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일씨의 대대군종으로서의 고민을 듣다
02년 7월 8일(월)
오늘도 어김 없이 차방문이 있는 날이기에 근무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서 교회로 향했다. 현일씨는 군종방에 있었다. 퍼붓는 빗줄기를 보며 좀 가늘어지면 그때 가자고 입을 맞추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 와중에 현일씬 이제 교회에 일과 끝나고 오게 생겼다는 푸념으로 우리들의 얘기는 시작되었다. 군종이 되고부터 달라진 건 뭘까? 대대 군종과 중대 군종의 차이는 뭘까? 군종이 우선 되기 전보다 기도도 줄었고 하나님께 대한 갈급함도 줄었다. 멀리 있을 땐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그걸 갈망하게 되는데, 막상 가까이 있으면 그 애틋함이 떨어지기에, 언제라도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감정들이 무뎌져 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게 신앙적으로 떨어진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약들 또한 많이 따른다. ‘군종’이란 마크를 옷에 달고 다니기 때문에 섣불리 아무 행동이나 할 수가 없다. 간혹 담배를 핀다거나 아이들을 갈구려 하면 내가 욕을 먹기보다 하나님이 바로 욕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소대일과 군종일 사이에서 발생하는 트러블은 무슨 일 하나 제대로 못하게 한다. 소대에선 소대일에 충실해주길 바라고 교회에선 군종일에 충실하길 바라는데 실질적인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심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일씨는 교회에 계속 있으면서 대대군종으로서의 일과를 해야 하는데 소대의 일과에 참가하게 되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교회도 돌보지 못할 뿐더러 소대일까지도 미궁에 빠지게 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일씨는 그런 정신적 착란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건 중대 군종인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서 교회에 올라가는 거지만 쉬는 날에 교회에서만 있다 보니 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이건 더욱 기도를 촉발시킬 자성(自醒)적인 기회란 것이 현일씨와 나의 결론이다. 이 시기에 더욱 기도와 성령으로 연합 단결하는 군종들이 되어 대대 부흥이란 대명제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닥치는 이 하나, 하나의 소소한 어려움들도 다 이겨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설득과 감동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소대 생활도 잘하지 될 뿐 아니라 주님을 전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새 가능성을 만들어보련다.
오늘 뜻밖의 얘길 들었다. 병장 달고 나선 상병 휴가를 못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금까지 열심히 고수해 온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10월에 휴가를 가야겠다고 장장 11개월만의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된 이상 오래 기다릴 까닭이 없다. 그래서 바로 8월로 휴가 계획을 변경했다. 이로써 나의 휴가는 순간 100일 정도에서 40일 정도로 확 줄어들어 버렸다. 과연 휴가가 안 짤릴지 걱정이지만 어쨌든 9개월만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휴가 기간 하나가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군 생활이 이렇게 활기찰 수가 있다는 게 놀랍다. 아싸 한달만 버텨보자.
후일담: 그런데 대대에서 태클을 거는 바람에 짤려서 못 가게 됐다. 휴가 한 번 가기가 힘드네.
6월 27일(목) 수련회를 가기 위해 기드온교회 입구에서 대대군종 현일과
인용
'연재 > 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 수양록, 상병 - 02.07.12(금) 대대 ATT 전 예행연습 (0) | 2022.07.02 |
---|---|
군대 수양록, 상병 - 02.07.09(화) 더위를 벗삼아 (0) | 2022.07.02 |
군대 수양록, 상병 - 02.06.29(토) 아쉽게 4위로 남은 터키전 (0) | 2022.07.02 |
군대 수양록, 상병 - 02.06.27(목)~29(토) 2박 3일의 구국기도회 참가기 (0) | 2022.07.02 |
군대 수양록, 상병 - 02.06.25(화) 그대들로 행복했던 이 순간 (0) | 2022.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