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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29. 미션명: 부모님께 영상편지 쓰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29. 미션명: 부모님께 영상편지 쓰기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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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션명: 부모님께 영상편지 쓰기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이화령 정상에서 미션을 하고 싶었다. 이화령은 한민족의 대줄기인 백두대간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그 영험한 기운을 받아 할 수 있는 미션을 구상하고 있었다.

 

 

미션을 하기 위해 표지석에 모였다.

 

 

교통의 요지=소통=편지의 연쇄작용

 

문경새재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주요 길목으로 영남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선 이 고개를 넘어야 했었다. 그런데 근대 이후 도로가 발달할 때 그나마 낮은 산이었던 이화령에 길을 만들어 문경새재보다 더 사람들이 자주 다니게 되었다고 하더라.

그런 내용을 알고 보니, 소통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머님들에게 이번 여행 중 아이들이 했으면 하는 미션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니, 민석이 어머니께서 부모에게 이번 여행에서 느낀 특별한 점 셀프 비디오 찍어 보내기.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만요~~~”라고 답장을 보내주셨다. 그렇다면 다른 어떤 장소보다 이화령 정상에서 이 미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이 바라신 대로, 어찌 보면 자식의 진솔한 마음을 담아 이화령의 정기와 풍경과 함께 담아 전해드릴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새재자전거길 지도 종합안내도.

 

 

 

자식과 부모 사이의 소통에 대해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게 있다. 그건 다른 무엇보다도 자식과 감정의 벽이 쌓여 있지 않아 편하게 대화가 될 때, 자주 대화해주세요라고 말이다.

부모, 자식 간엔 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대화를 하려 하지만, 막힌다 싶으면, 안 된다 싶으면 아예 말문을 닫게 되어 있다. 보통 다른 관계는 그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다른 주제를 이야기한다거나,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노력해보지만, 이상하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선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부모님은 내 마음을 알거야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는데, 그게 현실에서 깨지면서 극도로 실망한 나머지 마음의 벽을 쌓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럴 때 자식이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은 화를 낸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아무 말도 안 한다거나 하는 정도의 일방적인 방법들뿐이다.

그래서 그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면, 부모의 욕망은 내려놓고, 자식에 대한 완벽한 상은 접어두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자식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한 상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된다. 그럴 때 자식도 부모와 대화를 하며 감정의 벽을 쌓고 아예 대화를 차단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으며, 부모들도 그럼에도 나름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구나라는 믿음이 생기니 말이다.

지금 내 아이가 조금 말썽을 피우고, 학교 성적도 좋지 않으며, 공부 외에 딴 데 정신을 팔고 다닐 지라도, 부모와 격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면 마음 놓으셔도 된다. 그 아이에겐 불만이나 세상에 대한 거부감은 없이, 그저 해맑은 정신만 있기 때문이다. 그걸 부모로서,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잘 지켜주고 인정해주면 그 아이는 언제든 날개를 펴고 날갯짓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미션은 부모님에게 영상편지 쓰기로 정했다. 민석 어머님이 좋은 소재를 줬고, 이화령의 광활한 풍경이 번뜩이는 진심을 줬다. 그러니 아이들이 잘 버무려서 그걸 담아내면 된다. 과연 어떤 영상이 만들어질까?

 

 

영상편지를 찍고 있는 아이들. 

 

 

 

연출된 감정 표현이 아닌 그냥 편하게 부모님께 얘기하듯이

 

작년 남한강 도보여행 때도 편지 미션을 진행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비내교차로 부근에 어머님들이 친히 행차하셔서, 선물을 묻고 가셨어라고 운을 뗐었다. 그랬더니 일순간에 아이들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며 잔뜩 기대하는 눈초리로 바뀌더라. 몇 가지 힌트를 던져주며 찾게 했더니, 쏜살 같이 달려 찾기 시작한다. 결국 4번째 힌트까지 듣고서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건 아이들이 생각하는 상품권 같은 선물이 아닌 부모님의 정성스런 편지였다고 하더라. 아이들은 금방 전까지의 해맑은 표정은 사라지고,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롤 등급을 강등 당한 아이에게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라라고 채근하는 것처럼 이번 미션은 부모님께 답장을 써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했으니, 아이들의 넋은 있고 없고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남한강 도보여행 당시의 모습. 답장 쓰기가 미션이란 말을 듣고 다들 넋이 가출하셨다.

 

 

억지스런 감동을 쥐어짜는 듯한 연출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군대에서 몸이 가장 고될 때, “엄마가 보고플 때♬♬~”라는 노래를 부르게 해서 힘들어서 그저 나던 눈물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착각하게 만들거나, 캠프파이어를 하며 부모님께 편지를 쓰게 하는 등등의 연출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진정 뜨거운 마음이 샘솟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억지감동을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실제로 편지 쓰기 미션을 받고 아이들이 보인 반응은 당혹스러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편안한 여행도 아니고 계속 걸어야 하는 힘든 여행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감정까지 혹사당하니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인터뷰할 때, 민석이는 부모님이 편지를 쓰셨는데, 거기에 어떤 식으로 답장을 써야 해요. 그냥 그러셨어요~’라고 답장을 보낼 수도 없고. 부모님이 너무 구구절절 말씀하셔 가지고, 답장을 쓰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엄마 사랑해요라고 적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말하며 연출된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표현했다.

그래서 이번엔 글로 쓰는 게 아닌 영상으로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해야 한다는 어색함은 있지만, 그래도 글로 쓸 때보다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민석이의 뼈 있는 한 마디. "도대체 뭐라고 써야 하는 거에요?"

 

 

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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