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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17. 콧바람 쐬며 우도에 왔어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17. 콧바람 쐬며 우도에 왔어요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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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콧바람 쐬며 우도에 왔어요

 

 

자전거는 구석에 잘 묶어두고 객실로 올라갔다. 내 기분처럼 하늘도 서서히 개며 햇살이 서서히 비춰오더라. 제주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바로 객실로 들어가 앉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햇볕이 비친다. 그에 따라 성산일출봉도 밝아지고 있다.  

 

 

 

여행하는 자여, 콧바람을 쐬라

 

이렇게 제주의 바다를 건넌다는 게 신기했고, 제주의 바닷바람을 맘껏 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간에 기대어 배가 출발하길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배를 탔던 건 남이섬에 갈 때였다. 거긴 북한강 한 가운데 있는 섬이기에 이렇게까지 물살이 세지도 바람이 세차지도 않았는데, 여긴 바다답게 물살이 심하게 일렁여 배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며, 날카로운 바람이 옷깃 속을 파고들더라. 하긴 1월에 하는 여행이니 이런 정도의 추위는 오히려 애교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서서히 날씨가 풀리며 성산일출봉이 햇볕을 받아 자태를 환히 보여주고 있고 배를 호위하듯 갈매기들이 날아드니 내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다.

보통 여행을 떠나는 걸 콧바람 쐰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경우에 정말 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는 사실은 대부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러니 피부로 바람을 느낀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그런데 왜 하필 콧바람이란 매우 신박한 표현을 썼을까? 그건 아무래도 촉감적인 느낌보다는 후각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바람은 풍속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뿐,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후각으론 장소와 시간, 그리고 그때의 감정에 따라 바람이 전혀 다르게 맡아진다. 그러니 콧바람을 쐴 때 여태껏 맡아본 적이 없는 바람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럴 때에야 내가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섰구나하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고로 콧바람은 자주 쐬야 하고, 코로 바람의 다양한 내음을 맡아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가 누운 듯한 모양'이라 해서 우도라고 한단다. 우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도에 가면 여유를 누리세요

 

15분 정도 걸려 우도에 도착했다. 성산포항에서 볼 땐 금방이라도 닿을 듯이 그렇게 가까워 보이더니, 막상 배를 타고 와보니 그래도 거리가 꽤 있더라. 막상 자전거를 끌고 배에서 내리니 선착장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입도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처음엔 우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의미로 마을 사람들이 환대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부분이 자가용을 놓고 왔기에 우도를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스쿠터나 전기차를 대여하도록 호객행위를 하는 거였다. 나야 뭐, 자전거를 끌고 왔으니 그분들을 쌩하니 지나쳐 갔다. 그래도 이곳은 수시로 섬을 도는 버스가 운행되기에 이걸 타는 것도 괜찮다.

 

 

항구엔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그리고 많은 탈 것들이 함께 보인다.  

 

 

출발할 때만 해도 섬 한 바퀴를 모두 돌아볼 생각이었다. 우도는 처음 와봤으니 경치를 감상하며 도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달려보고 마음을 접었다. 생각보다 우도는 큰 편이어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기진맥진할 게 뻔했고, 그렇게 도는 건 제주를 한 바퀴 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약간 달려보니 맞바람이 불어 체력소모에 비해 자전거는 도통 나가질 않더라. 이런 상황인데도 굳이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막상 성산포항으로 갔을 땐 힘에 부쳐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보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금 달리니 우도산호 해수욕장이 보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 분주하다. 나도 그 인파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 사이로 해가 비치니 제주의 푸르른 바다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어제 비가 내린 덕에 대기의 모든 먼지를 씻어내어 그 푸르름은 더욱 찬란해보였다. 이런 찬란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랴. 정말로 이곳에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더라.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그렇지만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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