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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21. 제주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21. 제주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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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주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라

 

 

성산포항에 도착했으니 이젠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조금만 달릴 거면 김녕까지만 가면 되지만, 좀 더 욕심을 낼 거면 삼양동까지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그 근처에 머물 만한 모텔이 있느냐가 중요하지만 말이다.

 

 

 거대한 거인처럼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연거푸 이틀에 걸쳐 두 번이나 스쳐 지나간 인연

 

그래서 먼저 삼양동 근처의 모텔을 검색해보니 거기엔 숙소가 거의 없고 시내 외곽 부근부터 많더라. 이런 경우 고민의 여지는 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에 오늘 좀 더 많이 달린다고 해도 괜찮으니 말이다. 그래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시내 근처의 모텔을 예약했다.

지금 시간은 1220분 정도이고 지도상으론 여기서 제주 외곽까지 2시간 40분이면 달릴 수 있다고 나온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리 대비 자전거의 평균속도로 단순하게 계산한 것이기에 믿으면 안 된다. 사람은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도 없을뿐더러, 지금은 맞바람까지 불고 있어 더욱 더 속도가 안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은 아직도 많이 있으니 천천히 즐기며 달리다 보면 해가 저물기 전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참 달리고 있으니 저 멀리 매우 익숙한 모습이 보이더라. 그건 다름 아닌 어제 성산읍으로 달릴 때 마주쳤던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인 여학생 두 명이었다. 어제도 마주쳤을 때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지만 은근히 기운이 났던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렇게 또 마주치니 절로 힘이 나더라. 분명히 어제 앞질러 갔고 우도까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이분들도 성산 근처에서 잠을 자고 다른 곳을 들렸다가 출발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노랫말과 같은 상황이 아닐까. 아마 그 순간에 힘내어 열심히 달리세요라고 말을 걸어도 됐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면 매우 어색할 것 같아 그냥 맘속으로 힘내세요라고 응원해주며 그분들을 앞질러 갔다.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말은 하지 않더라도 음료수라도 주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든다. 그걸 계기로 왜 한 겨울에 여행을 하는지, 무얼 하시는 분들인지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아쉬움만 남는다.

 

 

 전혀 마주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이틀 사이에 또 마주치니 정말 반갑더라. 

 

 

제주 마지막 밤의 만찬

 

그렇게 가고 싶었던 제주박물관이 보인다. 지금은 시간이 어중간할 때라 내일 오전에 제주박물관을 둘러본 후에 자전거를 반납하면 딱일 것 같았다. 그러나 박물관을 지나며 보니 개관시간이 9시에서 10시로 늦춰졌더라. 고작 한 시간 늦춰진 거지만 박물관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반납하고 공항까지 가면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박물관은 보지 않기로 했다. 다음에 왔을 땐 꼭 들려봐야지.

 

 

 개관시간이 변경되어 아쉽더라. 그렇지 않았으면 내일 보러 왔을 텐데.  

 

 

숙소에 도착하니 440분이나 되었더라. 지도에서 알려준 예상시간보다 1시간 40분이나 더 걸려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엊그제 제주에서 출발하여 3일 만에 다시 제주에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고향에라도 온 듯 가벼워진다.

저녁은 동문시장에서 회와 먹을거리를 사서 먹기로 했다. 동문시장은 제주의 대표시장답게 이미 떠놓고 포장된 회들이 즐비했으며, 저쪽 구석엔 야시장 먹거리 장터가 펼쳐지고 있었다. 경주 중앙시장의 야시장처럼 이미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난 회와 김밥, 어묵, 튀김만을 사서 잽싸게 나왔다. 제주의 토속 소주는 한라산인데, 하얀 병에 담겨 소주의 빛깔이 더욱 영롱해 보여 구미를 당겼다.

 

 오늘의 만찬. 아니 제주의 마지막 밤을 자축하는, 여행 마무리를 축하하는 만찬.  

 

 

오늘이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술도 한 모금씩 들어가니 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든다. 그러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집에 일찍 가고 싶었는데, 이 순간만은 다시 올 수 없는 날이기에, 더욱이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쉽게만 느껴지더라.

 

 

 술이 들어가니 마음은 한 없이 외로워진다. 외로움에 사무친 밤이란 바로 이런 밤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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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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