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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6. 1월에 자전거를 대여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6. 1월에 자전거를 대여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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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월에 자전거를 대여하다

 

 

검색해 보니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더라. 아마도 상호명이 같은 걸로 봐서는 이곳이 확장 이전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다시 가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에 내려 자전거 대여점에 들어갔다.

 

 

▲  좀 헤매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게 헤매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하는 게 여행의 묘미이니.  

 

 

 

자전거 대여점에 불쑥 들어온 황당한 손님?

 

가게에 쭈뼛쭈뼛 들어가니, 이곳은 대여점이라기보다 판매점에 훨씬 가까운 모양새더라. 바깥에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몇 대 보이긴 했지만, 안쪽에 팔기 위한 자전거가 더 많아 보였으니 말이다. 기억이 왜곡된 탓일 수도 있지만, 예전엔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더 많았다고 기억에 남아 있다.

가게 안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안쪽을 들여다보니 미닫이문이 보이고 가정집과 연결되어있더라. 그래서 미닫이문을 노크해볼까 생각하던 찰나에, 저절로 미닫이문이 열리며 주인 내외분이 나오셨다. 내 행색은 영락없이 여행객의 행색이기에 당연히 자전거 빌리러 왔어요?”라고 물을 줄 알았는데, 두 분 모두 갑자기 난입(?)한 나를 보고 황당했던지 어떤 말도 하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자전거를 대여하러 왔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나중에 자전거를 대여한 후에야 왜 그분들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첫째 1월에 하이킹을 하겠다고 자전거를 빌리러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수기는 7~8월로 대학생들이 방학하고 많이 온다고 한다. 그리고 하이킹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4월과 10월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땐 날씨도 청명하고 기온도 덥거나 춥지도 않으며, 바람도 심하게 불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2011년엔 10, 2012년엔 4에 자전거 여행을 했으니, 참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 시간을 오롯이 보냈던 셈이다. 이래서 내가 참 운도 지지리 좋은 놈이라 자평하는 거다. 이번엔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에, 그것도 한 겨울 1월에 자전거를 빌리겠다고 온 것이니, 뻥 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 하이킹을 하겠다고 오는 경우의 대부분은 예약을 하고 오지 이렇게 불쑥 찾아오진 않기 때문이다. 예약을 하면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픽업해준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는데 2011년에 왔을 때도 픽업차를 타고 편안하게 자전거점에 왔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번에도 미리 자전거를 탈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예약을 해서 지금쯤이면 자전거를 빌려 여기저기 타고 다니고 있었겠지. 어찌 되었든 그런 시스템이 있기에 나처럼 불쑥 찾아온 손님이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공항으로 오든, 항구로 오든 올때나 갈때나 픽업서비스를 한다. 나처럼 이렇게 찾아오는 경우는 당연히 없겠지.  

 

 

 

2011년과 2018년의 타발로 하이킹

 

자전거를 고르기 전에 아저씨는 제주 지도를 보여주며 어떤 루트로 하이킹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잠을 잘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아마도 처음 하이킹을 하러 온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러시는 것 같았다.

 

 

▲  이 지도로 경로와 묵을 장소를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근데 나 이번엔 일주 안 할 건데요~~~  

 

 

그쯤에서 6년 전에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일주를 한 적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아까도 예전 가게를 찾아갔었는데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노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더니 주인내외분도 왔던 손님이 또 왔다는 말에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반가워해주시더라. 가게를 이전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좀 더 친한 척을 하기 위해 2011년 당시에 아드님이 픽업을 나왔고 조금 얘기하다 보니 고향이 순창(전라도인 건 기억에 나는데 구체적인 지명이 생각나지 않아 약간 말을 흘리며 말했는데, 바로 고창이라 수정해주셨다^^;;) 쪽이라고 해서 같은 전라도 사람이라 매우 반가웠었어요라는 안물안궁한 이야기를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했다. 그건 그만큼 그 당시에 자전거를 잘 타고 갔다 왔다는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했고, ‘같은 전라도라는 지연을 강조함으로 자전거를 대여할 때 좀 더 혜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이럴 때보면 나도 참 너스레를 잘 떨고, 아무렇지도 않게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그건 내 자신이 어색하다고 느끼기에 더욱 그런 거지만 말이다. 하긴 이런 나의 습성은 국토종단을 하며 여러 장면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젠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골라야 할 차례다. 자전거는 그새 더 종류가 많아졌더라. 2011년엔 철TBMTB 정도로만 나누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로드자전거, 무펑크 자전거까지 라인업이 대폭 늘어났다. 당연하지만 난 최상급 MTB를 타고 싶었는데 그럴 경우 2만원 정도가 되며, 타고 다닐 만한 자전거는 18.000원 정도 내야 하더라. 가격을 들으니 잠시 망설여졌고, 어떻게든 더 깎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아저씨가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고선 건물 뒤편으로 들어가셨다. 아무래도 손이 조금 덜 탄 자전거를 주시려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아주 날렵한 모양의 자전거를 꺼내 오신다. 가격은 15.000원이라 하셨다. 어차피 계좌이체를 할 생각이고 지금은 비수기이기도 하니 2.000원 정도는 더 깎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그냥 기분 좋게 여행을 하자는 생각으로 바로 이체를 했다.

 

 

▲  이번 하이킹에서 나와 함께 할 녀석. 잘 부탁해~

 

 

 

준비되지 않은 하이킹, 그럼에도 달린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나 하이킹을 할 준비를 전혀 하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방엔 노트북이 거대한 몸집 그대로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고 노트북만큼이나 무거운 어댑터 또한 한 무게를 보태주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이미 3.3kg이나 되었다. 무게도 무게지만 노트북은 충격에 약하니 무리하게 턱을 지나거나 하면 액정이 파손될 위험까지 있어 걱정이 됐다. 거기에 옷도 하이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청바지에 두꺼운 외투까지 입고 왔지 뭔가. 더욱이 목요일 오후엔 비 예보까지 있어 생각만큼 하이킹은 쉽지 않을 거란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대여점에선 우의와 가방을 감쌀 수 있는 큰 비닐을 챙겨줘서 다행이다. 하이킹 중엔 펑크가 날 확률도 높으니 펑크 패치와 펌프도 아예 챙겨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펑크패치도, 본드도, 거기에 공구세트까지 아예 풀로 챙겨주시더라. 그리고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기 힘들 거 같으면 여기에 두고 가도 된다고 친절해 말해주셨다. 그 순간 정말 그럴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가져온 이상 그냥 천천히 다니며 잘 쓰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  노트북에 책까지. 하이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매력이다.  

 

짐받이 위에 두꺼운 외투를 올려 노트북에 전해지는 충격을 조금이나마 흡수하도록 했고, 그 위에 가방과 수리도구까지 얹은 후에 짱짱하게 짐 고정줄로 묶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짐 고정줄을 하나 더 달라고 해서 두 번이나 묶었다. 그랬더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더라. 이로써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하이킹 준비는 끝이 났다.

과연 아저씨 말처럼 막상 자전거를 빌렸으니 또 다시 일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원래 생각했던 대로 숙소를 정하고 그곳을 기점으로 가고 싶은 곳을 오고 가는 여행을 할 것인가? 대여점에서 나온 그 순간까지도 마음은 정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이호테우 해수욕장 쪽으로 달려 제주의 푸르른 바다를 실컷 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래서 이미 12시가 넘었지만 무작정 패달을 밟았다.

 

 

▲  고정줄 두 개로 짱짱하게 묶었다. 과연 어디로 어떻게 가볼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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