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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7. 제주의 바다를 보니 일주를 하고 싶어지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7. 제주의 바다를 보니 일주를 하고 싶어지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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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주의 바다를 보니 일주를 하고 싶어지다

 

 

사람 맘이 참으로 간사하다.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만 해도 이번엔 절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전거를 빌려서 달리고 있으니 언제 그랬냐 싶게 절로 행복해진다. 언제였더라,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거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싶어 무작정 끌고 나왔던 적이 있다. 막상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기에 도로를 그냥 달렸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자전거는 나에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뫼베처럼 세상을 맘껏 누빌 수 있도록 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 바다로 나간다. 기분 짱 좋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순간

 

여행을 할 때면 별 생각 없이 도보여행만을 생각했다. 첫 여행이 도보여행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발씩 번갈아 내딛으며 그 길에서 느껴지는 감상들, 온갖 외로움들, 갖은 고민들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의 도보여행은 그런 점에서 나 자신을 충실히 느낄 수 있던 진귀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한 번도 자전거 여행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2011년 제주도 여행은 이와 같은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여자친구가 제주도에 가자고 할 때부터 이미 두려움이 싹터 있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에 자전거로 여행을 하자고 제안하니 온갖 불안증이 밀려오더라. 나야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인간인지라, 두 가지 새로운 상황에 질식하기 일보직전이었던 거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제주도라는 낯선 공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하는 여행이라는 이색적인 상황이 바짝 쫄게 만들었다. 이럴 땐 전문용어(?)알이 확 쪼그라들다라고 표현해줘야 제 맛이다.

 

 

확실히 겁이나 두려움은 몸의 반응으로 직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막상 맘이 맞는 사람과 함께 낯선 공간을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누비고 있으니, 그 또한 묘한 매력이 있더라. 34일 동안 제주 곳곳을 돌아 제주시에 도착하고 보니 그 모든 게 꿈만 같았다. 도보여행에선 느릿느릿 발걸음의 속도만큼 세상을 대면하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자전거 여행에선 좀 더 스피디하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그에 따라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의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그 다음 해엔 단재학교 아이들과 제주를 일주할 때 아무런 걱정도 없이 즐기며 여행할 수 있었고(물론 그땐 아이들 자전거가 자주 펑크도 나고, 비까지 내리는 악천후까지 겹쳐 힘들긴 했지만, 두려움과 공포는 없었다), 2015년엔 영화팀 아이들과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들기 위해 여행할 수 있었다. 뭐든 그러하듯 시작할 때가 힘들 뿐, 막상 해보면 그 다음부턴 전혀 힘들지가 않다.

 

 

자전거를 타며 찍은 리얼버라이어티. 그만큼 자전거여행은 확실히 매력이 가득하다.    

 

 

 

제주의 푸른 바다가 맘을 위로해준다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어 일주도로를 따라 바다로 나갔다. 하늘엔 구름이 껴있긴 해도 햇살이 따스해서 지금이 겨울인지도 헛갈릴 지경이더라. 그래서 두꺼운 외투는 노트북이 담긴 가방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깔아놨고 뽀송뽀송한 느낌의 후리스만 입고 달리는 데도 전혀 춥지 않았다. , 장갑이 얇아 손에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날씨는 포근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정하진 않았을 때다. 그래도 겨울의 바다를 보니 기분 좋다. 

 

애월 해안도로를 달리며 모처럼만에 제주의 바다를 만끽했다. 간혹 구름에 가려 해가 안 보일 땐 바다가 나를 삼킬 듯 험해 보이다가도 햇살이 비치면 언제 그렇게 험악했냐는 듯 에메랄드빛의 푸르름을 간직한 화사한 바다색을 드러냈다. 맞다, 이런 제주의 맑디맑은 바다를 보러 지금 여기에 올 생각을 했던 거다. 마침내 그 광경을 내 두 눈으로 담아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행복에도 비할 수 없는 최상의 행복인 거겠지. 바다를 보고 있으니 내 맘은 절로 평온해졌고 불쑥 올라오던 수많은 감정은 누그러들었다.

이쯤에서 마음을 정해야 했다. 제주시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이 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달릴 것인지 말이다. 막상 달려보니 달릴 만했고 여기까지 애써서 왔는데 돌아가는 건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그랬다지, ‘남자는 직진이라고. 물론 이 말에 담겨 있는 성차별적인 생각에 동의하진 않지만, ‘하던 일을 중단 없이 계속한다는 속뜻엔 충분히 동의하기에 남쪽으로 계속 달리기로 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는 나를 안정시킨다. 이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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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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