 사역에 너무 소홀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복귀해선 더욱 충실하게 사역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다섯째 감정 어린 기도보다 진심이 담긴 기도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섯째 그곳에서 충원일 만난 일이다. 왔을까 생각되어서 찾아보려 했지만 못 찾고 있던 차에 마지막날 마지막 폐회 준비 찬양을 하는데 스크린에 충원이가 비친 것이다. 그래서 냅다 내려가 마루바닥에 올라가 충원이를 만났다. 너무도 듬직해 보였고 이런 자리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군복과 군복의 만남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 얘기를 하고서 나중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러한 여러 일들과 그 속에서의 결단을 복귀해서도,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고이 간직되고 실천되길 간절히 바란다.
6월 27일(목) 기도원 입구에서 6사단 군종들과 함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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