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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9.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지친다(18.01.04.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9.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지친다(18.01.04.목)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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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지친다

 

 

어제 밤 11시쯤에 잠이 들었나 보다. 저녁 7시까지 페달을 밟아 하루 만에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달리고보니 몸은 완전히 파김치가 됐다. 낯선 공간이라 선잠을 잘 법도 한 데도, 몸을 누이자마자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싱글 베드 두개가 놓인 방이라, 아무래도 좀 저렴했던 거 같다. 저녁으론 통닭을 먹으며 알쓸신잡을 봤다.    

   

 

비를 맞는 여행의 묘미?

 

오늘 서울은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진다고 하던데 이곳 제주는 어제와 똑같이 영상 4도로 포근하기만 하다. 막상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맘먹었을 때만 해도 겨울이라 하이킹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 따위는 넣어둬~ 넣어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기만 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단지 오늘 저녁엔 비 예보가 있고 내일 오전까지 내린다고 하더라. 과연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라면 관건이다. 날씨가 나의 뜻을 따라 준다면 숙소에 도착한 후에 내리기 시작하여, 내일 퇴실시간(1130)까진 그쳐줬으면 좋겠다. 과연 내 뜻대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행을 떠났기에 모르더라도 가야만 하고 맞닥뜨려야 한다.

 

 

 

왼쪽이 제주 날씨이고 오른쪽이 서울 날씨다. 기온차가 확연하다.

 

 

비를 맞으며 하는 여행 자체를 좋아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2009년 이후로 좋아하게 됐다는 표현이 맞다. 2009년에 국토종단을 떠났을 때 목포에서 무안까지 처음으로 흠뻑 비를 맞으며 걸었는데 그때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왔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비를 맞으며 하는 여행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여행이란 어차피 닥쳐오는 온갖 것들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순응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늘 도망만 치던 나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도 되돌아볼 수 있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비를 맞으며 걷는 상쾌함, 해방감도 만끽할 수 있다. 솔직히 지레 겁을 먹었기에 도망치는 것이며, 맞닥뜨리긴 버거울 것 같아 도망치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재밌는 점은 막상 불안과 두려움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면 폭풍의 중심은 고요하다는 말처럼 마음에도 평온함이 찾아오고 불끈불끈 일어나던 조바심도 내려앉는다는 점이다. 그제야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맘껏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런 황홀한 기분은 2012년에 제주 일주 중 억수로 비가 내리던 셋째 날에, 2013년에 눈 덮인 천왕봉을 새벽에 오를 때, 2015년에 태풍이 서해를 덮치던 날 격포로 걸어갈 때, 같은 해 낙동강-한강 라이딩 중 마지막 날 비를 흠뻑 맞으며 서울에 입성할 때도 똑같이 느껴졌다. 순탄함만이, 고통 없는 평온함만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아니며, 때론 적당할 정도의 고난이, 여행 중 닥쳐오는 온갖 기상이변이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얼마나 닥쳐올까?

 

 

 

여행 중 궂은 날씨는 여행을 깊이 각인시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고달프다

 

어제 무리를 한 탓인지 몸은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보낸다. 안장에 사타구니 쪽이 계속 닿다 보니 빨갛게 부어올랐고, 다리엔 쇠라도 달아놓은 양 무겁게만 느껴지며, 왼쪽 무릎은 시큰거리는 느낌이 간헐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온 여행이며, 막상 자전거 여행을 맘먹었을 때도 몸을 풀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또한 오랜만에 느껴보는 욱신거림이었기에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이 나에게 선사하는 유쾌한 짜릿함, 흥겨운 찌릿함이니 말이다.

원랜 920분쯤 일어나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쉬엄쉬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인데, 어찌 되어 먹은 심보인지 아침 6시에 눈이 떠지더라. 이거야말로 얼리버드 고질병이지 않은가. 누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도 빨리 먹는다라고 했다던데, 우리가 먹을 양은 정해져 있으니 빨리 먹든, 다음에 먹든 중요하지가 않다. 근데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일찍 피곤해진다는 사실이다. 그걸 알면서도 아침 일찍 일어났으니, 참 이 고질병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자는 건 포기하고 일어나 짐도 챙기고 가계부도 정리하고 씻은 후에 느긋하게 호텔을 나섰다. 시간은 840분을 가리키고 있더라.

오늘은 이중섭미술관과 정방폭포에 가볼 생각이다. 이중섭미술관은 알쓸신잡이란 TV프로를 통해 애끓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가보고 싶었고, 정방폭포4.3사건의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기에 늘 맘속에 그리며 가보고 싶었다. 어차피 어제 무리를 하며 달린 덕에 오늘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쉬엄쉬엄 둘러보며 가도 될 거란 생각으로 호텔을 나섰다.

 

 

숙소에서 떠나기 전에 한 컷! 오늘도 신나게 알차게 재미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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