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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25. 삶이 여행이 되는 흐름 속에서(15.10.07.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25. 삶이 여행이 되는 흐름 속에서(15.10.07.수)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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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삶이 여행이 되는 흐름 속에서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7일간의 여행 중 어느덧 4일째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이화령을 넘어 충주로 넘어간다. 남한강은 작년에 도보여행을 했던 곳이기에 마음이 절로 편해진다.

 

 

 

기상미션의 변화

 

오늘은 오랜만에 기상미션을 한다. 월요일엔 모두 늦게 나오는 바람에 하는 의미가 없었고 어젠 캠코더를 찾으러 가느라 하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아이들에게 내일은 740분부터 8시까지 순차적으로 기상미션을 할 거야. 그리고 8시가 넘어서 나오면 5분 당 -20점씩의 벌점도 받게 되니, 아침에 신경 써서 나와야 해라고 말하며 기상미션을 한다는 것을 알렸다.

720분부터 거실 쇼파에 앉아 기다린다. 그랬더니 현세는 730분에 나왔고 민석이는 38분에 나왔다. 나머지 두 명은 8시가 넘도록 나오지 않는다. 네 명이서 한 방을 썼는데도 이렇게 다르다.

이번 자전거 여행을 하며 민석이와 현세는 기상미션, 용돈미션과 같이 성실히 해야 하는 미션을 열심히 했다. 그에 반해 재욱이와 준영이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난 등수 같은 것엔 관심 없어하는 태도로 대부분의 미션들을 제대로 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재욱이는 한 번씩 승부욕이 생길 때마다 하려는 자세를 보이긴 했지만, 준영이는 아예 그런 마음조차 없었다.

여긴 830분까지 아침을 제공한단다. 그래서 기상미션을 8시로 정한 거였다. 그런데 8시가 한참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보채야 했다. 그랬더니 815분이 되어서야 나왔고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스프도 맛있었고 접시에 담긴 갖가지 것들도 맛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집주인과의 짧은 대화

 

아침은 스프와 접시 가득 담긴 간식거리들이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뭔가 부족하고 양도 많지 않아 포만감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부담되지 않게 적당히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집주인 내외분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어제 이곳에 올 때 게스트하우스라는 특성 상 집주인과 이야기도 하고 친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러진 못했다. 어젠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오늘은 아침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별로 얘기할 수 없었다. 물론 무언가 부탁을 하거나 물으면 친절히 답해주시긴 했지만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할 순 없으니 아쉽더라.

그래도 어제 저녁에 잠시 이야기하며 알게 된 사실은 서울에서 일하며 살다가 연고도 없는 이곳에 내려와 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되었다는 거였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신기해 보였다.

 

 

여기는 게스트하우스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자전거를 거실에 들여놓을 수 있어 도난 위험은 없다.

 

 

 

=여행=놀이=이 완벽하게 일치되다

 

아침밥을 다 먹고, 우리도 떠날 준비를 했다. 거실에 들여놓은 자전거를 입구 쪽으로 빼놓고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이 없는지 살펴봤다.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니 입구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신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우리는 포즈를 취했다.

그때 사모님께서 힘드시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솔직히 이런 식의 반응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보통 이런 식의 여행을 다니면, “재밌겠어요”, “대단한데요.”라고 반응한다. 아무래도 사는 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며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야 하기에 무료할 수밖에 없다. 누군들 여행을 안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일상을 떠나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난 이 작은 동네도 못 벗어나보고 살았어. 돈이 뭔지?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욕심엔 끝이 없으니 늘 이렇게만 살아.”라는 체념 가득한 말을 하며,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모님의 반응은 그와는 전혀 반대의 반응이었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물론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는 건 나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힘도 들고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내가 꿈꾸던 삶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일이 곧 놀이가 되고, 놀이가 곧 여행이 되며, 여행이 곧 삶이 되는 흐름 속에 내가 있으니 말이다. 참 복 많이 받은 놈이라는 생각이 기본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여행을 다니는 건 좋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사모님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라고 대답해주시더라.

 

 

사진을 찍어주셔서 함께 찍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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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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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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